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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국감'

이보배 기자 기자  2014.10.17 14: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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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국정감사는 시전 전부터 부족한 준비기간으로 인해 부실국감이 우려됐다. 그리고 이 걱정은 현실이 됐다. 국감 중반부에 들어섰지만 튀기 위해 '보여주기'식 국감에 몰두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잘못된 자료를 내놓거나 엉뚱한 질의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사상 최대인 672곳의 피감기관을 선정했음에도 벼락치기 일정을 세운 탓에 이슈도, 대안도, 변화도 없는 국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인채택 문제로 벌어지는 여야 간 지루한 말싸움과 파행, 상대 당 의원 비방과 피감기관에 대한 '호통' 등의 악습은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다. 
 
환노위는 대기업 총수 증인채택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국감 초반 이틀이라는 시간을 까먹었고, 정무위도 같은 이유로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지난 8일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에게 "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박차며 나간 것. 
 
기획재정위에서는 야당 의원이 금융통화위원에게 "한글도 모르느냐"고 고함을 질렀고, 국방위에서는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 등이 야당 의원을 지목해 막말성 비방메모를 돌리다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보여주기식 국감도 이어졌다. 국감 첫날 환노위 국감장에는 생태계 교란종인 '괴물쥐' 뉴트리아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환경부가 체계적 공조 없이 퇴치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오히려 뉴트리아의 서식지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질타하기 위해 가져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환노위 국감 파행으로 국감장 테이블에는 서 보지도 못한 채 오후 내내 대기만 하다 돌아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감장에선 이끼가 등장했다.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에게 "이끼 불법단속현황, 생산과 판매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손수 이끼를 들어 올려 보여줬고, 난데없는 이끼의 등장에 이 장관은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안행위 국감에서는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장비 실태를 보여주기 위해 화재 진압복으로 중무장한 보좌관을 등장시켰다.  
 
물론 국감장에서 연출되는 각종 소품 시연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국감장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일단 튀고보자'는 식의 소품 활용은 관심끌기용 쇼에 그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가운데 잘못된 자료를 내놓거나 엉뚱한 질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야당 의원은 분유에 들어간 나트륨 함량을 문제 삼았다가 모유나 국제 기준량과 별 차이가 없다는 반론에 머쓱해졌고 전문지식이 부족해 번지수를 잘못 짚는가 하면, 국감 도중 지역 민원해결에 나서는 의원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외유성 국감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 정무위는 1박2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로 가는 해외 국감 일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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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베이징과 도쿄의 사무소에는 직원이 각각 2~3명에 불과한데다, 국책 은행 등도 대부분 연락 사무소 수준이어서 해외 국감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 국정감사를 위해 베이징에 들렀다가 국감에 앞서 중국 뮤지컬을 관람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보여주기식 부실 국감 논란, 올해도 '역시나' 바뀐 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