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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없는 전쟁 ②] IT제국 삼성, 서말 구슬을 미러리스로 꿰나

DSLR 대신 택한 미러리스 전선에 전자업 전반 저력 응집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17 22: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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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러리스 카메라는 문자 그대로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와 비교해 거울을 없앴다는 뜻이다. 더 정확히는 DSLR에서 반사거울과 프리즘을 없앤 제품을 말한다. 내부 공간을 줄여 카메라 외형을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여러 기술적 특징 그 자체보다는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DSLR 사이의 편리한 제품으로 우리나라 일반 소비자들에겐 더 두드러지게 각인돼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인들은 글로벌 시장 평균보다 두드러지게 미러리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미러리스 전쟁' 와중에 가장 두드러진 두 주자들이 가진 매력 키워드를 살펴 본다.

삼성전자에게 미러리스 카메라는 피할 수 없는 승부처다. 현재 전세계 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속적인 역성장을 기록하는 시장에서 DSLR 카메라는 수익성이 기대되는 파트다. 하지만 이 파트가 상대적으로 약한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미러리스와 스마트 카메라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자기업으로 강력한 위상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입장 정리에 적잖은 배경이 됐던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미러리스 카메라를 이야기할 때 '스마트 기능'과 '반도체'가 함께 거론되는 상황은 이런 풀이를 뒷받침한다.
   갤럭시NX는  
갤럭시NX는 "갤럭시에 (미러리스) 카메라를 얹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스마트성(통신)과 카메라의 결합이 잘 이뤄진 역작으로 꼽힌다. 사진은 메리어트호텔과 삼성이 갤럭시NX 관련 행사를 함께 진행한 모습. ⓒ 삼성전자

2012년부터 와이파이 전송 기능을 채용한 스마트 미러리스 카메라 NX20·NX210·NX1000·NX2000 시리즈를 내놨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세계 최초 안드로이드 OS를 채용한 미러리스 갤럭시NX, 하이브리드 AF 시스템과 초고속 연사 기능 등을 갖춘 히트 제품인 NX300과 NX300M을 선보인 점도 삼성전자의 노력을 보여준다.

◆통신과의 결합, DSLR보다 편리한 미러리스 소비층에 어필

"광학기술면에서는 역사가 짧아 따라갈 부분이 많지만, 카메라 사용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 가족끼리 봤는데 이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과 콘텐츠를 공유하고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에디트한다. 창조의 도구가 된 것이다.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도 프린터해서 앨범에 보관하기 보다는 메모리카드에 보관한다든지, SNS에 올려서 스페이스를 얻어 관리한다든지, 앞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사진을 더욱 네트워크에서 관리하게 될 것이다"

지난 2010년에 미러리스 카메라 NX100을 홍콩에서 발표할 당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가 취재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즉 삼성전자는 SNS에 기반한 카메라문화에 줄곧 주목하고 있었다는 신호를 추출해 낼 수 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이 사람들의 삶에 깊이 파고들면서 싸이월드 열풍 이래 발전해 온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 문화는 한층 업그레이드되기에 이르렀다. 사진을 그것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으로까지 발달함에 따라 이미지를 보다 쉽고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통신 기능을 탑재할 필요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 같은 상황은 미러리스 카메라에 더 중요한 화두가 됐다. DSLR이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편의성 문제를 치고 올라오면서 큰 게 미러리스였던 만큼 미러리스와 통신의 결합이 더 자연스러운 짝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스마트 기능에 일찍부터 천착해 온 삼성 미러리스가 소비자들의 시선을 당기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에서 그간 보여온 강력한 저력을 생각해 보면, 자신이 가진 장점을 잘 발휘해 다른 영역에서 큰 시너지를 얻은 사례로 이런 스마트 미러리스라는 개념을 볼 수 있다.

