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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스포츠세상] '벼랑 끝' 비인기스포츠 언론책임론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기자  2014.10.16 08: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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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인천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4일 폐막했다. 한국은 5회 연속 종합 2위(금메달 79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4개)라는 값진 성과를 수확해 종합 2위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몫을 한 복싱, 사격 등과 같은 비인기종목의 쾌거는 모든 국민이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일부 인기종목의 입장권은 매진된 반면, 비인기 종목 경기장은 썰렁했던 것을 봤을 때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만족할 수준은 아닌 듯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는 지난달 중순 전국 성인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아시안게임 관심 종목을 물었다. 30.1%가 축구를 손꼽아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야구(17.0%), 수영(13.5%), 양궁(10.3%), 리듬체조(9.5%), 태권도(2.7%), 육상(2.2%) 등의 순이었다.

축구라고 답한 응답은 50대(37.4%), 야구는 30대(25.3%), 수영은 30대(19.0%), 양궁은 60대 이상(11.7%), 리듬체조는 20대(10.9%)에서 응답률이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이 축구 37.4% > 야구 22.7% > 수영 9.2% > 양궁 7.6%, 여성은 축구 22.9% > 수영 17.6% > 양궁 13.0% > 리듬체조 11.9% 등으로 다소 다른 관심도를 보였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놓고 볼 때, 앞으로는 국민의 관심이 축구나 야구와 같은 인기종목에 편향되지 않고 양궁이나 육상과 같은 비인기종목에도 집중될 수 있도록 기업과 대중매체의 적극적인 후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란 생각이 새삼 든다. 
 
비인기종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의 관심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 국민의 관심과 시선을 비인기 스포츠로 돌리기 위해서는 국민들로 하여금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하도록 인프라 및 사회 분위기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

일생에 단 한 번도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에 어떻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아시안게임 개최 전 설문조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본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경기도 본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인기 스포츠 참여의 기회는 현재 메가스포츠 이벤트 개최 직전에만 일시적으로 국민들에게 제공된다. 이것이 우리나라 비인기 스포츠의 현실이다. 참여 기회를 좀 더 장기적으로 제공한다면 흥미유발뿐 아니라, 나아가 국민의 자발적 참여까지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혹자의 견해다.

학창시절 접하는 틀에 박힌 운동종목도 문제다. 따라서 학생들로 하여금 초·중·고 시절부터 다양한 비인기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비인기종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분명히 늘 것이다.

기업은 인기스포츠를 통해 다수에게 자사 상품을 노출시키고, 또 투자대비 최대이득을 얻길 원한다. 그러나 대중매체의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국민의 흥미를 유도한다면 기업의 후원을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특정 메달권 비인기 종목을 선정해 단기적 홍보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비인기스포츠도 반짝 홍보를 위한 수단이 아닌 온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인기스포츠로 탈바꿈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무한도전'과 '우리동네 예체능' 등의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무한도전'에서는 비인기종목(스키점프, 봅슬레이, 복싱, 조정 등)을 연예인들이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는 볼링, 배드민턴, 테니스와 같은 종목을 사회체육인팀과 연예인팀이 대결하는 구도로 프로그램을 짜 국민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했다.

그러나 현재 비인기 스포츠의 중계의 경우 지상파 또는 케이블채널 조차 송출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비인기 종목 중계를 할 경우, 방송 단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주관 방송사인 KBS의 경우 인색한 중계방송으로 비난을 받았던 사례도 있다. 육상이 비인기 종목이어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져 광고 수익이 낮아 중계 시간을 많이 배정하기가 어려웠다는 게 당시 KBS의 입장이다. 이런 궁색한 변명은 비인기 스포츠를 더 비인기 스포츠화로 부추기는 행위로 보인다.

현재 이에리사 의원은 비인기종목 활성화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한국스포츠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비인기 종목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 비인기 종목방송을 의무 편성토록 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법율 개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또 "스포츠 방송 확대를 통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나아가 취미생활 등 실제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스포츠용품 광고 등을 통해 스포츠산업 전반의 동반상승 효과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 역설했다.

대중매체와 기업이 스포츠가 국력의 바로미터임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인기종목과 더불어 비인기종목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 비인기종목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길을 잘 다져준다면, 비인기종목도 앞으로는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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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있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전체에서 비인기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후원이 끊이지 않길 기원한다.  

김재현 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문화레저스포츠마케터 / 저서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당신에게> <기록으로 보는 한국 축구 70년사> 외 / 국립서울과학기술대 스포츠과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