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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2.0 탐방 35]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 '거리로 나온 예술가'

밴드·국악·화가 130개 아티스트 단체로 구성…실력 더불어 인성 중시

추민선 기자 기자  2014.10.01 08: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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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거리공연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공연이죠. 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거리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에티켓과 매너, 인성도 중요합니다. 장소 역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곳에서 해야 합니다. 이에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은 실력과 더불어 거리공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최나겸 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이사장

문득 거리를 거닐다 어디선가 흘러오는 아름다운 선율을 들어봤을 것이다. 갑자기 우중충했던 거리의 담벼락이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벽화로 가득 찬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화려한 춤 솜씨를 뽐내는 모습에 가던 길을 멈추기 십상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거리공연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이 늘어나면서 거리에는 생기와 활력이 감돈다. 이처럼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최나겸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거리공연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청계천·신촌에서 거리공연 한마당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은 청계천과 신촌 거리에서 다양한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최나연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 이사장. = 추민선 기자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은 청계천과 신촌 거리에서 다양한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최나겸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 이사장. = 추민선 기자
서울 홍대거리에 위치한 서울거리아티스트는 협동조합(이사장 최나겸·이하 조합)은 지난 2012년 문화재단의 권유로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게 된다.

당시 최 이사장은 협동조합에 대한 지식 없이 무작정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이 탓에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합원들의 굳은 의지로 지난 2013년 7월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등기된 6명이 조합을 이끌고 있으며 130개 팀으로 구성, 다양한 거리예술활동으로 나래를 펴고 있다.

조합은 다양한 공연을 통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최대한 아티스트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합설립 후 상·하반기에 계속 공연을 진행했지만 세월호 사건 여파로 3개월간은 아무 공연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청계천과 신촌의 차 없는 거리에서 공연을 지속함으로써 활기를 되찾았다.

   서울 청계천과 신촌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서울거리아트스트 협동조합. ⓒ 서울거리아트스트 협동조합  
서울 청계천과 신촌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서울거리아트스트 협동조합. ⓒ 서울거리아트스트 협동조합

◆1년에 두 번 '버스킹 오디션'

조합은 기존 '버스커'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버스커는 '거리공연 예술가'를 뜻하며 버스킹(Busking)이란 '거리에서 공연을 하다'라는 의미의 버스크(Busk)에서 유래된 용어로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버스킹을 하는 버스커들의 단체가 바로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거리공연뿐 아니라 나아가 거리공연예술가 인증제도를 통해 예술가의 권익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조합은 1년에 두 차례 '버스킹' 오디션을 진행, 합격자에게는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이에 대해 최 이사장은 "거리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거리에서 공연을 하다간 경찰에 연행될 수 있다"며 "거리공연은 대관을 빌려서 하는 공연보다 더욱 까다롭고 지킬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디션을 진행해 버스커를 선별하는 이유는 거리공연에 적합한 아티스트인지 구별하기 위한 것"이라며 "거리공연에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건전한 콘텐츠 여부, 지정된 장소에서의 공연, 75데시벨 이하 준수, 공연 중 매너(욕설·폭언)등 준수할 기본사항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이러한 부분을 참고해 거리공연을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보통 버스커 선별 오디션 합격률은 50~70%정도다. 높은 합격률이 말하듯 실력과 더불어 건전한 공연을 즐길 줄 아는 매너를 중시한 결과다.

버스킹 공연을 위해서는 한 달 전 시설관리공단에 일정을 보고해야 한다. 조합은 이런 부분을 점검하고 확인하면서 버스커들이 안정된 자리에서 보호받으며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은 찾아가는 봉사공연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은 찾아가는 봉사공연을 정기적으로 펼치고 있다. ⓒ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

이런 가운데 버스킹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면서 지원자도 늘고 있다. 지원 장르도 다양해 △국악 △음악 △밴드 △화가 △힙합 △디제이 등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한편 조합의 매출은 개인 혹은 팀별로 공연을 하다보니 공연 규모에 따라 수익은 조금씩 달라 정확한 집계는 힘들지만 조합 설립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최 이사장은 설명했다.  

◆조합 설립절차 복잡…간소화시스템 절실

최 이사장은 많은 아티스트들이 공연에 끌어들이고 조합에 가입시키려면 조합 가입과 탈퇴 절차를 간편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처음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관련 교육을 관련단체와 기관에서 받았지만 교육을 받는 곳마다 내용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조합을 운영하기까지 많은 공부와 연구가 필요해 다른 일을 하면서 추진하기엔 벅찼다는 회상이 이어졌다.

  즉석공연을 부탁한 기자에게 멋진 기타선율을 선물한 최나연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 이사장. = 추민선 기자  
즉석공연을 부탁한 기자에게 멋진 기타선율을 선물한 최나겸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 이사장. = 추민선 기자
최 이사장은 "조합 설립까지 6개월간 교육을 받았고, 이후에도 조합원들 간 의견이 엇갈려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아직 협동조합에 대한 제도적 지원 및 절차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무작정 조합원을 늘리기 보단 당분간 기존 인원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첨언했다.

한편 조합은 거리공연뿐 아니라 재능 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다. '줄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다네, 예술가는 예술로 사회에 기여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찾아가는 봉사공연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이사장은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노인복지센터를 찾아 무료공연을 진행 중인데 이런 무료공연은 아티스트들의 지원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좋은 취지에 함께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조합은 체계성을 가진 거리공연 전문단체로 국내 단체 중 '제일'이라고 자부한다"며 "모든 사람들이 거리에서 아름다운 공연을 접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아티스트 모두가 더욱 좋은 공연으로 찾아가겠다"고 당찬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