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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컴, 중국 출신 직원과 준비한 '특별한 금의환향'

컴퓨터 등 다양한 선물 전달 '한국 사회적기업과의 우의가교'

중국 웨이하이=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22 07: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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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친정. 결혼해 집을 떠난 여성에게 늘 아련한 향수의 대상이자 마음 한켠에 걱정거리처럼 남은 곳. 더욱이 한국인 배우자를 만나 낯선 곳에 새 둥지를 틀게 된 결혼이민자에겐 물리적 거리 탓에 자주 가볼 수 없는 만큼이나 큰 마음의 빚으로 남는 그리움의 공간이다. 이런 결혼이민자 출신 직원의 특성을 고려,  고향 방문 기회를 마련해준 사회적기업이 있다. 기증받은 중고컴퓨터의 재활용과 재조립 사업을 하는 노동부 지정 사회적기업 피플앤컴이다. 피플앤컴이 직원을 위해 마련한 첫 해외 친정 방문 프로젝트, 문자 그대로 금의환향의 현장을 따라가 봤다.

공항에 짐을 부리자 유니폼을 입은 중국인 세관원들의 시선이 꼼꼼히 훑고 지나간다. 기부용이라는 점을 미리 밝히고 나섰지만 큰 상자가 가득 쌓인 만큼 주의를 끌기엔 충분하다. 컴퓨터 10대, 아동용 옷가지 1500점에 신발 50켤레 그리고 초콜릿. 이번에 중국 웨이하이 곳곳에 피플앤컴이 '한국 사회적기업의 선물'이자 '훌륭한 직원을 보내준 친정 도시에 대한 감사 표시'로 전달할 물품들이다.

한국과 황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 산둥반도에 자리 잡은 항구 도시 웨이하이. 피플앤컴에서 일하는 왕신화씨의 친정은 이곳에 있다.

한국인 부군과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둔 왕씨는 피플앤컴에서 근무 중이다. 곳곳에서 기증받은 중고컴퓨터를 재활용·재조립하는 업무를 맡으며 일하는 재미도 찾고 있다. 어느새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만큼 여느 한국 아줌마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해 '워킹맘'의 1인2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

피플앤컴은 처음 탄생할 당시부터 사회에 이바지하는 데 설립 목적을 둔 사회적기업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결혼이민자 취업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으로 탄생한 곳이다. 그런 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결혼이민자의 삶과 행복 이모저모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2014년 10월 현재 9명의 직원 중 4명이 결혼이민자다.

피플앤컴, 손익분기점 달성 이후 마련한 '특별한 직원복리' 

2013년 5월 설립 이후 약 1년반만에 순조롭게 손익분기점 달성 등 경영 상황 안착을 일궈낸 피플앤컴은 열심히 일해준 직원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해외 친정에 방문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첫 친정 방문지로 선택된 곳은 왕씨의 친정인 웨이하이.
   피플앤컴은 컴퓨터와 아동용 의류, 신발 등 다양한 선물을 결혼이민자 직원 친정 방문 행사를 통해 중국 웨이하이 각계에 전달했다. 사진은 인천공항 출발 전 화물내역 점검 상황. = 임혜현 기자  
피플앤컴은 컴퓨터와 아동용 의류, 신발 등 다양한 선물을 결혼이민자 직원 친정 방문 행사를 통해 중국 웨이하이 각계에 전달했다. 사진은 인천공항 출발 전 화물내역 점검 상황. = 임혜현 기자

특히 이번 친정 방문은 단순한 여행과 가족 상봉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 피플앤컴의 유대 관계 씨앗을 뿌리는 계기로도 의의가 있다.

결혼이민자들을 떠올릴 때 출신국 국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낯선 나라에 가서 과연 잘 살까…"라는 환경적응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인 신부의 부적응 문제로 여론이 비등하고, 한국인과의 국제결혼 과정에 대해 엄중한 관리 감독에 착수하기도 했다.

굳이 이런 문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결혼한 여성 입장에서는 남편이나 시댁에서 시시때때로 친정에 대한 호의를 보이는 것만큼 체면이 서고 기꺼운 일이 없다.

그런 점에서 피플앤컴은 친정 방문을 통해 한국에서 사랑받고 인정받는 며느리이자 직장인으로 잘 잘고 있다는 점, 이런 직원을 보내준 점에 감사하다는 뜻을 널리 전하는 일정으로 마련됐다. 친정도시 웨이하이 곳곳에 감사 표시로 요긴하게 쓰일 만한 선물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방문 행사를 하고, 컴퓨터 재생업을 진행하는 회사이자 아직 젊은 신생기업인 만큼 전산 관련 이슈에 집중했다.
   웨이하이 환취구 창업 교육센터에 최신형 컴퓨터를 전달한 피플앤컴 관계자들이 현지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웨이하이 환취구 창업 교육센터에 최신형 컴퓨터를 전달한 피플앤컴 관계자들이 현지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이렇게 해서 선택된 방문지가 '웨이하이 고급 기공학교'와 '웨이하이 환취구 창업 교육센터' '웨이하이 아동 복리원' 등이다.

기공학교와 창업 교육센터에는 최신형 컴퓨터 각 5대(총 10대), 아동 복리원에는 옷 1500점과 신발 50켤레, 초콜릿 등 각종 다과를 전달, 한국 사회적기업이 결혼이민자 출신 직원을 통해 중국과 웨이하이에 품게 된 호의를 가감없이 표시하게 된 것.

웨이하이 인재를 육성하는 곳곳에 IT기기 등을 제공함으로써 더 큰 발전을 기원하는 셈이다. 국제결혼이 양국 사이에 놓은 선린의 가교다.

◆'국적초월' 지속적 행사로 정례화 검토

이렇게 새롭게 연을 맺은 소중한 '이웃'으로서 찾아줬다는 점이 방문지 관계자들에게도 호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웨이하이 창업 교육센터에서는 학생 대표가 한국어를 섞은 감사 편지를 준비, 낭독하는 자리를 마련해 이곳을 찾은 왕씨 등 피플앤컴 관계자들에게 '깜짝 선물'을 하기도 했다.

특히 왕씨는 기공학교와 창업 교육센터 관계자 등이 피플앤컴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눌 때 통역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는데, 젋은 세대에 대한 교육 특히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기여라는 같은 일을 하는 데서 오는 애환과 공감대를 나눌 수 있도록 뜻을 잘 전달했다.

또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컴퓨터 기증 등 상황과 관련, IT 관련 이슈가 나온 점도 무리없이 전달해 한국에서 전문성 있는 유관기업에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으로 자리매김 중인 것도 모국 관계자들 앞에서 자연스레 과시하기도 했다. 열심히 살아온 한국 생활이 '금의환향'의 자양분이 된 셈이다. 
   피플앤컴은 기공학교 등에 컴퓨터 등을 제공한 것과 별도로, 왕신화씨 친정에 620리터급 냉장고도 함께 준비, 선물했다. = 임혜현 기자  
피플앤컴은 기공학교 등에 컴퓨터 등을 제공한 것과 별도로, 왕신화씨 친정에 620리터급 냉장고도 함께 준비, 선물했다. = 임혜현 기자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는 이번 행사에 대한 현지 반응에 대해 만족감과 감사를 표하는 한편, 많은 사회적기업이 경영 성과를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손익분기점 돌파 등 여러 지표가 호조를 나타낼 수 있도록 지난 1년 반 동안 고생해 준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지속적으로 수익이 난다면 이번 경험을 토대로 직원 친정 방문을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정례화 검토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