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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노동자 감정노동 의식 "생각 차 크지 않다"

무리한 친절 오히려 서비스질 하락…실질적 직무훈련 필요

추민선 기자 기자  2014.10.16 10: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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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감정노동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이후 많은 단체와 기관에서는 수많은 활동을 통해 감정노동에 대한 정부규제 도입을 촉구했고 사업장에서의 경영방식 재고를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 노동환경연구소는 노동자 실태조사를 통해 사업장에서의 변화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소비자 의식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소비자의 이유 있는 불만'에 주목해 기업주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친절을 진정 소비자가 원하는 것인지 확인하고 소비자의 불만은 과연 이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는 692명이다. 이들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판매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공무원이며 응답자의 80.5%가 20~40대 여성으로 구성됐다.

또한 소비자 참여자 수는 1000명이었으며 남성 34%, 여성이 66%다. 응답자 연령대는 10대부터 60대까지 고르게 분포됐다.

◆노동자·소비자 스트레스 원인 '인격무시'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따르면 고객대면 노동을 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요인으로 무시(반말·40.1%)이 1위에 꼽혔다. 이어 △고객의 부당한 요구(37.6%) △독촉(12.7%) △다른 업체나 직원과의 비교(5.1%) △질문에 무응답(4.4%) 순이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소비자의 이유 있는 불만'에 주목해 소비자 의식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노동자와 소비자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프라임경제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소비자의 이유 있는 불만'에 주목해 소비자 의식조사를 시행했다. ⓒ 프라임경제

소비자 역시 본인이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할 때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으로 무시(반말·60.2%)를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감정노동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노동자와 소비자가 모두 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

이외 △부당한 요구(20.4%) △질문에 무응답(7.5%) △독촉(7.2%) △다른 업체나 직원과의 비교(4.7%)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고객의 항의와 불만에 대한 노동자와 소비자의 의식을 비교한 결과 노동자의 경우 서비스에 대한 항의를 주로 '직접 화를 내거나 문제제기(34.5%)'하고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다음은 '고객센터로 연락(29.1%)'이 뒤를 따랐다.

반면 서비스에 불쾌함을 느꼈을 때 취한 조치에 대해 소비자들은 '참았다(51.5%)'라고 답해 상노동자와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차순위는 고객센터로 직접연락(17.6%), 노동자에게 직접화를 내거나 문제제기(16.5%)등이었다.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 고객은 불만을 토로할 때 노동자에게 직접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 고객 항의를 직접 받는 사람이 고객 접점에 있는 노동자임이 분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 항의 "분명한 이유 있다"

고객이 항의하는 이유에 대해 노동자들은 '고객을 기다리게 해서'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아서(21.4%), 내가 상담을 해결하지 않고 전화나 서비스를 다른 사람한테 돌리기 때문(21.4%)이라는 답변은 다음 순위였다. 실제 이는 노동자들이 전체적으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다.

아울러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일손이 모자라 바쁘다(38.8%)'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너무 다양한 요구를 들어줘야 해서 힘들고 귀찮다(30.5%)', '직무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아 정확하게 잘 모른다(14.3%)' 등의 이유도 고객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에 힘든 점이었다.

이에 대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고객의 이유 있는 항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원에는 고객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고 해석했다.

소비자의 경우 노동자들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교육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아서(45.6%)'라고 답변해 약간의 대조를 이뤘다. 바쁜 업무(45%)는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으며 직원이 게을러서라는 의견도 9.3%를 차지했다.

   감정노동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기업과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네어버 블로그  
감정노동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기업과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과도한 친절은 오히려 고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비자의 59.7%는 노동자의 과도한 친절로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오히려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응해 노동자들은 바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알맹이 없는 친절 서비스교육은 오히려 소비의식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실질적으로 필요한 직무훈련을 요구했다.

◆부족한 기업 노력 vs  변화하는 소비자

노동연구원은 감정노동 문제가 한국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지난 한 해 동안 기업 내부에서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활동'이 제한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불필요한 친절교육·노동자 감시·고객불만이 있는 경우 노동자에게 주는 벌칙·악성고객을 피할 수 있는 권리 영역에서 30~40% 수준 나아지고 있다는 응답이 있었으나 고객홍보(캠페인)·정신적 피해자 지원·고충처리 등의 경우 10%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소비자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는 "악성고객 감소, 무리한 요구 감소, 감정노동 캠페인에 호의적으로 변화했다고 답한 응답이 전체 20~30% 증가해 감정노동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크게 달라지는 점을 발견했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노동자와 고객이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한 연구원은 "이유 있는 불만을 가진 고객과 이를 제대로 응대하지 못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 노동자는 양쪽 다 피해자"라며 "피해를 제공하는 주체는 결국 기업인데 직무훈련 부족, 과도한 영업목표, 불충분한 휴게 및 평가제도, 악성고객 관리시스템 부재 등의 문제를 양산하는 주체가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여기 더해 "고객과 노동자는 서로 윈윈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상호가 갈등을 겪고 피해자가 된 것은 결국 부적절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 역할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