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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NH농협 이임훈 센터장 "고객사·협력사 모두 웃음가득"

감정노동자 위한 우수 기업…이직율·내부민원발생 건 ↓·직원만족도↑

김상준·추민선 기자 기자  2014.10.24 10: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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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건반을 조율하고 박자를 맞춘다. 아직은 낮은 허밍으로 서로의 감을 맞춰보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윽고 감미로운 반주에 맞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울려 퍼진다. NH농협의 콜센터 '하늘마루 합창단'의 연습장면이다. 하늘 마루 합창단은 이임훈 NH농협 센터장을 비롯해 NH농협 소속 관리자, 매니져 등 20여명의 지원자로 구성됐다. KBS 남자의 자격의 합창단 모습에 버금가는 연습에 매진 중인 하늘마루 합창단은 24일 안성에서 진행되는 협력사와의 워크샵에서 '가을밤의 추억'을 선사한다.

최근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국회토론회에서는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마련과 기업과 사업주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객은 물론 감정노동자를 고용 중인 사업주 역시 감정노동에 대한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해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일하는 수많은 감정노동자에 대한 보호와 인식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기업주의 입장이 아닌 상담사의 입장에서 근로자 보호에 앞장서는 NH농협은 얼마 전 SBS 생방송투데이에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우수기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1500여명의 감정노동자 보호에 힘쓰는 동시에 합창연습에 한창인 이임훈 센터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감정노동자 스트레스 해소 공간 '하늘마루 옥상정원'

지난주 방영된 SBS 생방송 투데이에서는 특별한 사연이 공개됐다. 악성민원으로부터 심각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 근로자의 모습이 생생히 전달된 것. 폭언과 성희롱은 물론, 지나친 무리한 요구로 근로자들을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NH농협은 자체적으로 이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감정노동자를 위한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하늘마루 옥상정원(이하 하늘마루)'이다.

하늘마루 공간에는 업무에 지친 상담사들이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쉼터는 물론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도 마련돼 있다. 체스, 장기, 배드민턴장이 갖춰져 있고 옥상 벽면에 상담사들이 마음껏 그려 넣을 수 있는 벽화공간도 갖췄다.

이임훈 센터장은 "콜센터 근로자의 경우 타 직종에 비해 흡연율이 높은 편이다. 기존 옥상은 단순 흡연을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놀이공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탈피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스트레스해소방과 노래방, 수면실, 휴게실 등도 마련돼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담사들에게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휴식을 제공,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이 센터장은 "상담사들의 치유 프로그램은 즐거운 일터 만들기(GWP)활동부터 시작하게 됐다"며 "업무를 하다보면 즐거울 때보다 어려울 때가 많은데 감성적, 육체적인 부분으로 분리해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방송에 소개되기 전 까지는 상담사들의 표정이 어둡거나 마주쳐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발견할 수 있고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등, 회사의 노력을 외부에서보다 내부 직원이 먼저 알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감정노동 치유뿐 아니라 '예방'까지

NH농협 콜센터에서는 악성민원으로부터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상담사 보호제도를 꾸리고 있다. 또한 전산시스템으로 악성고객 유형을 분리해 상담사를 보호한다.

악성고객은 언어폭력·업무방해·성희롱 세 가지로 분리되고 상담진행 불가 안내 후 ARS 전환해 더 이상 상담을 진행하지 않도록 조치한다. 아울러 세부적인 사항은 상담지식시스템(아르미)에 등록, 전 상담사가 내용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NH농협의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결과, NH농협의 퇴사·이직율이 6%대에서 2%대로 줄었다.

이 센터장은 "타 기업에서 근무하던 상담사들이 퇴사 후 NH농협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문을 듣고 지원자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지만 치유 프로그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고 더 나은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 센터장은 치유프로그램을 넘어 악성민원을 예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센터장이 오는 2015년에 도입·운영키로 한 것은 바로 'Before Service'. 10년간 콜센터에서 근무한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시켰다. 고객의 니즈를 먼저 파악해 제공함으로써 사전에 고객 불만을 차단하고 내부 직원의 근무 효율도 높인다는 것.

무엇보다 상담사들의 감성적인 부분을 치유할 수 있도록 상담치료사를 배치하는 등 관련기관과 연계해 진행할 예정이다.

◆'NH농협의 첨병'상담사… 협력사 상생은 '당연'

NH농협 상담사들은 대부분이 협력업체 소속직원으로 간접고용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위탁으로 운영하는 경우 상담사들의 스트레스와 근무환경 개선에 사용사가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계약한 소속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권한과 책임은 협력업체가 져야한다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반면 NH농협의 경우 누구보다 협력업체 소속 근무자에 대한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이 센터장은 "상담사들은 NH농협은행의 첨병"이라며 "다양한 고객에게 첫인상을 주는 상담사야 말로 농협의 이미지라고 강조한 은행장의 말처럼 정규직, 간접고용을 떠나 모두 우리가 보듬어야 할 농협 울타리 안의 한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들 모두 사용사·협력업체 직원을 떠나 모두 한 공간에서 일하는 만큼 안정적인 일터· 즐겁고 보람된 일터를 조성해야 한다"며 "먼저 사용사가 바탕을 제공한다면 지속적인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NH농협의 한 가족 정신은 협력사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온다. 이직율이 낮아져 채용에 대한 비용이 감소하고 생산성이 증대되는 효과를 일으키는 이유에서다.

한편 NH농협은 상담사들이 재능을 기부하며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기회도 주고 있다. 매주 1회 상담사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독거·농촌노인 말벗 행사'가 바로 그것.

상담사들은 바쁜 업무 틈틈이 혼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또한 안부를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방문하는 횟수도 점차 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지속적인 말벗 행사로 매주 상담사의 전화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며 "여름휴가 기간에 직접 노인분 들을 찾아뵙는 상담사 역시 많아졌다"고 말을 보탰다.

이와 함께 상담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NH농협은 축협과 협조해 '건강한 겨울나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복안도 그렸다.

인터뷰 말미에 이 센터장은 "감정노동자라고 일컫는 상담사들은 힘들고 어려운 업무 중에도 취약계층을 돕는 아름다운 선행을 자발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NH농협 역시 이들이 선행을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