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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소상공인 ②] 권리금 회수, 복불복 아닌 확신 생길까

외국과 관행달라 입법논란 불씨…정당한 결실 대전제 인정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9.29 10: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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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상공인. 소기업 및 소상공인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의 개념 정의를 참고하자면, 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기업이나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를 뜻한다. 도소매업·음식업·숙박업·서비스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자를, 광업·제조업·건설업 및 운수업의 경우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자가 여기 포함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그늘에 가려 자영업자 특히 소상공인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는 화려하지 못한 소상공인 영역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튼튼하게 자리를 잡을 필요성은 경제 상황이 어려운 오늘날 오히려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계약 관행상으로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법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돈. 권리금은 건물의 시설·입지·고객 등 유·무형의 이익과 관련해 주고받는 금전적 대가로 얘기할 수 있다.

그 성질에 따라 △바닥권리금(상권 등 장소적 이익을 토대로 형성된 것) △영업권리금(점포의 무형자산 즉 영업노하우나 신용 등의 대가) △시설권리금(영업시설과 비품 등 유형자산의 대가) △이익권리금(미래에 창출될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 등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많은 소상공인들에게 보증금은 적잖은 부담이자 희망이다. 중소기업청 '201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사업정리 시 애로점으로 '권리금 회수'를 가장 많이 느끼며(33.9%) 그 다음이 '사업체 매도'(27.4%), '기존설비 처리'(17.4%)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청의 '2013년 상가건물임대차 실태조사'에서는 권리금이 있는 점포는 조사대상의 55%지만, 향후 사업장 양도 시 전체 85%가 '권리금을 받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권리금 지불자의 경우 98%, 권리금 미지불자의 경우도 68.8%가 희망하고 있었다.
   실제 권리금 형성 상황의 금액별 구성비와 지역조건별 권리금 규모를 조사한 것(중소기업청)을 법무부가 다시 활용, 정리했다. ⓒ 법무부  
실제 권리금 형성 상황의 금액별 구성비와 지역조건별 권리금 규모를 조사한 것(중소기업청)을 법무부가 다시 활용해 정리했다. ⓒ 법무부

즉 점포 운영이 잘 되지 않아 보증금과 권리금을 투입한 만큼 얻어내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으나, 가게를 잘 운영하면 그만큼 권리금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가게는 잘 되지만 권리금을 회수하는 데 곤란함을 겪는 제 3의 경우다.

이는 건물주와의 관계 문제이자, 가장 불공평한 경우로 꼽혔다. 잘 되는 가게를 내쫓고 건물주 자신이 그 업종을 운영하거나, 권리금 없이 임차인을 내쫓고 잠시 비웠다가 다른 임차인에게 세를 놓으면서 권리금을 임대인(건물주)이 챙기는 경우 등이 흔히 목격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 법적 분쟁에서 보호의 사각지대가 있었다.

"외국법, 권리금 인정폭 좁다?" 우수한 임차인보호 환경 이미 존재 

이런 상황에서 권리금을 보호해주기 위한 보호망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상황에서 정부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유사한 이 두 법안을 비교, 검토할 것인 만큼 내년 중순쯤 시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민 의원은 지난 25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 중 관련 내용을 발언하기도 했다.

대체로 임대인이 친인척 등 지인에게 임대한다는 명분 삼아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하거나 직접 권리금을 받거나 하는 행위 등의 금지, 권리금 회수 기회를 잃은 임차인에겐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권리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 권리금 회수 방해를 차단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권리금 회수 배경 강화를 위해 계약 관련 제도도 손질된다. 현재는 보증금과 4년치 월세를 합산한 금액(환산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서울 4억원)인 임차인만 5년간 계약 보장을 받는다. 

그러나 향후 모든 임차인에게 5년간의 계약기간을 보장해 임대인이 5년 이내 단기 계약을 맺은 뒤 계약 기한 만료를 내세워 퇴거를 요구하거나, 임대인이 바뀌었다는 이유를 들어 기존 계약 내용을 파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몇 가지 우려를 제기한다. 우선 건물주(임대인)이 간접적으로나마 권리금 문제에서 부담을 지게 되고, 원하지 않는 다음 임차인을 거부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는 등 전반적으로 자율권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권리금 부담을 덜기 위해 보증금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권리금 법제화보다 임대인에 대한 규제가 강했던 상가임대차 보호법 도입 당시에도 임대료 폭등 효과가 없었다는 과거 사례를 보면(2004년 중소기업청 조사) 이번에도 큰 부담이 새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상가임대차의 현실인 권리금 문제가 소상공인들에게 큰 애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권리금 보호를 위한 입법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 상가정보연구소  
상가임대차의 현실인 권리금 문제가 소상공인들에게 큰 애로점으로 꼽혀 권리금 보호를 위한 입법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 상가정보연구소
오히려 긴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는 외국의 임차인 관련 보호 제도는 우리의 권리금과 기본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마련하는 게 법적으로 또 실물경제상 옳으냐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권리금 거래 관행을 반영해 "권리금 자체는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또는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고 폭넓게 인정한다. 한편 이 같은 우리의 관행은 일제시대에 일본의 것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의 권리금은 2차 대전 후 일본 물가청의 공정해석(유권해석)에 따라 장소적 이익의 대가나 계약체결의 사례금으로 성격이 변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이 같은 해석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처럼 무형의 재산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새 임차인이 옛 임차인(현재 임차인)에게 주는 게 한국의 관행이라면, 일본에서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주는 '장소적 이익'에 한정한 대가라는 차이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대학원 지리학과에 유학한 일본인 다무라 후미노리는 올 2월 '한일 간 상가임대차권리금의 법적·사회적 인식차이'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차이를 짚기도 했다.

