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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플앤컴의 소명, 결혼이민자 문제 해법 제시"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이달성 피플앤컴 대표의 특별한 동행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22 09: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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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점장 출신 은행원과 베테랑 노무사의 만남. 지천명(知天命)을 헤아리는 두 남자가 이제 사회적기업이라는 새 틀에서 만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과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는 사회적기업 피플앤컴을 탄생시켜 오늘날까지 키운 산파격인 인물들이다. 1년반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등 경영 호조를 보이는 데다, 결혼이민자 출신 직원들을 채용해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창립 의도도 순조롭게 수행하고 있다.

3명이던 결혼이민자 출신 직원이 최근 4명으로 늘었다. 필리핀 출신 직원이 추가로 합류한 것. 더욱이 손익분기점 달성을 기념하고 직원 화합을 다짐하는 차원에서 '친정 국가 방문'이라는 새 프로그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 왕신화 직원의 고향인 중국 웨이하이를 방문, 본인에게는 친정 방문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현지 학교 등에 최신형 컴퓨터 등을 제공하는 등 현지 교류를 시도했다. 한국으로 건너온 웨이하이 출신 직원이 잘 적응하고 있으며 열심히 일하는 데 감사하다는 뜻을 전함으로써 그야말로 '금의환향' 기회를 만들어준 것.

이처럼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는 피플앤컴과 그 뒤에서 물심양면 이들을 돕는 재단법인 피플은 태생부터 특이하다. 우선 재단법인 피플부터 설명하자면, 법무법인 피플-노무법인 길-노무법인 산재 등이 합심해 사회복지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정 이사장은 노무사로서 현장을 누벼왔다. 특히 산업재해 부문에 천착해온 전문가다. 90년대 이후 돌연사 이슈 등 굵직하고도 복잡한 현안을 지켜봐 왔다. 40대 등 이전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과로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 사회 문제가 됐다.

이런 경우 퇴근길이나 직장이 아닌 아침에 집에서 출근 준비 중 세상을 떠나면 현실적으로는 과로 문제 입증에 부담이 생긴다. 이런 복잡한 현안들을 무리없이 해결하면서 전문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은 사회적기업이 사회 현안에 대한 응답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은 사회적기업이 사회 현안에 대한 응답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산재 문제에 깊이 있는 업무 추진을 하는 노무법인 산재를 설립한 데 이어 유관 문제의 법률적 해결을 도모하는 최종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법무법인 피플도 구성해 업무 효율성을 추구했다. 또 노무사 본연의 인사노무관리 업무도 포기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 같은 영역을 맡을 노무법인 길도 별도로 탄생시키도록 했다.

하지만 40대 이후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길을 찾고 깊다는 열망이 더 높아지면서 사회공헌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당시 노동 현안이던 외국인 근로자, 이와 연관된 외국 출신 결혼이민자의 한국 사회 적응 정착에 눈길이 갔다. 특히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국사회에 더 잘 녹아드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회적기업이란 사회 현안에 대한 '응답'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결혼이민자의 경우 취업을 하고 싶어도 막상 갈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기업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재단법인 피플이 피플앤컴을 출범시키게 된 동기다. 일자리와 결혼이민자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게 회사 이념이었으니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는 게 당연했다.

이 과정에서 피플앤컴 대표로 낙점된 인물이 이달성 현 대표. 이 대표는 신한은행에서 지점장까지 지냈다. 이때 금융맨으로서 발군의 실력과 함께 인맥을 갖췄다.

중고컴퓨터를 기증받아 재활용과 재조립 사업을 진행하는 피플앤컴과 직접적 연관은 없는 이력 같으나, 기증처와 물량 확보 및 다양한 판로 개척 그리고 회사 본연의 목표인 결혼이민자 직원들의 채용과 관리 같은 배려 문제까지 모두 치열한 은행 지점에서 일선 지휘관으로 뛰었던 그에게 적격인 과제들이다. 다수의 직원들을 다독이며 목표를 향해 나가는 과정을 잘 치러온 것이 피플앤컴 성장의 밑거름인 것.

지난해 피플앤컴은 50여대의 중고컴퓨터를, 올해는 상반기에만 2000대가량을 받았다. 신한은행 등 다양한 기관과 사회공헙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결과다. 장기적으로는 연간 1만2000대를 계획하고 있다.

다수의 제품이 들어올수록, 재생 제품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처럼 마련된 제품은 판매되거나 어려운 이웃에게 무상 제공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1개월에 200대 정도 진행 가능하기 때문에 물량이 더 늘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대답이다. 더욱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결혼이민자 채용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에 기증품 확보량 증가는 중요하다.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우측)가 중국 웨이하이 창업 교육센터에 컴퓨터를 기증하고 학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우측)가 중국 웨이하이 창업 교육센터에 컴퓨터를 기증한 후 학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정유석 피플 이사장과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좌측). = 임혜현 기자  
정유석 피플 이사장과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좌측). = 임혜현 기자

직접 판매 조직을 구축한 정도는 아니지만 동남아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위탁 형식으로 수출을 내보내는 길을 택했다. 연간 1500억원 규모의 중고컴퓨터 등이 한국에서 동남아로 간다고 하니, 이 중고컴퓨터 시장 및 부품시장에서 향후 입지를 더 넓힐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리더는 경청과 감성 캐치가 중요하다'는 신조를 가진 이 대표는 언어 감각이 뛰어나 간단한 중국어를 짧은 기간에 연습해 이번 행사에서도 유감없이 활용했다. 피플앤컴의 결혼이민자 친정 방문 행사에는 왕신화 직원이 통역으로 나섰지만, 이런 이 대표의 감각 덕에 현지 교육 관계자(기공학교, 창업 교육센터)들과 격의 없는 소통과 감정 교류를 할 수 있고 또 두 나라 간 가교를 단단히 놓는 계기가 됐다.

"우리 피플앤컴의 모태격인 재단법인 피플은 물론 산재, 길 등 여러 법인들이 모두 100여명 정도다. 적잖은 수인데 이들이 모두 가족처럼 화합하고 있다. 여러 나라 출신이 어우러진 피플앤컴에도 이 같은 직장 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고 싶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친정 방문 행사를 정례 행사로 확장하고 싶다"는 게 이 대표의 중장기 현안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