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재테크족 사이에서 필수 가입상품으로 꼽히는 주가연계증권(ELS)을 둘러싸고 표절 시비가 불거졌습니다.
카드와 보험업계에서 종종 벌어졌던 상품 베끼기 논란이 운용업계에서 재현된 셈인데요.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업계 강자끼리 정면충돌한 탓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죠.
다툼의 핵심은 ELS펀드의 독창성 부분이었습니다. 앞서 삼성운용은 지난달 11일 출시한 '삼성 ELS 인덱스펀드'를 내놨는데요. HSCEI(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와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3개 ELS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출시 당시 삼성운용은 2년간의 연구를 거쳐 '업계 최초로' ELS펀드를 시장에 선보였다며 강조했죠.
문제는 지난 24일 한국운용이 '한국투자 ELS 솔루션펀드'를 출시하며 터졌습니다. '한국 ELS 솔루션펀드'는 HSCEI,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 삼은 ELS 10개와 코스피200지수, HSCEI 기초자산의 ELS 5개, 코스피200지수와 유로스톡스50지수를 추종하는 ELS 5개 등 총 20개 ELS를 편입한 게 특징이었는데요.
역시 ELS를 구조화한 펀드라는 점에서 삼성 ELS펀드와 비교 대상에 올랐고 자연스럽게 유사상품 논란에 불이 붙은 겁니다.
양측은 나란히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 상품의 독점적 지위를 얻기 위한 배타적 사용권 신청을 내는 것으로 맞불을 놨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용업계 강자의 '치킨게임'은 소동으로 막을 내리게 됐는데요. 싱겁게도 양측의 자존심 싸움은 '무승부',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판정승'으로 끝났지요.
지난 26일 금투협은 신상품 심의위원회를 열고 두 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삼성운용 입장에서는 업계 최초로 ELS펀드를 내놓았지만 독창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이는 한국운용 쪽에 유리한 결정이 됐죠.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한 분위기였습니다. 두 상품이 'ELS를 편입한 펀드'라는 점 빼고는 기초자산과 가격평가 방법, 운용방식 등 상품구조 대부분이 딴판이었으니까요.
두 펀드가 모두 소액 적립식 투자를 원칙으로 하며 손실 구간 없는 '노녹인'(no knock-in) 구조의 ELS만 편입해 안정성을 높인 것은 공통점이지만 이를 제외한 기초자산, 스와프방식, 지수산출과정 등이 모두 달랐기 때문입니다.
금투협이 사실상 펀드의 배타적 사용권에 대해 무뎌진 잣대를 대면서 운용업계는 상품구조의 독창성보다는 수익률 등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펀드 개수로만 봐도 세계 최대 수준인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이미 어지간한 상품은 다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입니다.
한국운용이 금투협 결정과 관련해 "운용사의 무리한 베끼기 논란과 자존심 싸움을 뒤로 하고 상품성과 경쟁력으로 평가받길 바란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죠.
앉은 자리에서 펀드별, 운용사별 수익률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요즘. 운용사 간 자존심싸움을 넘어 치열한 수익률 경쟁으로 투자자들의 계좌를 불려줄 수 있는 운용업계의 묘수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