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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소상공인 ③] 무등록·무점포상인 '볕들 날'은 언제…

규모 추산·관리 비롯 난제 산적했지만 지원노력도 시나브로 발전 중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01 15: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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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상공인. 소기업 및 소상공인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의 개념 정의를 참고하자면, 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기업이나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를 뜻한다. 도소매업·음식업·숙박업·서비스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자를, 광업·제조업·건설업 및 운수업의 경우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자가 여기 포함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그늘에 가려 자영업자 특히 소상공인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소상공인 중에서도 특히 영세한 이들이 있다. 일명 무등록·무점포사업자(상인)로 불리는 이들이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이들과 자기 가게를 갖지 못한 자영업자들이므로 아주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세성 업종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들의 실체를 정확히 집계하기는 어렵다. 특히나 지원이 절실하지만, 통계조사의 범주에 모두 들어가 있지 않으니 만큼 이들을 위한 정책적 고려가 쉽지 않다. 아직 숙제처럼 남은 영역이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을 통한 접근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이런 경우를 살펴봤다.

점포 없다지만…지역사회 확인서 받으면

무점포상인이라고 하면 흔히 노점상을 떠올린다. 노점 관련 단체가 몇 곳 있지만 이들 단체들도 전체 노점상 규모 추산치를 묻는 질문에 자료가 없다고 답변하는 등 실체 파악은 쉽지 않다. 2012년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조사한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의 '상인 및 상인조직현황' 항목을 보면 전국 전체 35만4146명 중 노점상은 5만6006명이다.

또 2013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비임금근로자 중 자영업자 활동인구를 전체 100%으로 봤을 때 노점 등 거리 근무 형태자는 2.4%라는 조사가 있다. 2014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른 자영업자가 58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서울시가 내놓은 '2013년 거리가게 실태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작년 11월 당시 서울 시내에서 영업 중인 노점상은 8826개이므로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있음을 고려해 곱셈으로 가늠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호화로운 상가와 노점이 공존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특히 소상공인 문제 중 가장 실체 파악이 어려운 무등록 및 무점포 상인을 돕는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의 해결 실마리를 잡은 모범 사례들도 없지 않다. 사진은 서울의 한 거리. ⓒ 프라임경제  
호화로운 상가와 노점이 공존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특히 소상공인 문제 중 가장 실체 파악이 어려운 무등록 및 무점포상인을 돕는 문제는 여전히 난제다. 하지만 이 문제들의 해결 실마리를 잡은 모범사례들도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거리. ⓒ 프라임경제

그러나 어느 조사도 실체를 완전히 파악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등록상인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만 국세청 통계를 참조해 거친(러프) 규모지만 추정할 여지는 있다.

서로 다른 통계지표에서 가져온 값이지만, 경제활동인구조사상 580만 자영업자에서 2012년 기준 일반사업자 311만여명과 간이사업자 168만여명을 제외하면 등록되지 않은 자영업자의 큰 윤곽 정도를 따져볼 수는 있다. 그러나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이는 왜곡된 부분이 있을 게 분명하다.

무등록·무점포상인은 이런 이유 등에 따라 금융 을 비롯한 지원책이 가장 절실하지만, 관련 혜택은 그간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언제까지 지원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수는 없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확인 절차를 통해 이들을 지원범주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제기됐다. 전통시장 상인회나 기타 주변 상가의 고정점포 사업자 등에게 무등록 등 소상공인확인서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는 진입 장벽일 수도 있으나, 실질적으로 신용등급 등에서 딱히 뾰족한 이점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지표로는 무리가 없다는 풀이도 나온다. 또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공생의 고리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부가적 의미가 있다는 점도 언급할 만하다.

이 제도의 시행과 관련해 본지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통계 자료를 요청했고 이를 참고하면 올 8월 말까지 지원건수는 432건, 지원액은 32억3900만원이다. 참고로 지난해에도 무점포·무등록상인에 1270건, 99억3300만원이 지원돼 목마른 이들에게 소중한 해갈 기회가 제공됐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보면 보다 폭넓은 지원 방안 마련 등이 기대되기도 한다.

