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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국감] 주식시장 흐리는 '검은머리 외국인' 실체 잡았다

외국인투자자 20% 조세회피처 법인 "상당수는 내국인"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0.14 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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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주식시장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투자자 5명 가운데 1명은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은닉한 것은 세금을 피하려는 목적이 짙은데다 당국은 이들 중 상당수가 내국인이 외국인으로 둔갑한 일명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추정을 하고 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직(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국내 등록된 케이만군도 등 55개 조세회피처 소재 투자자 수는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7626명이었다. 이는 국내에 등록한 외국인투자자 3만8437명의 19.8%에 달하는 수치다. 외국인투자자 5명 중 1명은 조세회피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 중 케이만군도가 2944명(7.7%)로 가장 많았고 △룩셈부르크(1525명·4.0%) △홍콩(859명·2.2%) △영국령버진제도(748명·1.9%) △버뮤다(342명·0.9%) 순이었다. 이밖에 다른 조세회피 지역을 근거지로 삼은 내국인 주식투자자도 1208명(3.1%)이나됐다.

특히 조세회피처 소재 외국인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주식은 46조7000억원 규모로 전체 외국인 보유액 424조2000억원의 11% 수준이었다. 금액 순으로는 룩셈부르크 소재 투자자가 25조1960억원(5.9%)으로 가장 투자 규모가 컸고 케이만군도 8조697억원(2.1%), 홍콩이 5조6490억원(1.3%) 등이 뒤를 따랐다.

이밖에 버뮤다 지역이 3조1910억원(0.8%), 기타 조세회피 지역과 영국령 버진제도가 각각 2조4490억원(0.6%), 1조4870억원(0.4%)을 차지했다.

이 의원은 "이들 조세회피처 소재 외국인투자자 상당수는 실제 외국인이 아니라 세금 회피 목적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해 자금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려는 내국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작년 말 기준 총수가 있는 40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해외법인 중 10대 조세회피처 지역에 주소를 둔 법인은 86개사로 1년 전보다 59.3%나 늘어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금융당국은 관련 규정을 개선해 내국인이 증권 취득을 목적으로 해외 법인 명의의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한 경우 거부 또는 취소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내국인이 외국인으로 둔갑해 국내 증시에서 차익을 얻고 양도세·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며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내국인 투자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