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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키우는 뿅망치 처벌' 수억 챙겨도 고작 벌금 얼마

보험업계·금융당국 긴밀한 협조체계 유지…제도적 보안 필요

이지숙 기자 기자  2014.10.13 09: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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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매년 조직화·지능화하며 진화하는 보험사기에 맞서 정부와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최근 보험사기는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 종사자가 전문지식을 악용해 보험사기에 관여하거나 다수의 인원이 조직적으로 보험금을 노리며 의료인들이 연루되는 등의 사례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SIU, 보험사기 인지시스템, 캠페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험사기 방지에 힘쓰고 있으며 금융당국도 보험사기 관련 제도를 개정·신설하며 보험사기 예방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벌금형에 그치는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과 효율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SIU' 내세워 보험금 누수 방지

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 보험사들은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를 조직해 운영 중이다.

SIU는 보험범죄 예방 및 적발을 위한 전문부서다. 삼성화재가 지난 1996년 업계 최초로 도입했으며 제보된 각종 보험범죄 의심건에 대한 조사·적발이 주 업무다. 이들은 현장조사 업무를 주 업무로 삼는 만큼 팀원들의 출신도 독특하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현재 동부화재 SIU의 경우 총 39명이며 조사팀장 23명은 전원 전직 경찰관 출신들로 강력, 지능, 경제, 사이버수사, 교통 등 전직 재직 때 다방면에서 근무했던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형보험사는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는 보험계약 및 보상처리 등에 관한 정보를 데이터화해 접수받은 사고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스코어가 산출된 경우 손해 확대의 위험도가 높은 사고에 대해 자동 분석하는 체계다.

현대해상은 2010년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보험사기 인지 시스템 'FDS(Fraud Detection System)'를 구축, 자사 보험청구 정보와 보험개발원 보험청구 통계정보를 종합 분석해 보험사기 위험도를 자동 경고하도록 했다.

한화생명도 보험심사 전문 시스템인 'H-CESS(Hanwhalife Claim Expert Search System)'을 운영 중이며 삼성화재도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IFDS, Insurance Fraud Detection System)을 마련, 보험가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해상 SIU 직원이 차량공업소에서 파손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현대해상 SIU 직원이 차량공업소에서 파손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신한생명 역시 보험금 리스크관리 시스템 운영을 통해 이상징후를 면밀히 검토하며 보험사기 피해와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12월을 '보험사기 방지의 달'로 정하고 반기마다 '보험사기 방지 캠페인'을 실시 중이다.

◆금융당국 "보험사기 연루된 보험업종사자 중징계"

지속적으로 적발 보험금 규모가 늘어나자 금융당국도 대책마련에 부지런히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이미 작년 12월 우리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잘못된 제도와 관행들을 정상화하기 위한 '비정상의 정상화' 계획 발표 때 보험사기 범죄 근절을 핵심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근절대책'을 내놨다.

특히 보험업계 종사자가 사기에 관여하는 사례가 △2010년 268명 △2011년 266명 △2012년 307명 △2013년 245명으로 꾸준히 적발돼 관련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모집종사자가 가족·동료들에게 사기기법을 전파하고 자신은 브로커로 활동하는 등 보험사기를 교사·방조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며 이런 사례를 없애고자 보험업종사자의 보험사기 행위에 최고 등록취소 등 중징계를 부과하도록 올 7월 보험업법을 개정했다. 등록취소가 결정되면 2년간 재등록이 제한돼 타 보험사에서도 보험모집활동을 할 수 없다.

이 밖에도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 공동 보험사기 인지시스템 구축 등 조사인프라 개선을 통해 보험사기 취약분야에 대한 모니터링과 기획조사를 강화하고 보험제도가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지 않도록 과도한 보험청약에 대한 보험사의 계약심사를 강화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검찰, 경찰,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또한 금융당국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주요지역별로 금융감독원, 경찰, 보험회사 SIU직원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기수사협의회 운영을 활성화하고 경찰의 보험범죄 특별단속기간 중 밀착 수사를 지원 중이다.

◆"관대한 처벌 늘어…" 보험사기죄 신설 필요

이러한 노력이 이어지지만 보험사기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보험사기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5년간(2008~2012년) 보험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은 피의자들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 51.1%(806명), 집행유예 26.3%(415명), 징역형 22.6%(357명) 순이었다.

이를 종전 분석결과와 비교하면, 비교적 처벌이 가벼운 벌금형은 2002년 9.3%에서 2007년 28.4%, 2013년 51.1%로 계속 증가하는 반면 그보다 처벌이 무거운 집행유예는 2002년 65.5%에서 2013년 26.3%까지 대폭 줄었다. 징역형 또한 2002년 25.1%에서 2013년 22.6%로 감소해 처벌이 약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평균 벌금액도 2007년 374만원에서 2013년 263만원으로 29.6% 줄어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약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범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처벌관행은 편취를 위한 모럴해저드 심화,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 저하를 초래해 보험사기 증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만큼 보험사기에 대한 형사정책 강화 차원에서 형법 또는 특별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형법상 '보험사기죄' 신설 또는 '보험사기 처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해 보험사기 일반 예방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

더불어 보험업계에서는 SIU의 보험사기 조사 과정에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SIU는 민간인 신분이라 조사권이 없어 보험사기 관련자들이 조사를 거부하면 진행할 방법이 없어 조사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를 낼 수 있는 건들도 조사권에 없어 중간에 그만두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접어야 할 경우가 많아 민간조사제도가 법제화되거나 조사업무 담당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조사권을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