노점 정리 '가시적 성과'보다 '긴 대화 과정'에 초점 맞춰야

무점포 지원책 마련의 경우 실체 파악이 어려운 것은 둘째치고, 이른바 '생존권 침해' 논란 때문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전국적으로 노점정비대책이 추진된 경우는 많지만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미 언급한 서울시 자료에서도 나타나듯, 시내 노점상 숫자는 2009년부터 점진적 감소세를 보이다 2010년부터 1만개 이하에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등 요요현상을 부르며 이것은 전국적으로도 유사한 상황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서대문구의 경우는 대화를 통해 '미관상 정비 성공'이라는 가시적 성과 외에 신뢰의 싹을 틔운 케이스로 주목받는다. 관련 상인들의 협동조합 결성 등 추가적인 결실도 있었다.

성영주 서대문구 지역활성화과 상설정비팀장은 실제로 연세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는 사업 내내 긴 대화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다. 성 팀장의 설명을 빌리면 "노점상 지부장과 개별대화와 간담회, 협의 등을 수십회 진행했다"고 한다.

흔히 행정법학에서는 공청회와 간담회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행정실무에서는 요식행위로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스 형태로 깔끔히 정리된 가건물 점포로의 입주를 설득한 끝에 42개 노점 중에 26개소와 뜻을 맞췄다.

2012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구와 노점상들 간 논의는 2013년까지 지루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9월 시위가 다시 시작되면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듯 싶었지만, 결국 구청장과의 공사 합의가 10월 도출되는 결실을 거뒀다.
   신촌 연세대 앞 거리가 정비되는 와중에 이 거리에서 어지럽게 장사를 하던 노점상인들이 예쁜 가건물 형식으로 정연하게 정비된 가건물에 입주하게 됐다. 이 같은 합의가 이뤄진 과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긴 대화 끝에 신뢰 구축에 성공한 경우로 꼽힌다. ⓒ 프라임경제  
신촌 연세대 앞 거리가 정비되는 와중에 이곳에서 어지럽게 장사를 하던 노점상인들이 예쁜 가건물 형식으로 정연하게 정비된 가건물에 입주하게 됐다. 이 같은 합의가 이뤄진 과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긴 대화 끝에 신뢰 구축에 성공한 경우로 꼽힌다. ⓒ 프라임경제

이후 진행 과정도 노점상을 상당히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연세로 공사를 진행하는 문제를 반영하면서도 '생존권'인 영업행위가 끊기지 않도록 접점을 도출한 것.

이 논의에 따라 1~4월간에는 평일에는 연세대 건너편의 굴다리 이면 도로에서 평일에는 장사를 하도록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차량을 통제해야 하는 관계로 연세로에 진출해 상업활동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주말에 수입을 극대화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양측 간 긴 대화와 합의, 이해 및 합의와 배려 속에 5월부터 가판대 형식의 가게들이 연세로에 줄지어 등장하게 됐다. 노점이 늘어서 무질서하게 통행을 방해하던 것이 해결된 데다, 상인들은 7년간 월 15만원꼴로 점용료 등을 내면 돼 큰 부담이 없다.

구청 입장에서도 긴 기간 노점상 문제가 다시 복잡하게 불거지지 않도록 여유를 갖고 이 문제를 바라보게 됐고, 이처럼 비용을 받으면 가판대 공사 비용과 점용료 등으로 충당해 재정 손실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상인 중 일부는 스마트로드숍협동조합을 결성하는 등 새로 얻은 기회로 한껏 고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 팀장은 "불법 노점 딱지를 떼고 이익을 서로 나누는 것"이라고 조합 결성 움직임을 전했다.

물론, 노점상 문제의 모든 것, 이를 테면 무점포인 동시에 무등록 상황인 것이 이번 같은 간이점포 입주 사업으로 모두 해결되는(완전 양성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련 과정에서 지자체의 양보와 배려로 종잣돈을 모으고 단속 부담에서 상당 기간 벗어날 기회를 얻는 이점, 또 대화와 협상의 경험을 얻는 점은 영세한 상인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진단된다.

이런 몇 가지 사례는 소상공인 지원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절감하는 현실 속에서 가장 어려운 이슈라도 고민과 존중을 통해 다가서면 해법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어서 벤치마킹 노력과 확대 재생산의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