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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넥스 모범생 잇단 주가폭락, 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

코스닥 이전상장 기업들, 시초가대비 15~37%대 급락 충격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0.10 15: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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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창조경제의 성장 사다리'를 표방하며 출범한 코넥스가 주가하락의 수렁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전용시장으로 예비 상장사들의 디딤돌 역할을 기대했으나 실제 코넥스 출신 기업들의 상위시장 이전 이후 주가는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급락세만 들여다보면 코넥스 이전상장 시스템이 '성장 사다리'가 아니라 전래동화 속 '썩은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는 자조가 나올만하다.

◆코넥스 '성장 사다리' 아닌 썩은 동아줄?

지난 7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해 첫 거래일을 치른 메디아나(041920)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당초 예상 가격밴드 중간 수준인 62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한 메디아나는 이보다 2%가량 높은 637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지만 이날 하한가로 추락했다. 거래 사흘째인 10일까지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 장중 5400원선이 무너졌고 전일대비 6.33% 밀린 5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불과 3거래일 사이에 시초가대비 15% 넘게 주저앉은 셈이다.

   10일 메디아나와 아진엑스텍의 주가 시황판. ⓒ 네이버증시  
10일 메디아나와 아진엑스텍의 주가 시황판. ⓒ 네이버증시
회사 측은 애써 덤덤한 분위기다. 일부 매도 물량에 따른 부담은 예상했었고 실적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메디아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분석해보니 기관 물량 가운데 상당수는 증권사 같은 투신권이 아닌 기타법인 물량이었다"며 "3분기 결산이 마무리되고 실적 발표가 이뤄지면 투자자들의 충격은 충분히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은 이미 지난 7월에 예고된 바 있다. 올해 첫 이전상장 기업인 아진엑스텍(059120)은 코스닥 첫 거래일이었던 7월24일 시초가대비 10.63% 급락한 70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입성 3개월차인 최근까지 회사 주가는 회복되지 않은 채 오히려 이달 10일에는 전날보다 3.68% 하락한 4450원으로 마감했다. 상장 이후 37%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주가 폭락의 원인은 수급이었다. 코넥스 상장 당시 투자에 나섰던 기관투자자, 특히 창업투자사를 중심으로 초기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시장에서는 거래량을 통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아진엑스텍의 경우 이전상장 첫날인 7월24일 310만주의 거래량을 기록했는데 이튿날부터 지난달 말까지 하루 평균 거래량이 7만주 미만으로 급감했다. 메디아나도 사정은 비슷하다. 코스닥 상장 첫날 55만7000주였던 거래량은 이튿날 17만주대로 줄었고 10일에는 12만주대에 머물러 4분의 1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IPO 업계 관계자는 "코넥스 유동성이 거의 죽은 상황에서 기관들이 매도 주문을 내도 받아주는 주체가 없다"며 "그나마 거래가 살아있는 코스닥을 통해 그간 쥐고 있던 물량을 털어버리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코넥스의 식물시장 우려는 이미 수치상으로도 드러나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코넥스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3만9000주에서 올해 3만2000주로 17.9% 줄었다. 일평균 거래금액 역시 61억원에서 44억원으로 27.9% 쪼그라들었다.

더욱이 매수와 매매 등 실제 거래가 이뤄진 종목은 작년 45개 상장사 중 13개뿐이었고 올해는 62개 상장사 중에서 18개에 그쳤다. 종목수 대비 거래가 이뤄진 거래형성율도 올해 평균 33.5%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유동성 "정부 설립초기 의지 사라져"

전문가들은 낮은 유동성이 주식가격 왜곡을 부르고 다시 주가 급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보다 개인투자자의 진입 조건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넥스의 낮은 유동성 탓에 가격발견 기능이 떨어지고 코스닥으로 넘어온 기업들의 고평가 논란이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며 "코넥스의 유동성을 늘리려면 현재 3억원 이상으로 정해져 있는 개인예탁금제도를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설립 초기보다 시들해진 정부의 시장 활성화 의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코넥스에 상장한 기업 수와 시가총액이 올해 더 늘었는데도 거래부진이 더욱 심화된 것은 정부가 지원하는 직접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작년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같은 유관기관이 공동기금펀드로 45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올해는 87억원으로 투자금 규모가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기 전에 당장 올해 이전상장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역시 '상장락' 현상의 희생양이 될 것이 뻔하다는 얘기다. 거래소 자료를 보면 이달 말 테라셈을 시작으로 하이로닉, 랩지노믹스, 아이티센시스템즈 등도 이전 상장심사를 거쳐 연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