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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 금투협회장 돌연 불출마 선언 '뒷말 무성'

금감원 정기검사 하루 앞두고 전격 발표…후임에 "젊은 후배들" 강조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0.07 14: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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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오는 12월 치러지는 협회장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임 도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현직 협회장이 가장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선거 일정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연봉이 기본급과 성과급을 더해 5억원이 넘는데다 업계 자율규제기관인 만큼 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까닭에 금투협회장은 금융투자업계 요직 중 하나로 꼽히면서 선거전을 둘러싼 과열 논란이 적지 않았다.

박 회장은 7일 오전 기자실을 찾아 "본격적인 선거 일정에 앞서 미리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라며 "이번 협회장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정기검사 하루 전 돌발 선언

불출마 이유에 대해 박 회장은 "후배들 몇몇이 출마의사를 미리 밝혀온 상황에서 업계 연장자로서 후배들과 경쟁하는 모양새가 보기에 좋지 않다 생각했다"며 "더 젊고 체력과 업계 경험을 충분히 갖춘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 남은 임기 동안 '공정한 관리자'로 협회 업무와 선거과정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7일 오전 기자실을 찾아 오는 12월 협회장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말 금투협에 대해 예비검사에 돌입했으며 8일부터 이달 말까지 본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갑작스러운 거취 표명이 당국의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7일 오전 기자실을 찾아 12월 협회장 선거에 불출마한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말 금투협에 대해 예비검사에 돌입했으며 8일부터 이달 말까지 본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갑작스러운 거취 표명이 당국의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외부 압력은 전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 프라임경제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에 대해 업계는 다소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아직 잔여 임기가 4개월 남은 상황에서 내부 동요가 우려되는데다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박 회장이 협회장선거에 먼저 불을 붙인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달 29일부터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 대해 사전검사에 착수했으며 8일 본검사에 들어가 이달 말께 완료할 예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는 3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정기검사며 협회 예산과 회원사 관련 전반적인 사항을 포괄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치권과 협회 노조가 박 회장의 고액연봉 및 외유성 해외출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박 회장의 거취에 다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지난 8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금융업계 유관기관 임직원 연봉현황'을 밝히며 박 회장의 지난해 연봉이 5억3200만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은행협회를 제외한 다른 4개 협회장보다 1억~2억원이상 높은 수준으로 불황에 인력 구조조정이 한창인 회원사를 외면한 행태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같은 달 금투협 노조 역시 성명을 통해 박 회장의 외유성 해외출장을 꼬집었다. 노조는 박 회장이 작년에만 3억원 가까운 협회 예산으로 외유성 출장을 나갔다며 특히 부인과 함께 해외순방에 나서면서 예루살렘 성지순례와 와이너리 방문 등 업무와 무관한 관광일정을 대거 포함시켰다는 내용을 협회 로비에 벽보로 붙였다. 또 박 회장이 자신의 연임을 의식해 회원사 중에서도 대형사 사장단 위주로 순방단을 꾸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 측은 노조가 공개한 출장예산이 동행한 직원과 회원사 대표 몫을 모두 포함한 총액이라는 점과 박 회장이 참석한 국제행사는 부인과 동행하는 것이 국제관례라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다만 일련의 상황이 금감원 정기검사를 앞두고 다시 회자되면서 박 회장에게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오히려 금감원 검사 전에 미리 결심을 앞당긴 측면이 있다"며 "외부 압력은 전혀 없었고 명예롭게 임기를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출신 젊은 피가 차기 협회장 돼야"

유력 후보였던 박 회장이 중도포기를 선언하면서 금투협회장 선거는 예상보다 일찍 본게임에 돌입할 전망이다. 박 회장의 이른 퇴장으로 예비후보들이 일찌감치 링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업계출신' 인사가 협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회원사와 업계 발전에 타당하다는 입장을 알렸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관피아' '낙하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금투협은 160여개가 넘는 회원사가 주인이고 이들 사장단도 대부분 젊어 정부의 입김이 영향을 미치기 사실상 어려운 조직"이라며 "협회가 정부 정책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려면 전문성과 회원사와의 의사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해 업계출신 인사가 차기 협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제언했다.

현재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인사로는 황건호 전 회장과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등이 꼽힌다. 차기 주자로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던 임기영 전 KDB대우증권 사장은 지난달 한라그룹 계열사인 만도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김기범 전 사장은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회장이 '업계 출신 후배들'을 유력 후보군으로 꼽은 상황에서 제3의 인물이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이 재임 중 금융당국과 공공연히 의견차를 드러냈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관 출신 인사를 천거할 수도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박 회장이 일부러 기자실까지 찾아와 차기 협회장감으로 '젊은 후배들'을 여러 번 거론한 것도 이 같은 움직임에 방어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