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21 06:01:58
[프라임경제] SK에너지와 SK가스 등이 연루됐던 LPG 담합사건이 아직 꼬리표를 남겨놓고 있다. 2009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이 사건이 2014년 현재까지도 아직 법원 계류 중이라는 상황에 말린 것은 바로 SK가스의 리니언시 관련 불복소송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SK가스, E1 등 LPG 수입사들이 GS칼텍스, SK에너지 등 정유사에 매달 판매가격을 통보하고 이를 토대로 LPG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등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것을 적발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에 시정명령과 6689억원 상당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린 바 있다.
SK에너지는 과징금 철퇴를 비껴갔다. 1순위로 리니언시 제도 덕에 담합을 신고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다만 공정위는 SK가스가 '공동 신고'를 했지만 리니언시로 과징금이 전액 면제되는 대상에서 배제시켰다. '실질적 지배관계'가 있는 계열사의 경우 공동신고가 인정되지만, SK가스와 SK에너지의 경우 이 같은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
실제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두 회사가 원가 구조가 다르고, 지분이나 임원 상황 등을 볼 때 실질적 지배관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경쟁 관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에서 불만스러운 판결을 받은 SK가스는 바로 대법원에 상고했고, 현재 이 사건은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여정의 공식 시발점에도 서지 못한 셈이다. 연내에 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예측마저 나올 법 하다.
현재까지의 경과를 보면 중간중간 상고 이유 보충서 2, 3이 제출되는 등으로 빠른 진행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2009년 담합 과징금 부과를 받은 여러 회사들도 불복해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간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와 SK그룹 계열사인 SK가스의 대법원 상고 행보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류 업무로 시간을 여유 있게 쓰는 게 유리한 SK가스 측의 바람대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풀이도 있다.
하지만 SK가스로서도 무한정 길게 끌어 과징금 부과라는 이슈만 지체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간 이어진 자기 그룹의 구조 개편 경과와도 배치되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쳐야만 원심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묘한' 상황이 조성된 이유에서다.
◆SK에너지와 SK가스의 관계는?
SK그룹과 기름(내지 가스)의 연관성은 유공 인수 이후다. 1997년 유공은 사명을 SK주식회사로 바꾸고 세계일류 기업을 향한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때 유공 자회사들도 일제히 사명을 변경해 유공해운은 SK해운, 흥국상사는 SK에너지판매, 유공가스는 SK가스, 유공옥시케미칼은 SK옥시케미칼로 각각 사명이 달라졌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SK에너지판매가 이때 등장한다고 해서 이것이 이름을 간단히 줄인 것은 아니라은 점이다. 이 회사가 막바로 SK에너지와 연결된다는 것은 오해다. SK에너지판매는 이후 SK네트웍스로 합쳐지는 회사다. 지금도 SK네트웍스가 주유소 문제와 관련된 기사에 종종 이름을 올리는 이유다.
사실 오늘날의 SK에너지는 유공이 이름을 바꾼 SK주식회사와 연관이 있다. 이 SK가 분리를 겪은 것은 2007년. SK 밑에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C △SK E&S △SK해운 △K POWER, 7개 계열사가 27개 손자회사를 거느리는 방식으로 지주 시스템 도입이 시도된 것이다.
이때도 이미 SK가스는 SK에너지와 다른 군에 속하는 것이었고, 이후 SK가스는 사실상 지주 시스템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현재 그룹 수장인 최태원-재원 형제와 이들과 사촌지간인 최신원-창원 형제의 관계에서도 SK가스와 SK에너지는 같이 묶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재원-창원, 두 사촌형제지간에 각각 SK가스와 SK네트웍스를 맞바꾼 상황이 연출된 것은 2011년.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석유화학, 가스부문을 맡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런 만큼 최창원 부회장이 SK케미칼과 SK가스를 갖고 그룹으로부터 분가할 것이란 계열분리설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2003년부터 2008년간 담합 관계 기간을 볼 때, 2007년 지주 전환 시도 등에서 SK에너지와 SK가스 간 관련 그림을 보면 이 두 회사가 서로 과징금을 공동신고할 지위에 있는지 법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 서울고법의 판단은 이런 해석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촌 간 계열분리설 문제 때문에라도 명확한 정리는…
이 같은 서울고법식(式) 판단 구조를 SK가스가 달가워 하지 않는 것은 막대한 과징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100% 감면과 50% 감면이 공동신고 인정 여부에 달린 것.
그러나 SK그룹이 그간 진행해온, 또 형성돼온 일련의 구조와 변화 흐름을 보면 사실상 SK가스와 SK에너지를 실질적 지배관계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따로 또 같이 2.0'의 이념 하에 시도된 2007년 지주 시스템을 SK그룹 관계자들이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로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암묵적으로 거론되는 분리 예상도를 모두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즉 SK그룹을 완전히 최태원 회장 1인 집권 체제로 굳히는 게 아닌 한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숙제로 보인다. 초대 회장 사후 2대 회장직이 동생에게 넘어가면서, 당시 아직 어렸던 최신원씨는 수장직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기업 적통 문제가 거론되며 항상 계열의 분리가 언젠가는 있을 것으로 회자돼 왔다. 이런 이유로 현재 최태원 회장 시스템이지만, 최신원-창원 형제와 태원-재원 형제 간에는 언젠가 지분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SK가스가 현재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이 어떤 묘수를 통해 이런 어려움을 피하면서도 리니언시 100% 면제 혜택이라는 답을 끌어낸다면 이는 상당히 놀라운 결과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고법에서 사건을 맡았던 로펌 대신 다른 로펌이 주전으로 투입됐는데, 그 시도의 성공 여부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