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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달콤한 고구마, 재능과 사랑을 그대에게"

재능기부 프로젝트, 130여명 참가·판매 수익 장학금 전달

하영인 기자 기자  2014.10.13 13: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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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9일 새벽 5시경, 경기 파주시 월롱면에 자리한 고구마 밭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전국 대학생 재능기부 운동본부 아띠참(대표 조희승)이 주관하는 재고마(재능기부 고구마) 수확 준비가 시작된 것.

봉사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얽히고설킨 고구마 순을 일부 거둬놓기 위해 고구마 캐기 달인들이 이른 꼭두새벽부터 파주 농장을 찾았다.

   한글날 진행된 이번 고구마 수확 행사에 1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봉사자들의 땀방울이 모여 수확의 계절 가을의 의미를 더욱 새롭게 했다. ⓒ 프라임경제  
한글날 진행된 이번 고구마 수확 행사에 1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봉사자들의 땀방울이 모여 수확의 계절 가을의 의미를 더욱 새롭게 했다. ⓒ 프라임경제

매서운 추위에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선발대는 "오늘 작업을 마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며 "앞으로 올 봉사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번 재고마는 5월 대학생이 주최가 돼 마을 주민들과 기업이 참여해 직접 심고 가꿔낸 공동작목으로, 올해 5회를 맞았다.

특히 재고마 판매 수익금 전액은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수여하며 고구마 20박스는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에 위치한 소공동체 '작은 평화의 집(원장 장은경)'에도 기부하는 뜻 깊은 행사다.

오전 9시가 지나자 나눔 실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자 나선 봉사자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약 1983㎡(600평)에 이르는 농장 면적만큼 투입된 인원도 130여명에 달했다.

아띠참 관계자와 청춘농활 대학생 30여명을 비롯해 용산구시설관리공단(이사장 김한영) 임직원과 가족 20명가량, 제니엘(대표 박인주)의 봉사랑 회원 약 80명이 한 데 모였다.

   이번 재고마 봉사활동에서는 용산구시설관리공단 임직원과 가족 20명과 제니엘의 봉사랑 회원 약 80명이 함께 뜻을 모았다.  ⓒ 프라임경제  
이번 재고마 봉사활동에서는 용산구시설관리공단 임직원과 가족 20명과 제니엘의 봉사랑 회원 약 80명이 함께 뜻을 모았다. ⓒ 프라임경제

오후에는 파주시가 지역구인 황진하 국회의원도 현장에 방문, 좋은 취지의 봉사활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불편한 사항이 있으면 적극 돕겠다고 제언했다.

호미를 들고 재고마 수확에 뛰어든 그들은 인원을 나눠 한 두둑씩 고구마 순을 치고 비닐을 걷어냈다. 한 두둑이 50미터 정도로 만만치 않은 양이었다.

'한 두둑만 판다' '내가 가장 큰 놈을 캘 거야' 장난스러운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땅 위 불그스름한 재고마들이 늘어만 갔다. 호미로 땅 파랴 고구마 뽑으랴 지친 마음을 달래줄 새참도 마련됐다.

새참은 고구마를 캐는 손길에 힘을 불어넣고 속도도 한층 불붙게 만드는 위력을 선보였다. 이날 활기를 담당한 공단 임직원의 어린 가족들은 조심조심 고구마 두둑을 건너다니며 "누나, 개구리 좀 잡아주세요" "고구마가 엄청나게 커요"등 엉뚱한 말로 웃음 바이러스를 뿌렸다.

한 곳만 캐도 줄줄이 따라 나오는 고구마 행렬은 재미를 더했다. 알알이 튼실한 몸을 뽐내는 고구마들은 수확의 참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벌건 속살을 드러낸 재고마들은 곧 한 곳에 모여 정성스레 박스에 담겼다. 제니엘 소속 봉사랑 회원들은 점심 무렵 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서운치 않게 각자 '복불복 랜덤박스' 한 박스씩을 품에 안았다. 수확한 재고마 중 일부 80박스를 제니엘에서 구매키로 했기 때문.

봉사랑을 이끄는 정태훈 제니엘휴먼 대표는 "봉사랑 회원들과 재고마라는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수확과 구매를 통해 나눔을 실천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많은 인원이 빠져나갔음에도 재고마 수확에 대한 열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오후 내 여름처럼 뜨거웠던 뙤약볕이 지고 점점 깊어지는 가을밤에도 호미질은 멈출 줄 몰랐다.

고구마 200여 박스를 포장하고 뒷정리까지 모두 마친 시각은 저녁 8시. 일을 끝마친 그들은 온몸이 흙투성이가 됐지만, 보는 이의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함박웃음을 보였다.

조희승 대표는 "이번 재고마 수익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하는 데 쓰일 계획"이라며 "많은 참가자가 재능을 기부해준 덕에 무사히 재고마를 수확하고 뜻 깊은 일에 쓸 수 있게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