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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하이마트 콜센터 입찰 목표달성 'PT점수 낮으면 가격으로 만회'

가격비중 50%, PT후 가격제출 독특 2위 업체는 1위 업체 가격 준용

김상준·추민선 기자 기자  2014.09.29 08: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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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프레젠테이션 후 한 주를 넘겨 가격을 써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점수가 조금 모자랐다고 생각되면 가격점수에서 만회할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낮게 쓸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업체 선정 때 전문성보다 단순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역력하다. 공공기관들이 복수 업체를 선정할 때 업체별 제시 가격으로 각각 계약하는 것과는 달리 단순한 업무라는 이유를 들어 낮은 업체의 가격에 운영을 맞추게 한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경쟁 프레젠테이션(PT) 전 제안서를 제출할 때 가격을 밀봉해 함께 제출하는 방식이 아닌 PT 후 가격을 써내는 방식을 택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14일 경쟁 부문인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 후 나흘이 지난 18일까지 가격을 제안하게 했다. 대부분 기업들은 18일이 돼서야 가격 투찰을 마쳤다.

가격을 늦게 써낸다고 해서 가격이 무조건 낮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점수가 50%를 점하는 상황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PT점수를 높게 받았다고 생각됐을 때는 가격을 높게 쓸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롯데하이마트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 2위 업체는 1위 업체와 견적단가 준용이라는 조항을 추가했으며 2위 업체 단가준용 불가 때 차순위 업체와 협상해야 하는 것.

두 가지 안전장치로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업체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높은 단가를 제시한 업체도 있었겠지만 가격점수가 50%인 상황에서 낮은 단가를 제시한 업체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제안요청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가격비중을 50%로 정한 것은 업무가 단순해 크게 전문성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 입찰 설명회 당시 충분히 고지됐고 업체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50%의 조건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일단 진입하고 보자는 아웃소싱업체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다른 입찰제안서와는 달리 좋은 업체를 선정하고자 하는 노력도 엿보인다. 지원서를 제출한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실사를 실시한 것으로 이는 일반적인 입찰에서는 보기 드문 행보다.

  롯데하이마트는 콜센터 아웃바운드 운영업체 선정에서 가격점수를 50%비중으로 높게 선정해 상생보다 가격 낮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김상준기자  
롯데하이마트는 콜센터 아웃바운드 운영업체 선정에서 가격점수를 50% 비중으로 높게 선정해 상생보다 가격 낮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 김상준 기자
상당수 기업들은 자신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주길 원하지만 시간과 인력 부족으로 서류심사 만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 게 다반사다.

이번 입찰제안서를 보면 유리한 것은 제안요청서에 게재하고 불리한 것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계약기간이 36개월로 돼 있어서 사업 연속성에 있어서는 장점이지만 계약 동안에는 처음 제시한 가격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모든 업체들은 오버타임수당까지 포함된 가격으로 3년간 운영해야 한다. 매년 인상되는 물가상승분마저도 반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인력이 일주일에 100명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상황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활용해도 된다는 조항이 없다. 대부분 기업들은 모든 인원을 정규직 기준으로 단가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고 일부기업들은 아르바이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담아 일관성이 없었다.

현 정부에서 노력 중인 상용근로자 확대에 맞서는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시간 근로자를 양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일례로 10월 인원추정치를 보면 인원이 제일 많이 소요되는 2주차에는 330명이 필요하고 4주차와 5주차에는 140명으로 배 이상 줄어든다.

두 주 만에 190명을 줄여야 하는데 정규직으로는 노동의 유연성이 없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비정규직을 활용하지 않고는 이러한 요구사항을 맞추기는 힘든 구조다.

이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쓰거나 다른 사이트 직원을 배치해야 했고 교육을 매번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고객만족이나 생산성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바라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영으로 운영하기에는 힘든 운영구조를 가진 만큼 아웃소싱을 선택했다고 하면 아웃소싱업체 입장에서도 노동의 유연성 면에서 힘들 수 있다는 배려가 있었어야 했다. 일을 맡겼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상생을 저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주일 사이에 100명 이상의 인원이 충원되거나 감소될 수 있다는 조항만 공지했고 1개 업체당 고정좌석 200석 유지에 1회 70명이 교육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을 갖추도록 한 것도 여러 업체를 수주해 운영하는 업체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2014년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6.1% 증가한 9773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373억원으로 40.5%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41억1700만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47.1%나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3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0.3% 늘어난 1조391억원, 영업이익은 3.3% 줄어든 554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4분기부터는 신규점포들의 매출 안정화와 인건비 증가의 기저효과 소멸로 실적개선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4분기 추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4분기 매출 안정화 전망에도 대부분 매체들은 긍정적인 기사보다는 실적부진에 따른 부정적인 면을 다루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유통업 어려웠다...목표가↓" "마른장마에 뒤통수...날씨경영의 실패작"과 같은 기사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업체들과의 상생에 주력하기란 힘들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단 실적을 올려야 했던 만큼 그 일환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안요청서를 만들었다는 것.

그러나 가격이 낮아지면 아웃소싱업체나 상담사들이 힘들어지고 고객사의 고객만족도는 떨어질 것이 뻔하다. 인력도 정규직이 아닌 단시간 근로인 아르바이트를 많이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 힘들다. 힘들수록 전문기업들과 상생을 통해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래저래 깨우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