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돈을 벌기도 어렵지만 불리기는 더 어려운 시대다. 금융권에서 20년 넘게 종사한 전문가조차 "안 쓰는 게 재테크"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다. <프라임경제>는 창간 9주년을 맞아 팍팍해진 투자시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국내 8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투자전략팀장을 만나 하반기 재테크 키워드를 수집했다.
먼저 나무를 보기 전에 숲을 볼 필요가 있다. 국내외 경제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투자환경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반기 경기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차별화'가 될 전망이다.
◆대외환경·투자자산 기상도 '차별화'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를 다른 선진국과 신흥시장이 쫓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럽과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중국은 완만한 경기하강 흐름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선진국 경기의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개선이 유지되는 반면 유로존과 일본의 경기둔화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박 센터장은 또 "그간 부진했던 신흥국경기가 반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 중국 등 주요 신흥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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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달 중 예정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달러강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 외국인 유동성이 신흥시장을 빠르게 이탈하면서 2050선 돌파를 노리던 코스피지수도 1970선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는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가 정상궤도를 찾으면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가 신흥국 경제에 우려 요인이 되고 최근 달러강세는 이머징시장 전반의 단기 불확실성을 늘리고 있다"면서도 "다만 연준(fed)의 출구전략 자체는 미국 경제의 정상화를 의미해 일부 악영향은 있겠지만 연말 미국과 중국의 소비수요 개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를 필두로 한 국내 경제팀의 강한 경기부양 의지는 다소 고무적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운용 방향으로 △기금 및 정책금융 중심의 재정확대 △가계소득 제고를 겨냥한 세제마련 및 세약공제 △LTV/DTI 규제완화 등 주택 매매거래 활성화 대책 △민간투자 확대방안 등 다양한 내수진작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으로 정책기조를 선회했다"며 "구조적인 수요부진을 해결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위험·중수익' 유행 아닌 시대
문제는 '제로(0)'에 가까운 저금리기조다. 저금리·저성장으로 투자시장 발목이 묶이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산형성의 기회 자체가 차단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당한 위험(리스크) 감수는 '필수'라고 확언했다. '중위험·중수익'이 더 이상 유행이 아닌 시대적 요구라는 얘기다. 그만큼 투자자산은 다양해지고 고려해야할 전제 조건도 복잡해졌다.
윤지호 센터장은 "재테크의 방향이 수익과 비용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며 "소득, 세액공제 등 각종 세제혜택을 다 챙기면서 장기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비용 측면에서 상장지수펀드(EFT) 같은 수수료 낮은 상품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저금리 저성장을 좋게 말하면 변동성과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라며 "해외 고스익상품 등 프론티어마켓에서도 충분히 레버리지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와 해외투자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더해 박연채 센터장은 "흔히 '부동산은 안전하고 주식은 위험하다'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해외투자를 비롯해 금융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그나마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도왔다.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경기의 회복강도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저금리기조 역시 유지될 것"이라며 "저금리 저성장은 자산시장의 변동성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중위험·중수익 전략을 추구하면서 해외환경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홍성국 센터장은 '부동산>주식>채권' 순으로 투자매력을 세분화해 제시하는 한편 국내외 저금리기조가 앞으로도 고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금리기조는 추세적이고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자산관리에 임해야 한다"며 "안정성만 추구하다보면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게 때문에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리스크를 염두에 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지나치게 다양한 투자처를 모두 좇기보다 확실한 자산 한두 곳에 여유자금을 집중하는 것도 대안이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금리 저성장시대에는 당연히 투자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성장자산은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는데 투자처를 잘 선택해 오히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전략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재무관리의 '기본'부터 충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레버리지(차입)보다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투자하고 '새는 돈'을 막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라는 것.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무분석과 현금흐름을 파악하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저성장·저금리기조에 맞춰 과도한 위험추구보다는 기대수익률은 낮추고 부채와 소비 같은 비용을 줄여 안정적인 초기자금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배당주 투자, 적기 혹은 시기상조?
최근 정부정책과 중위험·중수익 키워드가 맞아 떨어진 투자처로 배당주가 꼽힌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배당주를 최근 시장상황에서 비교적 유리한 투자자산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최근의 배당주 강세 현상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계감도 적지 않아 격론이 예상된다. 배당주 투자가 적기라는 입장에서는 정부 스탠스에 따른 기업의 배당확대를 필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상화 센터장은 "중수익 자산군에 대한 시야 넓히기가 필요하다"며 "대표적인 중수익 자산군인 배당펀드와 공모주펀드 등을 활용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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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석 센터장은 "국가별로 배당주 투자매력이 조금씩 다르다"며 "한국은 미국, 유럽보다 배당수익률과 성향은 낮지만 최근 정부의 배당 장려정책으로 기업들에 대한 국내투자자와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연채 센터장 역시 "정부의 배당유도정책뿐 아니라 저금리에 따른 배당욕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내기업의 배당성향과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배당주펀드 등 간접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을 보탰다.
이상화 센터장은 선진국의 전례에서 배당주 투자의 매력을 설명했다. 고배당수익률과 중배당성향 배당주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으로, 선진국 배당지수는 금리가 낮아지는 국면에서 시장대비 초과수익을 거두곤 했는데 국내도 '배당수익률-금리'의 갭이 확대되면 상대적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지나친 쏠림현상은 다소 우려스럽다. 배당주 인기가 높아지자 관련 펀드상품이 쏟아지고 있으며 여기 몰리는 자금도 상당하다. 올해 전체 주식형펀드에서는 6조원 가까이 빠졌지만 배당주펀드로는 2조7000억원이 쏟아져 들어왔고 최근 한 달 동안에는 7000억원 가까운 유동성이 집중됐다.
윤지호 센터장은 "국내 배당주에 편입되는 종목군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급이 쏠리면 당연히 해당 종목군의 고평가를 유도하고 이는 배당수익률을 현격히 떨어트린다"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ETF와 경기민감형펀드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충언했다.
배당주의 인기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실제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높아질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때까지 지금 같은 유동성 유입이 지속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박성현 팀장은 "내년 하반기쯤에는 실질적인 배당 확대 움직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배당은 기업 고유의 재무활동이고 실제 국내기업의 배당여력이 높은 것도 아니라 배당확대가 기대만큼 빠르게,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박 팀장은 또 "최근 배당주펀드가 주목받는 것은 운용사의 능력과 펀드에 자금이 계속 멀리는 '머니 이펙트(money effect)' 덕도 보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자금 유입이 계속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배당주 관련 투자를 장기적 관점에서 추구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김영준 센터장은 "배당의 지속 가능성과 현재 주가대비 배당수익률이 너무 낮지 않은지 먼저 살펴야 한다"며 "최근 모집되는 배당주펀드들은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유리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홍성국 센터장도 "배당주 투자는 장기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먼저 펀드 수익률이 좋은 운용사를 선택하는 게 1차적이지만 펀드운용 규모도 고려해야 한다"며 "운용자산이 너무 크거나 적으면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조언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