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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떠넘기기·빠져나가기' 갑질 위험수위

그룹 모태 선경직물 후신…마케팅종합회사 광폭행보 속 무리수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21 02: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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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K네트웍스가 속칭 '갑질' 논란에 직면해있다. 국내 유수 그룹 계열사인 데다 '하는 일이 많은' 업종 특성상 이 같은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SK네트웍스의 전신은 그룹의 모태격인 선경직물이다. 한때 종합상사로도 이름을 날렸고 자원개발과 주유소 관리·단말기 공급업·렌터카·패션 등 다양한 부문을 시도해온 이른바 '마케팅종합회사'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20일 공개한 '공정거래법 상습위반 업체 현황' 자료는 공정위가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약 5년 동안 부과한 과징금 규모 및 내역을 담고 있다. 정유업에서는 GS칼텍스이 단연 앞섰다. 종합 순위로도 1위며 제조업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수위를 점했다. 금융보험업의 경우 삼성생명, 도·소매업에서는 SK네트웍스가 선두에 선 양상이다.

그러나 SK네트웍스와 그 자회사가 연루된 구설수의 경우, 다른 주요 그룹 계열사들도 벌이는 일, 또 다양한 사업을 벌여 그만큼 '표면적'이 넓다 보니 일어날 수 있는 갑질 논란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을과 마주할 영역도 많고 그만큼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많은 것과 '갑'답지 않게 얌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큰 그룹사 소속이라는 위상을 악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렇게 갑으로서의 책임을 떠넘겨 꼼짝없이 을에 피해를 입히는 패턴까지 겹치면 최악이라는 비판을 들을 위험은 그만큼 커진다는 점에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문제상품 떠넘기고 허위 세금계산서 자백?… '리니언시 악용한 격'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SK네트웍스서비스는 일명 '세이프 메이트'라는 지능형 교통안전시스템 사업을 추진해 다. 몇 해 전만 해도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모델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제품은 횡단보도 신호변경 시 음성을 제공하고, 사고 때 응급 연락을 가능하게 하는 버튼기능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 장기적으로는 교통량과 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새로운 선진 분석기법을 적용해 세이프 메이트가 설치된 교차로를 통과하는 차량의 통행량을 분석해 데이터 베이스(DB)를 구축하는 것도 예상됐다.

기획단계에서부터 개발, 제조에 이르기까지 대·중소기업이 함께 작업하는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점도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막상 모 지방자치단체에 납품된 결과 기능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등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은 총판대리점.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의하면, 총판대리점은 모집 당시부터 초도물량 떠넘기기와 다음 연도 발주량에 대한 선매출 세금계산서 발행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판로 개척이 곤란한 상황이 됐다.

이렇게 되면 SK네트웍스서비스의 잘못으로 총판대리점과의 허위 매출 사실이 빚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문제가 복잡해지자 SK네트웍스서비스에서는 세무 당국에 자진신고를 해 처벌을 피했다. 총판대리점들만 고스란히 가산세, 벌금 등을 부과받을 상황에 놓인 것.

담합 기업 중에 먼저 위법 사실을 자백하는 회사에 과징금을 면제해주는 리니언시 제도가 있는데 이와 유사한 구조인 셈이다. 다만 세금 영역으로 적용될 근거법은 차이가 있다.

문제는 리니언시가 대체로 대등한 규모의 담합 파트너 간에 일어난다면 이번 허위 세금 계산서건의 경우에는 갑-을 관계에서 빚어졌다는 대목이다. 을의 경우야 폐업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먼저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사실상 이런 문제 제기가 어렵다. 그런데 갑인 대기업 계열사가 과감하게 신고를 통한 빠져나가기를 시도한 것은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처음엔 '상생 모델'로 각광을 받으며 탄생했지만 어려움에 직면하자 약자인 총판대리점에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으로까지 추락하면서 향후 처리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할인방식 잘못 사용해 주유소에 손실 논란… '비용정산' 안 해줬다 논란까지

SK네트웍스도 '을에게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또 '을의 비용'으로 프로모션에 군불을 지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1년 늦봄을 달궜던 일명 '기름값 100원 할인' 전쟁이 그것. 그 이면에 숨은 문제가 소송전으로 비화되면서 올해 여름까지 소송전이 빚어졌다. 이 와중에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 사람들 입에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기름값을 할인해줌으로써 고객을 끌어당기려는 계획은 좋았으나, 그 방식에서 소비자 혼선을 빚어 결과적으로는 SK 폴을 단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게 손해라는 오해를 산 게 문제였다. SK 폴 주유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기름값을 기존의 가격대로 주유소에 내고 사후에 100원을 할인받는 방식을 적용받게 됐다.

