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슈분석⑤] 기간제근로자 퇴직연금 가입의무화…아웃소싱업계 미칠 파장은?

파견근로자 퇴직연금 가입 시기상조 vs 불법·음성적 업체 색출 가능

추민선 기자 기자  2014.10.07 08:54:2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정부는 지난달 27일, 2020년부터 1명 이상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해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노령화에 비해 노후대책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12년 기준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6%보다 월등히 높다. 가계순저축률은 3.8%에 불과한 상태에서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4.9%로 미국(68.5%)이나 일본(59.1%)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한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어 노후에 안정적인 소득을 얻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이를 보완할 퇴직연금제도는 도입률이 16%로 저조하고 30인 미만 사업장은 14.1%뿐이다.

이에 정부는 퇴직연금 가입률을 높이고자 오는 2016년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부터 가입을 의무 가입 대상으로 하고, 2022년에는 모든 사업장이 퇴직연금에 의무 가입하도록 했다.

  오는 2020년부터 1명 이상을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해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다. 이를 두고 아웃소싱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 네이버블로그  
오는 2020년부터 1명 이상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해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다. 이를 두고 아웃소싱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 네이버블로그
아울러 근속기간 1년 미만 기간제근로자에게 퇴직연금 제도를 적용할 계획이어서 적용 대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 수를 10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며 추후 근퇴법 개정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세부 방안을 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의 퇴직연금 확대로 아웃소싱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용업체가 지급하는 도급비 중 기간제근로자에게 지급해야할 퇴직충당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경우, 기존 1년 미만 근로자에게는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어 아웃소싱업체들은 남은 퇴직금을 통해 낮은 마진율을 메우며 운영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향후 모든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가입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수익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소속근로자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퇴직연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4대보험이 필수적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4대보험 책임을 회피해왔던 업체들이 책임을 지게 됐으며 아웃소싱업체의 잦은 도산과 폐업으로 보장받기 힘들었던 퇴직금 역시 안전한 금융권에서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기간제 근로자 퇴직금 지급 "실효성은?"

현재는 한 업체에서 근속기간 1년이 돼야 비로소 30일치 평균임금이 퇴직급여로 인정돼 근무 기간이 짧은 상당수 기간제·시간제 노동자는 아예 퇴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오는 2016년부터 근속기간이 1년에 못 미치더라도 퇴직급여 수급권을 인정함으로써 기업의 기간제노동자 고용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이들이 직장을 옮기더라도 자신의 고유계좌에 지속적으로 퇴직금이 쌓여 노후 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함께 1년 미만 기간제근로자에게도 퇴직금이 발생한다면 이는 곧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 기간제노동자를 고용할 유인책이 사라져 직접고용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퇴직금 산정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 월 급여 120만원 기본급과 20만원의 기타 수당을 받는 근로자가 3개월을 근무하고 손에 쥘 수 있는 퇴직금은 34만5206원이다. 근속일수가 10개월 정도일 경우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은 더욱 늘어난다.

기간제근무자로 근무하는 이명숙씨(48세·대형마트 판촉)는 "10개월씩 근무를 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없었는데 퇴직금을 받을 수 있어 근로자로 인정받은 기분"이라면서도 "하지만 퇴직금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이 계속해서 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아 일자리를 잃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웃소싱업체 퇴직연금 가입 놓고 의견 '분분'

기간제근로자 퇴직연금 가입을 놓고 아웃소싱업계와 소속 근로자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을 '퇴사 발생 시 청구' 방식으로 받아와 운영 중인 아웃소싱업체 관계자는 "3개월 이상이면 무조건 퇴직연금 가입 대상자가 되는데 그 비용을 사용업체에서 먼저 지급하지 않는 한 퇴직염금 가입 자체가 힘들다"고 제언했다.

이어 "보통 사용업체들의 경우 근로자가 퇴사 할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인데, 그 전까지 모든 퇴직연금 비용을 업계 스스로가 100%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아웃소싱업계의 주장에 대해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가 실시되는 2016년에는 계약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업계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즉 퇴직연금 가입 대상자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법 자체를 어기면서까지 아웃소싱업체에게 고의적으로 퇴직금을 아웃소싱업체에게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퇴직 시 사후 청구'방식으로 진행되지만 2016년부터 는 '퇴직연금 발생 대상자 발생 시 지급'으로 계약조건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아울러 추후 근퇴법 개정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해 세부 방안을 정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얼마든지 위의 계약사항은 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더했다.

도급비에 근로자의 퇴직금을 먼저 받아 운영하고 있는 아웃소싱업체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년 미만 근로자에게는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어 1년 미만 퇴사자가 발생할 경우 남은 퇴직충당금으로 운영효율성을 살릴 수 있었다"며 "아웃소싱의 마진율은 인건비가 대부분으로 수익률이 저조한데 퇴직충당금마저 기대할 수 없어 운영의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 이상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줄 경우 '갑'사의 비용부담도 높아질 것"이라며 "이러한 부담이 '을'의 입장에 놓인 아웃소싱업계에 도급비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소속근로자들은 그동안 일부 아웃소싱업체들이 도산과 폐업을 반복한 것을 짚으며 퇴직금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아웃소싱 업체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지현씨(33)는 "2년 전 한 아웃소싱업체의 구인광고를 보고 파견근로자로 근무했는데 급여에서 4대보험료를 공제하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4대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매달 보험료 금액을 횡령하고 있었다"며 "또 얼마 후 갑작스런 도산으로 임금일부와 퇴직금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계속해서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화된다면 퇴직연금 가입을 위해선 근로자에 대한 4대보험 가입이 필수적으로, 불법·음성적으로 운영하있는 업체에 대한 단속이 수월해져 근로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퇴직연금 의무, 직접고용 효과는…

기간제근로자 퇴직연금 의무 가입으로 기업에서는 이들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됐다.

기업이 가장 우선 추구하는 것은 바로 비용절감인데 그 방안으로 고용유연성을 강조한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 대상 확대로 인해 3개월 이상 근무자에 대해서 무조건 퇴직금이 발생,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함으로써 비용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한편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로 3개월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후소득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기업의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사용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새어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제조업 관계자는 "퇴직연금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기업의 임금총량이 늘어나겠지만 직접고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어난 임금총량보다 더 큰 부담"이라며 "기업의 이윤을 고려하지 않은 직접고용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역시 "기간제 근로자의 소득 자체가 워낙 낮은 탓에 진정한 의미의 노후대책이 되긴 힘들다"며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가입의무화 보다 고용 불안정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