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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탐방] '3D프린터 선도' 국내 첫 모델링 허브 구축 '3D BOX'

디자인모크업, 프린터 연구·제작 "거품기 없앤 가격으로 대중화 기여할 것"

하영인 기자 기자  2014.10.17 15: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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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3D프린팅 산업이 떠올랐다. 정부에서는 창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여러 지원제도를 마련 중이며 3D프린팅 산업은 제조업 공정,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고가의 이미지와 함께 힘든 모델링 작업에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렵단 인식이 강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 모델링 허브를 구축해 무료로 배포한 기업이 있으니, 바로 3D BOX(대표 정선필)다.

16일 종횡무진하는 3D BOX의 행방을 알아보고자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자리한 아지트를 방문했다.

◆모델링 2000여개 보유 무료 제공·디자인모크업 지원

지금의 3D BOX를 설립하기 전, 금영설계 업무를 했다는 정선필 대표. 그는 일하던 중 금영으로 제작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해 고민했고 3D프린터로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어 정 대표는 3D프린터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앞으로의 비전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3D BOX에서 제작한 3D프린터와 제품 모습. 3D BOX에서 선보이는 제품은 완전 밀폐형으로 내부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제품이 틀어지지 않는다. = 하영인 기자  
3D BOX에서 제작한 3D프린터와 제품 모습. 3D BOX에서 선보이는 제품은 완전 밀폐형으로 내부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제품이 틀어지지 않는다. = 하영인 기자
그가 구상한 사업은 모델링 데이터 거래 사이트였다. 모델링은 3D프린터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설계도라 할 수 있는데, 제작이 힘든 만큼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이 없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특성상 프로그램을 사고파는 문화가 정립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모델링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모델링 허브'를 지난해 6월 개설했다. 음악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로드하듯 누구나 모델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현재 3D BOX는 2000여개에 달하는 모델링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마치 네덜란드에서 성공한 기업, Shapeways처럼 자연스럽게 변형됐다"며 "이 기업은 디자이너들이 모델링한 사진을 올리고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해주는 사이트"라고 말했다.

무료 배포함으로써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던 3D BOX였지만,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활기를 띠게 됐다. 홍보효과로 업계 내 인지도 상승과 함께 모크업(Mock Up) 요청이 쇄도한 것. 특히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모델링 허브에 관심을 가져 협력 요청도 들어왔다.

정 대표는 "모델링을 보유한 회사는 3D BOX가 국내 유일, 처음으로 시도했기 때문에 업계에서 이름도 제법 알아주는 편"이라고 자부했다.

이어 "3D BOX에서는 PLA, ABS 두 가지 소재로 디자인모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PLA는 수축 현상이 적어 틀어짐이 거의 없는 반면 열에 약하고 ABS는 수축이 심하지만 열에 강할 뿐만 아니라 매우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PLA 소재를 많이 요구하지만, 제조업에서는 ABS를 선호한다는 부연도 있었다.

한 달 기준 많게는 10건에서 15건이 접수되며, 건당 몇 만원부터 많게는 250만원을 받고 있다. 그간 로봇청소기와 드라마 명판 제작 등 여러 작품을 만들어온 3D BOX는 인상 깊었던 제작품 중 애완동물 집을 꼽았다.

"일반 가정에서 강아지 집 요청이 들어와 디자인 설계부터 모든 제작 과정을 도맡아 진행한 적이 있어요. 반려 동물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집을 만들어 준 고객도, 저도 만족스러웠던 경험이었죠."

◆상반기 매출 5000만원…적지만 끈끈한 팀워크에 막힘없는 '질주'

사업 초기에는 정 대표 혼자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진행했다. 1인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허브를 구축하는 등 투자만 계속 이어질 뿐이었다. 그러다 차츰 직원을 뽑기 시작했으나 개인사정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던 직원도 있었다.

정 대표는 "책임에 어깨가 무거워지는 만큼 더 열심히 임하게 됐다"며 "밤을 새는 날이 잦아도 육체적인 피로보다는 몸이 안 좋았던 직원이 건강악화로 퇴사하는 등 그럴 때가 더욱 가슴 아프고 힘들다"고 탄식했다.

이에 보태 이원진 팀장은 "정이 많고 따뜻한 인성의 대표를 믿고 이 사업에 동참하게 됐다"며 "직원을 뽑을 때 학력 등 스펙을 보지 않고 인품과 일 처리 능력을 더 중시한다"고 거들었다.

현재 직원은 그와 1명의 팀장, 단둘뿐이지만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3명의 직원을 추가 채용할 계획인데, 정 대표는 무엇보다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 일을 좋아하고 열정 있는 사람을 구할 예정이라고 첨언했다.

3D BOX는 직원 수와 비례해 준수한 업력을 쌓고 있다. 모델링 허브를 기반으로 밑작업한 결과 올해 초부터 수익이 발생하더니 상반기 기준 5000만원을 달성했다. 투자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이다.

그는 5년 내 연매출액 50억원이 목표라며 "사업이 초기단계인 만큼 기초를 다지고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억대에 달하는 레이저 프린터를 300만원대까지 내릴 계획으로 나중에는 창업자들을 위해 이벤트를 열어 제품을 무상지원하고 싶다는 포부다.

◆내달 3D프린터 출시 계획 "업계 '혁신' 일어날 것"

지난해부터 사업을 이어나가던 3D BOX는 올해 1월28일 정식으로 설립함과 동시에 사업 흐름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3D프린터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여러 문제점이 눈에 띈 것.

'이런 점을 이렇게 개선하면 좋을 텐데, 이 부분은 이렇게…' 해외에 비해 큰 발전양상을 보이지 못하는 국내 3D프린터계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정선필 대표. 그는 비영리단체 타이드 인스티튜트에서 진행한 창업경진대회에서 당당히 3등했다. = 하영인 기자  
정선필 대표. 그는 비영리단체 타이드 인스티튜트에서 진행한 창업경진대회에서 당당히 3등을 차지했다. = 하영인 기자
정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3D프린팅 산업을 봤을 때 국내는 2% 정도에 불과하다"며 "시장이 너무 좁지만 바꿔 생각하면 또 그만큼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그는 국내 3D프린팅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3D프린터를 제작하기로 다짐하게 됐다.
 
사무실에 있던 5대 제품을 모두 처분하고, 현재 직접 생산한 중형사이즈 3D프린터 두 대를 시범운영 삼아 사용 중이다.

그는 그간 모델링 허브, 모크업 등으로 다져진 노하우를 접목시키는 동시에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기존 제품보다 한층 향상된 고성능 3D프린터를 출시하겠다고 자신했다.

정 대표는 "내달 5일부터 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3D PRINTING KOREA 2014'에 참가해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거품기를 싹 걷어낸 가격으로 기업은 물론, 창업의 아이템이자 대중화할 수 있도록 선도할 것"이라고 큰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 "기존 제품 10분의 1 가격을 예상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시장가격 수준을 안정화하고 타 업체와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로 승부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을 더했다.

한편, 3D BOX의 이번 신제품은 일반 가정에서도 쓰일 수 있도록 딱딱한 디자인에서 탈피, 부드럽고 심플한 디자인을 내세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