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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면회'로 유통기한 끝? 최태원 '10년 PI경영' 노하우

SK글로벌 사태 이후 이미지 메이킹 와르르…가석방에도 악영향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13 16: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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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너가 없으면 기업의 대규모 해외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은 사실상 정설처럼 통용되는 담론 중 하나다. 일단 논란은 있지만, 주요그룹 오너가 구속된 경우 주로 언급된다.

이 같은 주장은 '재벌 솜방망이 처벌' 우려와 맞부딪히는 논제다. 법률 집행의 공정성과 기업의 경제적 역할론 사이에서 어느 정도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쉽게 판가름이 나지 않는 이슈이기도 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는 이 같은 위기 의식 고취 방식보다는 '한 단계 우월한' 이미지 경영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영어 생활'을 겪을 때와 경영 일선에 복귀할 때에도 이 같은 활동은 상당히 일관성을 갖고 진행된 것으로 해석돼 눈길을 끈다.

사회공헌 저서 출간…과거 수감+소버린 사태서도 '이미지' 덕

최 회장은 최근 사회공헌 관련 도서를 두 권 펴냈다. 수감 생활 중에는 집필이 가능하지만 필기구와 자료 사용 등에서 아무래도 외부 생활보다 불편한 점이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전에도 최 회장은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는 것. 당시 최 회장은 출감 이후 즉각적인 경영일선 복귀 대신에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묘에 참배하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에 참여하는 등 봉사 행보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논란이 결국 소버린에 의한 경영권 분쟁 등 굵직한 이슈와 얽히면서 문제의 단초를 제공한 최 회장이 자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수감 생활과 그 이후 위기 속에서 오너 일가의 이미지 메이킹에 상당히 공을 들이며 때를 기다린 것으로도 보인다.

실제 사외이사 비중을 70%로 확대하는 한편 투명경영위원회 신설, 사외이사들로 감사위원회 구성 등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놔 한국식 재벌구조의 도덕성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수감 생활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굵직한 사업 추진에 아무래도 오너 부재 상황이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과거 에너지 사업 관련, 호주 탄광을 방문한 최 회장의 모습. ⓒ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수감 생활이 길어지는 가운데 일부 굵직한 사업 추진에 아무래도 오너 부재 상황이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사진은 과거 호주 탄광을 방문한 최 회장의 모습. ⓒ SK그룹
아울러 손길승·김창렬씨 등 전문경영인들을 퇴진시키기도 했다. 이는 책임을 창업공신 등에게 떠넘기고 '최종현→손길승 →최태원'으로 이어지는 세대 승계를 가속화함으로써 오히려 위기를 통해 오너 일가인 자신의 위상을 굳건히 한 시도라는 해석도 낳았다.

어쨌든 이 같은 이미지 경영은 대체로 높은 평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봄 SK(주)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이사 재선임안을 놓고 소버린 외의 외국인 주주들이 SK그룹쪽 손을 들어준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SK그룹은 2000년대 초반 SK글로벌 사태를 겪으면서 이를 분기점 삼아 회장 이미지 확립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른바 PI마케팅(President Identity Marketing)의 성공 사례라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은 13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최 회장이 1800회 가까운 다수의 특별면회(공식 명칭은 장소변경접견) 및 변호사 접견을 누렸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새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수감자는 누리기 어려운 특별면회를 자유자재로 이용한 데다, 심지어 당국의 특별면회 관련 규정 자체도 위반한 횟수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변호사를 만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로 제한이 없는 게 맞지만, 서 의원은 재벌이 재력을 내세워 다수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들을 통해 하루에도 3~4차례 변호사 면회를 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황제면회' 논란 불거지면서 과거 '옥중경영'까지 비판 불똥튈라

이 같은 서 의원의 지적은 몇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우선 과거 수감 생활 중 옥중경영까지 함께 비판 대상으로 재조명될 수 있다는 점이다.

SK글로벌 사태 당시, SK그룹은 면회객 관리 등을 통해 이른바 최 회장의 옥중경영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글로벌 사태 이후 오너 수감 사태를 맞이하는 그룹에서는 옥중경영 문제를 놓고 전례를 참고하기도 했던 것으로 회자된다.

그런데 이번에 특별면회 과다 사용 혹은 규정위반 사용은 물론 변호사들을 적극 활용한 외부 세계와의 접촉 문제가 드러나면서, 과거에는 기업의 고충쯤으로 받아들여졌던 '옥중경영이 가능했던 특혜 시스템의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이는 현재 수감 중인 그가 외부의 호평을 받을 만한 행보를 보인다 해도 이제는 상당한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는 뜻이 된다. 무엇보다 이는 과거 2000년대 초반 수감 시절의 행보까지도 모두 도매금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국면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PI' 이미지 경영 추락, 가석방에도 악영향? 

둘째, 현재 수감 생활 중인 최 회장은 최근 '가석방' 관련 이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특별사면'이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면, 가석방은 형사법 체계상 비교적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을 수 있기 때문에 특혜 논란에서도 일정 부분은 자유로울 수 있다. 최 회장은 이미 형기의 1/3을 마쳐 가석방 요건은 갖춘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 가석방 등에도 영향이 없을 수 없다. 이미 바깥 세상에서 기업활동의 여러 결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새삼 가석방이 필요하겠느냐는 불평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옥중경영 만으로도 일상적인 기업 경영과 큰 차이는 없지 않냐는 논란을 거슬러 가석방을 하는 것은 자칫 특별사면 이상의 국민정서상 반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서는 최 회장이 공범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는 평이 뒤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특혜 시비까지 불거진 직후에 가석방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른 재벌 오너들에 비해 세련된 이미지 경영을 구사하고 또 이것이 과거 수감과 복귀 과정에서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한 것을 본 게 사실인 만큼, 최 회장이 두번째 옥살이 중 이미지 경영의 민낯이 드러나는 상황을 겪게 된 상황은 그 자체는 작은 상처라도 더 쓰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