또 영국과 프랑스 등의 경우 임차인이 일정 기간 계속해서 건물을 점유,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에 인정하는 개념은 있지만, 우리처럼 미리 권리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면서 나중에 당사자 간 반환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권리금은 가게를 거래할 때 관행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임대인이 임차인을 악의로 내보내면서 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등 문제점이 있다. 사진은 권리금이 보증금과 세 등과 함께 실제로 거래 요소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동산 매물사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 프라임경제  
권리금은 가게를 거래할 때 관행적으로 인정되지만 임대인이 임차인을 악의로 내보내면서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 프라임경제
영국은 1927년 임대차법을 통해 5년 이상 들어와 가게를 운영한 뒤 과거 가치와 대비해 이익이 발생한 경우 그에 대한 보상을 인정했고, 1954년 임대차법에서 이 같은 영업권 보상을 없앤 대신 퇴거보상이라는 새 제도를 통해 사실상 이 같은 임차인의 노력에 의해 창출된 가치를 계속 보장했다.

프랑스는 상법 L145-14조에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주도록 돼 있다.

미리 권리금을 주고받아온 우리의 거래 관행까지 임대인에게 일정한 경우 보호해줄 것을 강요하는 새 법을 만들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외국과 우리나라의 상가임대차 실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처럼 더 강한 제약이 새롭게 등장한다고 해도 공평의 관점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이미 외국 입법례와 우리의 권리금 보호 시스템 차이를 연구했던 2011년 논문(박정선 '영업용 건물 임대차에서의 권리금에 관한 연구' 이화여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논문)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외국 제도는 임차인에 대한 강한 법적 보호 필요를 긍정해서라기보다는 공평의 관점에서 마련된 것이지만, 이들 국가들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덕 기반이 비교적 튼튼한 점' 또 '서구의 나라들은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고액의 보증금 사례가 많지 않고 대부분 월세에 의존'하기 때문에 임차인을 강력히 보호할 필요가 우리보다는 적다며 대조점을 부각시켰다.

우리나라와 보증금 등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권리금 보호 등 다른 통제수단 마련에서 꼭 외국 제도와 같은 틀에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재개발 때 권리금 공중분해 가능성' 추가 해결 필요

오히려 이런 공평의 관점에서 임차인의 권리금에 대한 보호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선진국들의 사고방식은 우리나라의 '입법의 한계선'이 아닌 새로운 판례 등에 의한 '확장해석' 가능성을 열어 준다고 볼 수도 있다.

현재 추진되는 두 법안 모두 건물이 갑자기 재건축 혹은 재개발되는 경우에는 권리금 보호가 어렵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첫 입법인 만큼 일단 권리금을 법률적 테두리 안에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일단 이 선에서 한계를 스스로 그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이 대목은 추가 개정 작업을 진행해야 할 1순위 대상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에 영업권과 권리금이라는 개념이 일단 이번 입법으로 법적 보호 대상이 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내보내는 경우에도 무형의 재산권인 권리금을 100%까지는 아니어도 영업이익의 기대치나 새로 대체상가를 만들어 입주시켜 주는 형식으로 보상할 필요를 인정하자는 논리를 추가로 만들기는 그만큼 수월해진다.

민 의원도 지난 K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무형의 재산권'이라는 점에서 이런 순차적 보호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더욱이 일정한 권리금 관련 입법이 이뤄지면 사회의 법적 확신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어 무형 내지 무명의 재산권으로 판례가 형성될 것을 기대할 여지도 전혀 없지는 않다.

외국 권리금 (내지 유사한 가치의) 보호 제도가 우리의 새 제도 마련 시 경계선 역할을 한다고만 좁게 인식할 게 아니라, 공평의 관점이라는 가치에서 시사점이 많다는 적극적 참고 사항이라는 쪽으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여기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