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20 18:13:42
[프라임경제] 방만한 경영으로 빈축을 사온 한국마사회가 이번에는 수익성 추구 와중에 길을 잃은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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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마사회 회장의 개혁 드라이브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특정 기업 스타일 배우기에 치우쳐져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마사회 |
여기까지만 보면 회장 교체가 큰 전환점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취임한 현명관 회장은 이력만 놓고 보면 마사회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보인다. 현 회장은 1인당 연간 919만원에 달하던 복리후생비를 547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삭감했다.
삼성물산 회장을 지냈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민간경영을 잘 아는 인물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측근 모임인 일명 '7인회' 출신으로 외부 입김에서도 상당 부분 자유로울 수 있는 이른바 '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요소들이 장점 대신 오히려 효율성만 집중하는 '외눈박이 경영'에 치중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영효율 자문할 인사, 삼성맨 천하?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일 마사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문위원 위촉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마사회는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회장이 필요시 외부 자문위원을 위촉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마사회는 총 10개 부서에 37명의 외부 자문위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는 전임 장태평 전 회장 당시 4명의 자문위원에서 9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김 의원은 말했다.
김 의원은 자문위원의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승남 의원에 따르면 37명의 마사회 자문위원 중 삼성출신은 11명에 달했고, 3명은 연구용역, 컨설팅이나 관련계열사 등 삼성 관련 경력을 갖고 있었다. 또 4명의 자문위원은 현명관 회장이 전경련 상임부회장으로 근무할 당시 간부로 함께 근무하는 등 개인적으로 연결고리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즉, 37명의 마사회 자문위원 중 18명이 삼성 또는 현명관 회장과 직·간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사회는 지금까지 지급된 총 1억1100만원의 자문료 중 7080만원을 삼성 출신 자문위원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효율 논리에 사회공헌 위축? 철학 없는 다이어트
이런 상황에 각종 사회공헌 관련 사업은 축소되고 있다. 전체 사회공헌 예산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김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96억원에 달하던 사회공헌 예산은 내년에는 165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30억원 넘게 감소 추세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는 삼성식 개혁 즉 경영의 효율성 배우기가 철학 없이 무조건 실적 보여주기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연결된다. 방만한 요소를 줄이고, 이를 위해 외부의 의견을 전달할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은 좋지만 그 결과물이 신임 회장의 코드에 맞는 특정 민간기업식 스타일 배우기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수순이 공기업 본연의 사회적 기여 공감대가 배제된 일률적인 지출 줄이기로 연결되는 셈이라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올해 경영전략의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CSV를 꼽고, 예산도 2조원 넘게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바일 영역의 성장세 답보 상황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긴 안목에서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전제를 갖고 간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같은 삼성의 행보와 저간의 사고관을 배우지 못한다면, 굳이 많은 인력의 전직 삼성맨을 또 적잖은 자문료를 쓰면서 굳이 써야 하는지 본질적 의문이 마사회에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삼성 배우기 시도가 정당한 방향 설정으로 평가될 수 있을지, 당분간 마사회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