   한명섭 삼성전자 부사장이 최고 사양의 렌즈 교환형 미러리스 카메라 NX1을 소개하는 모습. ⓒ 삼성전자  
한명섭 삼성전자 부사장이 최고 사양의 렌즈 교환형 미러리스 카메라 NX1을 소개하는 모습. ⓒ 삼성전자
또 삼성전자 미러리스 영역은 또 고객의 작은 소리에도 먼저 귀 기울이고 이를 반영해 편한 제품을 만드는 이른바 '소비자 직관'에 일찍부터 열성을 보여왔다는 특징이 있다. 다가서기 위한 고객 참여형 제품 개발을 위해 각종 블로거 초청 행사와 출사 이벤트 등을 통해 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한 인력을 투입해 온 것.
 
이 노력에 따라 하이브리드 AF를 채용한 NX30, 최고급 렌즈인 NX 16-50㎜ S렌즈와 초고속 동조를 지원하는 SEF580A 플래시, 16-50 파워줌 렌즈를 번들로 채용한 스마트 카메라 NX3000 등 고객 요구를 반영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실적'이 제시됐다.

시스템 반도체 강화, 미러리스와도 연관

삼성전자의 능력과 열정이 미러리스에서 만나는 사례는 스마트 말고도 또 있다. 바로 반도체 문제다.

이번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미러리스 카메라 NX1을 공개했다. NX1은 더욱 강력해진 5세대 이미지 프로세서 'DRIMe V'를 탑재해 고품질의 이미지 촬영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전문가급 성능을 미러리스에 주문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다(DRIMe은 삼성에서 자체 개발한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 이미지 엔진 브랜드임).
 
또 야구 경기시 타격 순간과 같이 고속 장면 인식이 필요한 경우에 최적의 순간을 자동으로 촬영해 주는 '삼성 오토 샷(Samsung Auto Shot)' 모드도 이번에 새롭게 선보였다.
 
   삼성의 APS-C 이미지 센서 일명 'S5KVB2'. 미러리스 카메라 NX1에 채택됐다. ⓒ 삼성전자  
삼성의 APS-C 이미지 센서 일명 'S5KVB2'. 미러리스 카메라 NX1에 채택됐다. ⓒ 삼성전자
2820만화소에 BSI(이면조사형 센서) 방식을 최초로 적용한 APS-C 타입 CMOS 센서를 탑재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보다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4K(4096x2160)와 UHD(3840x2160) 화질의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도 지원한다.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탑재된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NFC(근거리 무선통신) 등도 구매 자극 요인이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부분은 APS-C 이미지 센서다. 삼성이 이번에 장착한 이 부품은 APS-C 센서로는 업계 최초로 BSI 공정 기술이 적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APS-C센서는 하이엔드 카메라와 준전문가급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주로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다. 기존 FSI 기술은 빛을 받아들이는 수광부 위에 메탈 배선층이 위치해 설계에 제약이 따르지만, BSI 기술을 적용하면 배선층 설계가 보다 자유로워 최적의 설계가 가능하다.
 
물론 이번 NX1에 대해 노이즈를 잡는 기능에 대해서는 기대보다는 못 미친다는 소리도 없지는 않다(샘플 사진의 노이즈 현상). 다만 삼성이 반도체 영역 중 메모리 반도체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영역으로 꼽혀 온 시스템 반도체를 강화하려 끊임없이 노력 중이며, 이 같은 노력이 미러리스 발전에 투사됨으로써 두 영역이 따로 또 같이 발전을 꾀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미지 센서는 삼성전자가 역량 강화에 부쩍 힘을 쏟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중 하나일 뿐더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다음으로 매출이 큰 분야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미러리스 카메라에 스마트 기능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역량 집중의 열의를 얹고 있는 점은 삼성이 이 영역에서 근성있는 승부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강한 방증으로 읽힌다. 삼성으로서는 한국 안방에서의 미러리스 경쟁에서 소니의 독주를 쉽게 허락하기 어려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