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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소상공인 ⑤] '카테고리킬러'로 자생력 가져야

사회적 배려만으로는 2% 부족…자체경쟁력 아이디어에 성패 좌우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08 16: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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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상공인. 소기업 및 소상공인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의 개념 정의를 참고하자면, 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기업이나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를 뜻한다. 도소매업·음식업·숙박업·서비스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자를, 광업·제조업·건설업 및 운수업의 경우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자가 여기 포함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그늘에 가려 자영업자 특히 소상공인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서점은 대표적인 소상공인업종으로 꼽혔다. 그런 만큼 시름도 깊다. 이제 사람들은 책을 동네서점에서 사지 않는다. 브랜드화한 대형서점이 득세한지 오래다. 온라인서점은 할인가를 내세워 고객을 유혹하고, 대형할인마트 한켠에도 책을 파는 코너가 입점해 베스트셀러 정도는 쇼핑을 하러 간 길에 겸사겸사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무명의 중소서점들과 허름한 대학가 서점들은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말 기준 전국 서점은 2년 새 2577개에서 2331개로 246개(약 10%)가 줄었다. 문구류를 취급하지 않는 순수서점 수는 2003년 2247개에서 2013년 1625개까지 감소했다.

특히 소형서점의 타격이 크다. 165㎡(50평) 미만 소형 서점의 감소가 전체 서점 감소량의 96.7%를 차지했다고 이 통계는 지적한다. 대형화 바람으로 상황을 이겨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2014 한국서점편람을 살피면, 지난 10년간 연도별 전국 서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데 반해 서점의 평균 전용면적은 꾸준히 넓어졌다. 사라진 서점의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서점들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도서정가제의 시행이 11월21일로 바짝 다가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만으로 오프라인의 서점 특히 중소형서점이 살아날지에 대해 우려의 시각 또한 나온다. 사진은 한 소형서점의 서가를 둘러보는 소비자. ⓒ 프라임경제  
도서정가제의 시행이 11월21일로 바짝 다가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만으로 오프라인의 서점 특히 중소형서점이 살아날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사진은 한 소형서점의 서가를 둘러보는 소비자. ⓒ 프라임경제

이런 상황에서 서점들은 도서정가제의 대폭 손질을 염원으로 꼽아 왔다. 인터넷 서점들의 공세를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2013년 7월 나온 소상공인진흥원의 '소상공인 업종별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내달 21일 도서정가제 '혁명적 조치' 또는 '인공호흡' 불과?  

내달 21일부터 도서정가와 관련된 새 제도가 시행된다. 지난 4월 말 정기국회에서 도서정가제 관련 법안(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른 성과다.

선별적으로 도서정가제 적용 분야를 규정하던 데 머물던 틀을 공정거래법으로부터 분리하고, 정가제 적용 기간을 폐지하는 등 대대적 혁신을 이루는 혁신적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제도 손질이 신간도서를 기준으로 책값의 할인 규모를 19% 안팎에서 15% 안팎으로 끌어내린 데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다른 우려도 있다. 이번 11월 도서정가제로 왜곡된 출판시장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조금 나아질 뿐 근본적인 시장 지형 변화까지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독자들을 다시 동네의 작은 서점으로 끌어들일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까지 바로 연결짓기는 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값을 싸게 주는 온라인서점의 매력이 줄어들겠지만, 바로 이 수요가 동네의 서점들로 이동할지가 관건이다. 그간 가격 경쟁력을 가장 큰 무기로 내세워 온 온라인서점의 편리성이 가격 이외에도 강력하게 존재한다면 이것은 소형서점 고사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

다른 난관도 있다. 온라인서점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면서 이탈하는 수요군이 오프라인으로 이동하겠지만, 대형서점 위주로 흡수된다면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작은 서점은 도서정가제 손질의 수혜 대상이 될 수 없다.

