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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이미지메이킹] 복고 IT 기기로 클래식한 멋을 느끼자

이은주 이미지칼럼니스트 기자  2014.10.07 12: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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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스티브 잡스의 죽음은 대중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살아생전, 진보적인 아이디어를 곧 실행에 옮기며 IT분야의 선구자격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가 이룩한 IT 기술의 발전과 디자인의 진보는 후세에 영원히 기록될 만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없고, 대중은 그를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마땅히 그를 대신할 인물이 없는 이 시점에서 대중들은 은근슬쩍 옛 기억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80~90년대를 주름잡던 IT기기들. 그것들이 무서운 기세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삐삐의 귀환이 성사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디지털 메시지를 수신하는 휴대용 장치는 핸드폰의 저가 보급에 밀려 급격히 하향세를 겪은 대표적인 90년대 IT기기다. 급한 호출을 받기 위해 의사들 사이에서는 지금껏 사용됐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게서 삐삐는 잊힌지 오래다.

하지만 요새 들어 삐삐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고 상징적인 의미로 구매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빨리 오라'는 '8282' '8255'와 '영원히 사랑해'라는 '0024' 등의 로맨틱함이 들어있는 삐삐. 과연 앞으로 어디까지 부활의 조짐을 보일지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라디오와 TV 역시 복고 열풍을 타고 제품이 개발됐다. 일명 '클래식 TV'와 '클래식 오디오'다.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기기들은 성능은 최첨단이지만 그 외형은 옛 것을 닮았다. 집에 비치해 두면 엔티크 인테리어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메라시장 역시 클래식을 강조한 상품들을 대거 출시했다. 그간 초경량, 초슬림이란 슬로건 아래 제품들이 더 작게, 더 가볍게를 지향했지만 이제 대세는 클래식함이 풍기는 카메라다.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손엔 일명 똑딱이로 불리는 디지털카메라보다 중량감이 있는 클래식한 카메라를 더 자주 볼 수 있다. 더욱이 요즘엔 가죽으로 된 카메라 파우치도 사람들이 더욱 선호한다. 계절감에 가죽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죽은 빈티지하면서 옛스러운 감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선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앞서 클래식하게 디자인 한 오디오 제품이 인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오디오 시장엔 CD 플레이어와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일명 '마이마이'라 불리던 것이 부활하고 있다.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CD나 카세트 테이프보다 더욱 또렷하고 웅장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대다.

조금은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CD플레이어와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는 그 옛날 어떤 장면 하나를 떠올리게 하는 '킬러 콘텐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향수는 예전 게임기들 역시 마찬가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처럼 그래픽이 화려하고 스케일이 엄청난 게임들과 비교하면 어린아이 장난 수준의 게임들. 단순한 조작법과 그래픽으로 헛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게임들이 이른바 '키덜트'들 사이에서 다시금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모여 한 판이라도 더 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그때 그 모습들이 그리워서 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렇듯 옛 IT기기를 찾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들은 지금 시점에서 더 이상 혁신적인 제품을 원하지 않는 걸까? 물론 그런 것은 아닌 듯 싶다. 다만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미처 이별을 고할 준비도 못하고 떠나보낸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기들에 어려 있던 추억들을 이때쯤 꺼내보고 싶어졌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나도 CD플레이어를 플레이해서 음악을 들어봤다. 느릿느릿한 노래, 좋지 않은 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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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노랫말과 감미로운 멜로디, 게다가 터치에 익숙해져 있던 내 촉감에 닿은 플라스틱과 CD의 촉감까지. 80~90년대 IT기기들의 르네상스. 다시 올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