그러나 뒤이어 '100원 할인'을 발표한 GS칼텍스 등 경쟁 정유사들은 아예 주유소에 공급하는 유류의 출고가격을 인하해 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렌터카에서 패션, 휴대폰 단말기 유통, 주유소 관련 사업에 이르기까지 SK네트웍스의 활동 영역은 넓기 이를 데 없다. 그 와중에 갑질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은 SK네트웍스가 야심차게 추진한 주유소 복합화 전경이다. 기존 주유소의 캐노피 위에 건물을 올려 패스트푸드점을 입점시킨 것이다. ⓒ SK네트웍스  
렌터카와 휴대폰 단말기 유통, 주유소 관련 사업 등 SK네트웍스의 활동 영역은 넓다. 이 와중에 갑질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은 SK네트웍스가 야심차게 추진한 주유소 복합화 전경. ⓒ SK네트웍스
이렇게 되면, SK 폴 주유소의 가격표시판 적힌 가격(정상가격)은 경쟁사 폴 주유소에 내걸린 가격보다 '1리터에 100원 비싼 것'처럼 고객이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원철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 회장은 "2011년 4월부터 3개월에 걸쳐 SK가 시행한 기름값 100원 할인행사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SK네트웍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SK네트웍스가 SK에너지 석유제품 공급 대리점이기 때문.

굳이 어떤 할인방식을 고수하냐는 것은 자유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기름 공급자측과 주유소 간 공급계약서에는 "영업지역 내에서의 경쟁력을 감안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이라는 대목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100월 할인을 먼저 시도한 측에서는 후발주자들이 택한 방법으로 오히려 자신들의 프로모션이 역효과를 입는다면, 합리적인 가격 방안을 찾을 의무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1심에서 정유사들에게 공급원가 사실조회를 요청했음에도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 SK네트웍스 등 정유사로서는 사실 이 같은 객관적 입증 노력에 응하는 게 유익한 이유에서다.

다만 우리나라 정유업계가 대부분 유사한 이익구조임을 감안하면, 특정하게 프로모션 방식을 바꾼다 해서 SK네트웍스가 큰 손실을 '유독' 입는다고 합리적으로 추측하는 것은 오히려 상식에 맞지 않는다. 심증은 가지만, 객관적 자료로 입증이 안 돼 결국 패소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정 회장은 결국 법원에서의 다툼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 하에 항소는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소송 와중에 드러난 문제로는 프로모션이 대기업 측 부담과 지원으로 공세적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는 부분이다. '을'인 주유소에 부담을 일단 지우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

"외상거래처에 먼저 할인해 주면 추후 정산해 주겠다고 약속(소송제기 시점까지)하고 아직 지급하지 않는 금액 5300만원도 같이 청구한다"는 내용이 원고 측에 의해 발표됐다. 이는 을의 부담으로 갑이 '땅을 짚고 헤엄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특히 우유나 음료 등) 대리점 부담으로 떠넘기기를 하는 것과도 비슷한 행태다.

결국 SK네트웍스와 자회사가 빚은 논란은 과거 몇 해 사이에 우리 사회가 갑질 논란에서 교훈을 얻으며 한층 성숙했다는 자부심을 갖기엔 아직 거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회의를 낳는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갑질 논란이 일방적 패악을 부리는 단계에서 오히려 우월한 지위, 정보 비대칭 상황을 십분 활용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을 수 있다.

제도나 재판 과정의 그물망이 가진 허점을 활용하고 빠져나가는 경우를 감시하려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 비판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교훈을 SK 계열사들이 올해의 과제로 남긴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