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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문학상' 받은 범우 윤형두 "내 문학적 토대는 순천"

박대성 기자 기자  2014.10.03 16: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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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라남도 순천문학동우회(회장 김수자)가 주최한 제11회 '순천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된 수필가 윤형두(79. 아호 범우) 선생이 그를 숭상하는 문학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순천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2일 저녁 순천YWCA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순천해피락'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윤형두 선생은 많은 후배 문학인들의 축하 속에 고향과 진배없는 순천에서 '순천문학상'을 건네 받았다.

윤 선생은 수상소감에서 "훌륭한 작가들이 수상하는 '순천문학상'을 받게 돼 영광이고 한편으로는 송구스럽다"며 "내 문학적 토양이 있었다면 그 토대는 '순천'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윤 선생은 또한 "글을 쓸때 내 자신을 연마하고 채찍질하며 가능한 한 선한 길을 걷게하는 스승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며 "내가 쓴 글이 위선이나 과장은 없는지 그리고 쓴 것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덧붙여 내일을 위한 다짐을 하기 위해 써 왔다"며 수필가로서의 소회를 털어놨다.

앞서 허형만 교수(국문학)는 수상자 선정 이유에 대해 "범우(汎友) 윤형두 선생은 1972년 수필가로 등단한 이후 수많은 수필집과 고전 가릴 것없이 모든 재산을 털어 귀한서적을 발간하셨다"며 "학창시절 '범우문고' 책을 호주머니에 안넣고 다니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범우사는 우리에게 대단한 정신양식을 심어준 대가였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윤 선생은 일제시대인 1935년 일본 고베(神戶)에서 출생했으며, 일본 오노초교와 여수서초교를 졸업한뒤 순천농림중고교(순천대 전신)와 동국대 법학과를 차례로 졸업하고 1966년 도서출판 '범우사'를 창업해 수많은 양서를 발간해 온 국내 최고의 출판사다.

윤 선생은 '범우사'라는 걸출한 출판사를 운영한 비중때문에 오히려 수필가 경력이 묻힌 사례가 있다고 지인들이 안타까워 할 정도.

그의 지인 한승헌 변호사(전 감사원장)은 "윤형두의 수필 속에는 '고백의 정직성'이라는 강점이 언제나 버티고 있다. 수채화처럼 차분하고 겸손한 글이면서도 자석처럼 사람을 이끄는 인력을 갖는다. '글은 곧 사람'이라는 말에는 글만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해도 좋을 만큼 우선 정직하게 써야한다는 약속이 전제돼 있다"고 소개했다.

시인 겸 수필가인 피천득 선생도 생전 인터뷰에서 "윤형두의 성품은 강직하면서도 온유 겸허하고 그의 글은 윤리적 이성과 애수어린 서정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며 "윤형두와는 '범우문고'로 인연이 맺어졌지만, 그와 나는 출판업자와 저자와의 관계가 아니라 사제지간이나 글친구 같은 사이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제11회 순천문학상을 받은 윤형두 선생(오른쪽)과 시상자인 순천문학동우회 김수자 회장. = 박대성 기자
윤 선생의 정직과 올곧음은 지식인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다는 1971년 2월 '월간 다리' 필화사건으로 대변된다.

'월간다리'는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그 때의 군사정권은 프랑스 학생운동특집기사를 트집 잡아 공산당을 추종한다며 윤형두,윤재식,임중빈 3인을 반공법위반(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를 적용해 구속시켰다.

물론 나중에 전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2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했다.

윤 선생은 세월이 흘렀어도 그때의 아픈 기억은 영원히 지울 수 없다고 '526쪽짜리' 자서전('한 출판인의 자화상', 종합출판 범우)에 보물급 사진과 글을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출판계에 남긴 뚜렷한 족적 덕에 윤형두 선생은 '마르퀴즈 후즈후'와 '영국 IBC'에 수차례 이름이 등재됐으며, 세계3대 인명사전인 ABI사 '21세기 비저너리 어워드상'과 '세계명예의 전당' 명패를 수령하기도 했다.

수십종에 달하는 각종 문학관련 상을 수상했으며, 5권의 저서, 4권의 편·역저, 15권의 수필집, 9편의 논문까지 출판문학인생 80년의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출판계 산증인'이다.

1966년 윤 선생이 세운 '범우사'는 국어학자 양주동 등이 쓴 '사향의 염'을 출판한 이후로 법정스님의 '무소유' 그리고 2006년 일본의 과거사 미청산을 비판한 '침략전쟁' 등을 펴내는 등 4000여권의 책을 발간했다고 한다.

이 행사를 마련한 '순천문학동우회'는 1983년 21명 회원으로 출발해 지역 문학지로서는 드물게 30여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간지(연간 4회) '순천문학'을 발행하면서 지역 문학의 저변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순천문학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을 하고 있는데 초대 서정춘 시인을 비롯해 그동안 허형만 시인, 김승옥 소설가, 정조 희곡작가, 조정래 소설가, 김수자 수필가, 서정인 소설가, 양동식 시인, 한승원 소설가, 송수권 시인이 이 상을 수상했다.

주최 측 김수자 순천문학동우회장은 "윤형두 선생님은 널리 알려진 수필가이자 훌륭한 고전과 현대의 양서, 번역서적을 출판한 세계적인 출판인이자 순천대 도서관에 수많은 서적(범우 윤형두문고)을 기부하는 등 문학과 독서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데 앞장서 온 분으로 순천문학상을 드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