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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국감, 먹을 때만 배부른 게 욕?

이윤형 기자 기자  2014.10.22 1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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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 저 X 같은 XX! 대답도 못하게 할 거면서 왜 부른 거야? 저 XX, 무슨 당인지 기억도 안나."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던 한 정부 관계자가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며 내뱉은 말입니다. 불과 몇 분전 국감장에선 "괜찮으니 편하게 앉아서 답변하세요"라는 의원의 권유에 "괜찮습니다. 일어서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 좀 놀라기도 했죠. 
 
질의 전에 편히 답하라던 의원이 결국에는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몰아세우자 기분이 많이 상한 모양이었습니다. 
 
담당부서 관련 취재를 위해 하루 종일 있었던 국감 현장의 분위기는 잘못된 경영을 찾아 따지고 뉘우치게 만드는 자리라기보다는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후임자의 약점을 잡아 괴롭히고 비웃는 못된 선임자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국감은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대해 벌이는 감사 활동으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매년 실시되는 이 같은 '행사'는 사실상 국회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아닌가 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기업들도 이 자리를 통해 잘못을 개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죠.
 
단적인 예로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행위'와 '동반성장 노력 미흡'이란 이유로 국정감사장에 소환됐었는데요. 올해도 같은 이유로 증인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 13일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작년에도 동반성장에 등을 돌렸다는 이유로 국회의 질타를 받았을 텐데 말입니다.
 
이번 국감은 672개의 피관 기관을 선정했지만 국감 준비 시간이 부족해 '부실국감'이 우려됐습니다. 그런데도 국회는 권위의식만 보이고, 정부는 돌아서자마자 욕을 하며 다른 얼굴을 보이는가하면,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은 2년 연속 출석하는 것도 모자라 같은 지적을 받고 있죠.
 
이렇게 국정운영에 잘못된 부분을 적발, 개선하는 본연의 의미를 잃은 국감 행태가 씁쓸할 따름입니다. 이제라도 올바른 대안을 제시해 진실성 있는 대답과 개선하는 모습을 끌어내는 '내실 있는 국감'으로 국민에게 돌아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