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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104] 초등경제교육연구소, 아이들 '꿈·희망' 우리가 지킨다

현명한 소비 기회 사리진 아이들에게 '현명한 선택·신용·창의성' 교육

노병우 기자 기자  2014.10.24 09: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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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지 않으면 절대로 큰 인물로 클 수가 없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나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두고 곧 망할 것처럼 얘기하면서 비관론을 펼치고 있죠."

사회적기업인 초등경제교육연구소의 최선규 소장은 초등학생들에게 경제학이 아닌 경제교육, 그리고 경제교육에서 벗어나 경제체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사실 '어린이'와 '경제'의 관계는 물과 기름처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이들 역시 경제라고 하면 '골치 아픈 것' 또는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어린이들이 창의성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린이들에게 '현명한 선택(기회비용·경제원칙·희소성)'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초등경제교육연구소.

겨울을 알리는 비바람이 불던 지난 21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초등경제교육연구소'를 찾아가 그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향한 메시지를 들어봤다.

◆돈 버는 얘기 아닌 '실생활 필수체험'

지난 2004년 설립된 초등경제교육연구소는 교사와 학부모교육에서 출발했다. 초등학교 교사들 대부분이 교대 출신이기에, 사회학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경제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청소년들이 느끼는 기업의 사회적 기능으로는 무엇이 있느냐'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80% 정도가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고 답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경제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고, 관련된 경각심을 일으킬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해 시작을 하게 됐죠. 희소성, 그러니까 틈새시장을 노린 거죠."

초등경제교육연구소는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경제교육을 하던 어느 날 교사들로부터 직접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해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직접 시범을 보이기 위해 초등학생들을 모아두고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가 초등학생들에게 경제교육을 한다고 하니 학교에서의 반응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황금보기를 돌 같이 하라 했거늘 무슨 어린아이들에게 돈 얘기냐', 또 다른 하나는 '어떤 식으로 아이들에게 재테크를 알려주실 건가요'였죠."

최 소장이 말하는 경제교육은 돈 얘기도, 돈 버는 얘기도 아닌 아이들이 자신들의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경제공부(체험)에 연관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하면 컴퓨터 게임을 하지 못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면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 등이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준비물 산다고 받은 돈으로 불량식품 사먹다가 부모님께 걸려서 혼나고 야단맞고 했잖아요. 그럴 때면 우리는 '이러면 안 되는구나, 이러면 혼나는 구나'라고 깨달음 얻었어요. 그런데 지금 초등학교에서는 의무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준비물을 학교에서 일괄 구매하고, 그걸 무상으로 나눠줘요. 상황이 이러니까 아이들이 직접 현명한 소비를 할 기회조차 사라졌어요."

직접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아이들에게는 더욱 더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최 소장은 목소리를 높였고, 아울러 교사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폐품수집 등도 사라진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현재 교육당국 자체도 경제라는 과목이 초등학교에 사회과, 도덕과, 실과에 조금씩 추상적으로만 존재해요.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경제교육이 체계화 되지 못한다는 게 문제인 거예요."

◆'퀴즈 골든벨'로 참여율 극대화…교사·부모도 함께 변해야

앞서 언급한 대로 최 소장이 지향하는 초등경제교육은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도 경제주체임을 알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경제교육을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하면서 수업 한 시간(40분)을 이끄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과정에서 초등경제교육연구소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경제교육. 엄밀히 말하면 교육이 아니라 체험 형식으로 진행해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이들은 유명 연예인이 와도 10분을 넘기기 힘든 집중력을 가졌어요. 그래서 끊임없이 3분마다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들에게는 권위라는 게 존재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냥 아저씨 아줌마예요. 그래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콘텐츠예요."

최 소장이 말한 초등경제교육연구소만의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은 이렇다. 초등학교의 경우 수업시간이 40분이다. 퀴즈를 내고 맞히는 아이들에게는 간식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퀴즈와 관련된 7~8분짜리 경제와 관련된 애니메이션을 틀어준다. 하나의 퀴즈 골든벨 형식으로, 퀴즈 3~4개를 풀면 수업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교육을 우리가 열심히 해도 교사 또는 부모들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요즘 교사나 부모들을 보면 현재 경제를 두고 너무 비관론을 펼쳐요. 지금은 어렵더라도, 혹은 지금도 좋은데 미래에는 더 좋아질 거라는 게 머릿속에 있어야 열심히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할 텐데, 곧 망가질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있느냐는 거죠."

결국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교사와 부모도 함께 변해야 한다는게 초등경제교육연구소의 강조다. 이것이 초등경제교육연구소가 교사와 학부모 교육에도 열과 성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20명의 강사를 두고 있는 초등경제교육연구소는 강사별로 지역을 나눠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지방자치단체들 연결해 교육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400회 이상의 교육을 진행한 초등경제교육연구소는 올해 역시 400회 이상 실시할 것으로 추산했다. 방학과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에 4회 이상 진행하는 꼴이다.

"우리가 사업을 진행할 때는 수혜자 불부담 원칙이라는 게 있어요. 그러니까 교육을 받는 교육 대상자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주최 측에게만 돈을 받고 교육을 진행하죠. 이외에 소외된 지역에서는 우리가 직접 찾아가 무료로 교육을 해요. 또 초등학생(교사·부모 포함)을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중·고등학생은 물론, 다문화가정(이주여성·탈북여성 포함)으로 확대하고 있어요."

초등경제교육연구소는 사회주의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초급자라면 자신들의 교육 대상이라고, 또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미래 경제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것, 다문화 가정에게는 현실 적응 및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교육을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 소장은 우리나라에 사회적기업 교육 분과를 하는 곳이 꽤 있는 만큼 그 사람들과 합동으로 상설 교육장을 만들어보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며, 진짜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