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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통법, 고려공사삼일 유감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15 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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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단통법이 시행 직후부터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앞서 단통법이 큰 기대를 모으며 통과된 것을 생각하면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2일 이 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15명 중 찬성 213표, 반대 0표, 기권 2표로 통과됐다.

정의당이 이 법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의사를 전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쪽 의원 중에서는 개정안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단통법이 폐지돼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우선 이 법이 시행된 후 싼 가격으로 단말기를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오히려 비싸게 사야 하는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국회에서 제대로 시나리오를 검토하지 못한 채 '통과'를 외친 탓이 크다.

즉 단말기 구매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단통법에 분리공시 시행령을 적용하는 것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금 나오는 개정안 추진 얘기도 이 분리공시 문제를 직접 겨냥해 수정 조치를 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추진 국면에서 이동통신 3사 및 팬택과 삼성전자 간 의견이 상반됐는데 정책 결정은 삼성전자 의견대로 됐다고도 얘기한다. 하지만 삼성의 의견이 반영된 안(이른바 영업기밀 보호 요청)으로 완성됐다는 그 자체가 악이라기보다는, 문제점을 미리 걸러내지 못한 채 출발선상에 법안을 세운 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때마침 단통법은 여야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세월호 참사 책임론 등을 두고 공방을 벌이던 때 논의됐다. 단통법의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문제점을 미리 짚지 못하고 꼭 실전에서 쓴맛을 봐야 알 수 있는 게 우리 입법부 수준이라면, 단통법 같은 복잡한 현안은 애초에 더 신중히 긴 호흡으로 논했어야 하고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따졌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이뤄진 것 같다. 

고려가 망할 때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채 수시로 뒤집고 고치려 손을 댔다 해서 '고려공사삼일'이라는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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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통법도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을 좀 더 두고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와, 이미 문제가 크게 나타나고 있으니 하루바삐 고쳐야 한다는 소리가 모두 일정 부분 옳고 그래서 더 안타깝다. 개정안을 수시로 논의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지만, 애초에 바로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허점투성이 법안을 내놓는 데 급급한 체질을 고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