◆"동네사람 가장 잘 아는 건 우리" 카테고리킬러 소형서점들의 반란

이 같은 우려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동네서점이 찾을 수 있는 돌파구가 전혀 없지는 않다. 지난해 출범한 부산서점협동조합은 간간히 뉴스거리를 만들며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부산서점협동조합 활동 중 근래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인 해운대구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문화 역량 살리기'의 한 축 역할을 떠맡고 나선 부분이다.  

부산 해운대구는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밀려 차츰 사라져 가고 있는 소형서점을 살리기 위해 지난 7월 부산서점협동조합·해운대동네서점살리기운동본부·새마을문고 해운대지부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부산서점협동조합은 해운대 관내 공공도서관과 새마을문고에 도서를 납품하고 그 수익금 70%를 해운대구에 환원하기로 했다. 이 수익은 다시 동네서점 지원에 사용된다. 해운대구는 작가와의 만남 등 인문학 행사, 독서공간 조성 등 다양한 동네서점 살리기 사업에 이를 투자한다.
   해운대구는 지역 새마을금고와 부산서점협동조합 등과 손을 잡고, 지역의 소형서점 살리기에 나섰다. ⓒ  해운대구  
해운대구는 지역 새마을금고와 부산서점협동조합 등과 손을 잡고, 지역의 소형서점 살리기에 나섰다. ⓒ 해운대구

이 선순환 구조에서 수혜 대상인 민간 소상공인은 부산서점협동조합(이하의 가입 서점들)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당국이나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얻는 만큼 대등하게 다른 것을 돌려줄 수 있는(기브 앤 테이크) 역량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도서정가제 적용에 즈음한 국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종 전망과 우려는 사실, 과연 문화 풀뿌리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중소형서점들에게 혜택 내지 지원을 해도 이들이 제대로 수혜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흡수 역량에 대한 의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서점협동조합은 지난 2013년 출범 국면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참조:2013년 부산현지 르포기사). 부산서점협동조합은 부산 전 지역에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도서 주문 시 15% 할인된 가격을 적용해 차량 배달해주는 아이디어를 내세웠다. 이로써 일반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하는 인터넷서점, 대형서점들과 같은 가격과 조건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무료 배송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이들은 단지 이 같은 대등한 수준의 경쟁 요소 확보라는 '정량적 평가'로만 상황 돌파를 한 것은 아니다. '정성적 평가'에서 지역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 바로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지역민의 수요를 민감하게 파악하는 '동네서점의 매력'을 얹었다.

한 종목 혹은 몇 가지 제한된 품목만 취급하더라도 충분히 대형할인매장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중소형점포를 '카테고리킬러'라고 한다.

소상공인진흥원의 '소상공인 업종별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 보고서 역시 소상공인들이 지향할 바를 이 같은 카테고리킬러 형태로 상정한 바 있다. 브랜드 제과점이 주변에 들어와도 쿠키나 케이크 등 한두 상품에 특별히 강점을 가진 동네 빵집이 바로 카테고리킬러라는 것.

이렇게 협동을 통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강화한 데다 카테고리킬러로서의 독보성까지 지키면서 선전한 덕에 지역 경제와 문화를 육성하려는 지자체(해운대구)가 소형서점들을 '일방적 지원의 대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보고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역량인 지역밀착성과 고객친화성을 살리는 것이 당국이나 지역사회의 도움을 바라는 것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다. 스스로 살 길을 찾는 노력이 전혀 없는 소상공인이나 소상공업계에게는 어떤 지원 대책이 와도 다시 이번에는 다른 경쟁자와의 또 다른 경쟁 혹은 소상공인간의 출혈경쟁으로 치달아 아무런 소득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자체경쟁력 배양 아이디어를 찾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마중물'을 만날 때 회생과 번성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소상공인 대책 마련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 스스로의 자세는 어때야 할지 점검도 함께 이뤄져야 할 때라는 주문이 제기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