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간에 대한 다양한 연구 가운데 수년 전부터 부쩍 관심을 모으는 분야가 바로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이다. 뇌과학은 최신 신경과학과 진화심리학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알려주며 그 덕에 우리는 인간의 뇌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의 뇌와 파생된 행동은 여전히 수렵시대 무렵에 머물러 있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세련된 현대의 옷을 입고 있지만 우리 의식 어느 부분은 여전히 창을 들고 동물사냥에 열중하던 그때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이성적으로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인간의 불합리하고 충동적인 행동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현대경제학자로 명망 높은 케인즈는 경제에 내포된 불완전하고 일관성 없는 요소를 일컬어 'Animal Spirits(야성적 충동)'라고 정의하고 이로 인해 인간은 비합리적인 경제활동에 빠지게 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유명한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사건을 비롯한 각종 광적인 투기행위와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경제적 거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식시장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야성적 충동의 박람회장 같은 곳이다. 불합리한 행태가 왕왕 벌어지고 투자자들은 온갖 풍문에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사실은 그게 주식시장의 본래 모습이다. 거기에 참과 거짓 혹은 좋음과 나쁨과 같은 가치는 없다. 그냥 그런 것이다.
만약 주식시장이 합리적인 곳이고 예측가능한 곳이라면 기대감 자체가 성립 불가능하다.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합리적인 곳에서 초과수익에 대한 기대감을 있을 수 없으며 주식시장은 바로 그 기대감 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과수익에 사람들의 욕망과 기대감이 야성적 충동으로 발현되어 격렬하게 충돌하는 곳, 그것이 바로 증시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야성적 충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이 충동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충동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본래 모습을 인정할 때 비로소 해법이 마련될 수 있다.
이후에는 충동이 승화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나 수단이 강구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케인즈는 야성적 충동을 승화시킨다면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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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매가 벌어지기 전에 빠져 나오고 변곡점이 오기 전에 미리 들어가 있는 것이다. 늘 야수적 충동보다 한 발짝 앞서서 움직여야 한다. 충동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평범한 투자자인 우리 역시 '오마하의 현인'이 될 수도 있다.
김헌률 HMC투자증권 서초지점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