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위기의 소상공인 ④] 길기관 변호사 "생존가격 보장은 '사회적비용'"

경쟁으로 인한 출혈경쟁에 '최소한의 이익은 보장' 논의 시작돼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02 15:20:0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소상공인. 소기업 및 소상공인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의 개념 정의를 참고하자면, 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기업이나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를 뜻한다. 도소매업·음식업·숙박업·서비스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자를, 광업·제조업·건설업 및 운수업의 경우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자가 여기 포함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그늘에 가려 자영업자 특히 소상공인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은 생계형 서비스산업에 매달리는 경향이 강하다. 일반음식업이나 PC방, 미용실 그리고 편의점 및 슈퍼마켓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이 많아 경쟁 강도가 일본·미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무수히 많은 업소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서울의 한 번화가 거리. 경쟁은 자본주의 경쟁의 필수요소다. 하지만 경쟁이 과도하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윤을 올리기 어려운 가격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생존가격을 보장할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프라임경제  
무수히 많은 업소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서울의 한 번화가 거리. 경쟁은 자본주의 경쟁의 필수요소지만 경쟁이 과도하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윤을 올리기 어려운 가격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생존가격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프라임경제

이런 상황으로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소상공인 연매출액이 상승하더라도 수익률은 계속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는 사업체수 증가(공급과다)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원가를 겨우 건지는 수준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밑도는 가격을 내세워서라도 출혈경쟁을 하기도 한다. 일례로 목욕업이나 PC방 등에서는 가격이 10년 전 수준에서 거의 오르지 못하는 등의 현상이 발견된다.

◆토론회 앞세운 여론 형성으로 소상공인 생존권 보장 공감대 높아져

종사자 규모가 작을 수록 영업이익률은 감소폭이 크다는 통계도 있다. 1~4인 규모 사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의 영업이익률은 2001년에서 2010년 사이 오히려 9.6% 줄었는데, 5~9인 규모 사업 운영자의 경우 감소율이 8.6%, 10~49인의 경우 4.9% 감소를 경험한 것에 비하면 영세한 소상공인이 돈이 되지 않는 경쟁에 내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의 사업이 영업이익률 감소를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를 소상공인진흥원 '소강공인 업종별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표로 정리한 것. ⓒ  소상공인진흥원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 사업이 영업이익률 감소를 비교적 크게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는 통계청 자료를 소상공인진흥원 '소강공인 업종별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정리한 것. ⓒ 소상공인진흥원

이에 따라 생산원가에 소상공인의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이익을 붙인 가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한선을 긋자는 논의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생존가격' 개념의 등장이다.

생존가격이라는 표현은 신조어에 해당하지만,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업계 내부에서 가격을 준수하도록 협의하는 일명 담합 구조의 접근은 이전에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소상공인이 과당경쟁으로 인해 생존이 어려운 가격 구조를 강요당하는 상황이 고착화되면서 관심이 높아져 개념을 정립하자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12일에는 부좌현·이상직·이원욱·이종걸·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공동주최로 '왜 생존가격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의 생활형 업종 경쟁 강도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크게 높다. 한국은행 자료를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재구성한 것. ⓒ  소상공인진흥원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의 생활형 업종 경쟁 강도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세다. 표는 한국은행 자료를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재구성한 것. ⓒ 소상공인진흥원
다만, 이런 생존가격 개념을 현실에서 공공연하게 작동시키려면 걸림돌이 있다. 법률 개정의 필요성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에서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제 19조 1항 1호의 가격의 결정유지행위)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만큼 생존가격 보장을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허용하는 조문을 공정거래법이나 소상공인 지원 특별조치법에 넣자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 인터뷰 "소상공인 생존가격은 '불황극복 노력' 허용으로 해석 가능"

이런 여러 상황에 대해 다각도로 살피고자 길기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우선 길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의 제 1목표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소비자들의 이익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소규모 공동행위는 경쟁제한 성격이 (오히려) 공정경쟁을 도모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운을 뗐다.

이어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가 금지됐고 예외를 허용받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공동행위 중 허용되는 예외로 인정을 받는 것 말고 다른 방법도 있다. "아예 특별법에 의해 적법한 공동행위로 보도록 간주 입법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길 변호사는 첨언한다.

   길기관 변호사는 대전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사시 41회. 광운대 법대 겸임교수와 노원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도 일하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히 해 왔다.  ⓒ  프라임경제  
길기관 변호사는 대전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사시 41회. 광운대 법대 겸임교수와 노원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도 일하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히 해왔다. ⓒ 프라임경제
다만 특별히 법조항을 넣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현행 공정거래법상 허용되는 공동행위로 인정하는 폭을 넓히도록 적극 해석하는 게 유리하면서도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길 변호사가 공정위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길 변호사는 "실제로 '불황극복'을 위한 공동행위의 인정 요건이 규정돼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 25조에서 언급되는 '당해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가격이 상당기간 평균생산비를 하회하는 경우'라면 불황의 극복을 위한 공동행위(가격결정)가 가능한데, 현재 소상공인들이 겪는 경제적 위기는 '불황'이라고 못볼 바가 아니라는 것.

길 변호사는 "생존가격 보장을 위한 공동행위는 절대적 악은 아니라고 본다. 국가가 정책 의지를 갖고 접근하면 (공정거래법상 예외적 허용 확대를) 해낼 수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생존가격 도입으로 가격이 약간 오르게 되면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갑잖은 상황일 것"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시장경제 관점에서만 보면 무한경쟁을 통해 가격이 인하되는 게 옳다. 또 당장 퇴출돼야 하는 소상공인도 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일단 시장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폐업을 하고 떠나는 과정에도 (일정 기간)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는 있다"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도록 하는 가격의 보장이 바로 생존가격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함께 "생존가격 보장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출하는 추가적 부담은 일종의 '사회적 비용'으로 봐야 하고 전체적인 경제구조 측면에서는 소수자와 약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