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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인 사면, 朴 대통령 의중은?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9.29 13: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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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기업인 사면론'을 두고, 재계를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황 장관은 지난 24일 "복역 중인 기업 총수들, 경제살리기에 노력한다면 사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최 부총리는 "기업인을 지나치게 엄하게 법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안된다"며 맞장구를 쳤다. 
 
자주 듣던 '기업인 사면' 레퍼토리지만 이번 사면론은 다소 느닷없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두 사람의 이 같은 발언에 침묵을 지키던 청와대는 28일 "아는 바도 없고 드릴 말씀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선긋기에도 나라의 법과 경제를 맡은 두 사람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권 내부에서 이미 결론을 낸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연말 특별사면에 앞서 정부가 재계 인사의 가석방·사면에 대한 여론 동향을 살피기 위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말을 흘렸다는 의혹인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특권층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극히 경계해왔다.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고, 올해 1월에 실시된 특별사면에서도 기업인은 제외됐다. 
 
또 법무부는 "사회지도층, 고위공직자 등이 국민 신뢰와 공직사회 청렴성을 저해하는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원칙적으로 가석방을 불허한다"며 지난해 7월 가석방 심사위원회까지 통과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을 최종적으로 허가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기업 때리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SK, 한화, 효성, CJ, 태광, 동양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됐고 이들 중 일부는 현재 수감생활 중이다. 일부는 실형을 선고 후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아직도 재판 상태다. 
 
이렇게 기업인 처벌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했던 박근혜 정부에서 기업인 사면론이 흘러나오자 그 이유가 '경제살리기'에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 장관과 최 부총리의 발언에 '경제살리기'라는 공통분모가 있고, 이를 위해 기업인의 특별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제민주화'를 이유로 기업에 무서운 잣대를 들이대더니 이제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인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인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기업인을 사면할 것인지 원래 기조를 지킬 것인지의 선택은 박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아무리 반대를 외쳐도 지금까지의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특별사면을 시행할 수도 있고, 대기업 총수들의 역차별을 주장하며 동정론을 펼쳐도 더욱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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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담뱃값, 지방세 인상 등으로 서민 증세 논란이 불거진 데다 세월호 정국이 풀리지 않은 시점에서 흘러나온 '기업인 사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하기는 하다. 
 
누군가의 주장처럼 일부러 말을 흘린 것이라면, 대기업 총수의 특별사면으로 경제를 살리고 싶은 것일까? ‘무전유죄 유전무죄’ 법칙을 깬 강력한 처벌로 돌아선 민심을 잡고 싶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