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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경환의 마이웨이' 속 모르는 밀어붙이기 그만!

기준금리 0.25% 추가인하…중앙은행 굴복 논란에 정책 무용론 재점화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0.16 10: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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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기준금리가 15일 2.00%로 두 달 만에 또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 이후 사상 최저점이다. 만성적 경기침체와 경제주체들의 부진한 소비심리가 4년8개월 만에 '초저금리 재진입'을 이끌면서 증시를 비롯한 시장 호응이 기대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날 장중 10포인트 넘게 반등했던 코스피지수는 약보합에 발목이 잡혔고 통화정책 무용론이 확산 중이다. '초이노믹스'의 최대 무기였던 심리적 부양효과에 시장은 100일도 안 돼 내성이 생겼다는 뜻으로 채권 전문가를 위시해 내년 1분기 중 1%대 '초초저금리' 진입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시장이 더 강력한 처방을 기대하는 것을 넘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당국은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을 풀려고 하는데 정작 돈을 쓰고 돌려야하는 개인, 즉 가계는 꿈쩍도 안 한다. 이유는 뭘까? 이쯤 되니 누구나 아는 것을 정부만 모를 리 없고 일부러 외면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작품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부동산 부양을 축으로 삼은 '초이노믹스'의 전제조건은 낮은 금리다. 이를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에 맞춰 한국은행은 싼 대출이자를 목표 삼아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중앙은행의 정권 예속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거의 전권을 주다시피하며 밀어붙인 초이노믹스가 겉돌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이 늘지 않는 가계는 더 이상 빚을 낼 여력조차 없다는 걸 간과한 탓이다. 

앞서 한국은행 스스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가계대출이 이와 비슷한 0.24%포인트 늘어난다고 인정한 바 있다. 지난 8월 금리가 15개월 만에 전격 하향 조정됐을 때도 1개월 사이 가계대출 잔액은 5조원 가까이 불었다.

일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옳게 가고 있나 싶지만 소득지표를 보면 오히려 반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임금은 1.8% 늘어나는데 그쳤고 2분기에는 0.2%에 머물렀다. 결국 올해 상반기 동안 월급을 비롯한 소득은 1%도 채 늘지 않았는데 빚만 불어난 것이다.

전세난 가중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현실화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대출금리만 내리는 게 아니라 예금금리도 낮아지므로 집주인 입장에서는 돈이 묶이는 전세보다 다달이 수익이 나오는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역세권 인근은 최근 전세가율이 집값의 70%를 웃도는 지역이 속출하고  필자를 포함한 해당지역 전세 입주자들은 이미 전세자금 대출을 낀 경우가 허다하다. 주택 실수요자가 대부분 20~30대 직장인과 신혼부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뻔한 월급에 오히려 빚을 더 얹어 집을 산다?'는 말 그대로 '두고 볼 일'이다.

여기서 최경환 부총리가 놓친 것은 주택실수요자의 얄팍한 통장만이 아니다. 당장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16일 코스피가 장중 1% 가까이 추가 하락해 1900선 붕괴도 현실이 될 판이다. 최근 미국의 경제회복 속도가 느려짐과 동시에 유로존,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경기악화가 두드러지면서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

달러강세 상황에서 국내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환차손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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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선진국대비 국내금리 차이가 사상 최저치 수준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를 비롯한 신흥국의 상대적 고금리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단통법을 비롯한 박근혜 정권의 정책 상당수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식의 '개악(改惡)'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기대를 모았던 초이노믹스가 속 모르는 '마이웨이'로 또 다른 개악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