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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스런 전라도 아낙네 해학 돋보이는 영화 '순천' 호평

박대성 기자 기자  2014.09.25 16: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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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남 순천만의 아름다운 풍광이 녹아든 다큐영화 '순천'이 25일 전국에 동시 개봉됐다.

다큐 전문 이홍기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실존인물을 스케치한 작품으로 국내 다큐물로는 최초로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하다.

영화 '순천'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남편대신 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전라도 아낙네의 억척스런 삶을 조명한 영화로 구수한 전라도사투리와 아름다운 순천만의 풍광에 영화에 그대로 배어 나온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생태수도 '순천시'를 스크린에 오롯이 담은 영화로 '하늘의 순리에 따른다'는 뜻의 순천(順天) 지명과도 일치한 보기드문 역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개봉 전부터 동물영화제 등을 통해 국내 관객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캐나다 관객들에게도 커다란 울림을 전하는 이 영화는 전라도와 대한민국의 고유정서를 해외에 알리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지난 4일 순천지역 극장에서 먼저 선뵌 영화 '순천'은 시민들의 관심 속에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드물게 입소문만으로 1000명 이상을 동원해 흥행전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고(故) 차일선 할아버지와 윤우숙 할머니. ⓒ인디스토리.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고(故) 차일선 할아버지와 윤우숙 할머니. ⓒ인디스토리.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이정현 의원)

"자연과 사람이 혼연일체된 아름다운 영화다."(김광진 의원)

"대본없는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극(劇)영화보다 관객을 더 울리고 웃길수 있는지 영화 '순천'을 보면 이해가 간다."(조선일보 변희원기자)

"과장하지 않은 정직한 연출 덕에 감동은 배가된다. 세밀하게 포착한 순천만의 그림같은 풍광도 영화의 미덕이다."(서울경제 김경미기자)

"거칠고 투박해 보였던 상자를 열어보니 섬세하고 따뜻한 보물이 있었다."(최희숙 작가)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나의 편견을 깨주었다."(네이버의 한 댓글)

일각에서는 제2의 워낭소리를 능가하는 역작으로 평가할 정도다. 영화 '순천'은 관람객들의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순천시 별량면 화포마을 윤우숙(70) 할머니와 그의 남편 차일선씨(78)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갯가에 살면서도 고깃배와 담을 쌓고 평생 술만 마시는 병약한 남편을 대신해 직접 배를 몰아 발에 걸린 생선과 갯벌에서 꼬막과 게, 낙지 등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억척스런 여장부다.

밥벌이에 무심한 남편도 가난도, 모두 하늘의 뜻이라 여기며 참말로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밤새 고깃배를 타고 몸이 불어터져라 일하고 와도 "밥차려달라"는 남편이 원망스러워 타박도 많이한다.

그런 남편이 갑자기 허망하게 죽자 밉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통곡을 하며 우는 장면도 나온다. 남편은 법없이도 살사람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윤 할머니는 죽은남편 상여 앞에서 이렇게 통곡한다.

"아이고 아이고~ 이렇게 허망하게 갈줄은 손톱만치도 몰랐네. 아이고 아이고~ 뒤돌아보지 말고 잘가소. 날보고잡단 소리말고 잘가소, 장에만 갖다 늦게와도 뭐허느라 인자왔다고 했싸터만...언제 나한테 욕얻어먹을랑가. 그렇게도 허망하게 가분당가~. 말한자리도 안허고 간당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분가. 에끼 나쁜사람..."

이 영화에서 남편(차일선)은 촬영기간 유명을 달리하는데, 촬영팀이 재단하지 않고 이를 지켜본다.

윤 할머니는 50년간 갯사람으로 살면서 온갖 고생영향에 허리가 구부정한채로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을 윤 할머니를 가리쳐 "억척스런 여자"라고 부른다.

실제로 윤 할머니는 남편을 대신해 동네사람이나 어시장 골목에서 상인들과 싸움도 곧잘한다. 영화 캐릭터로 최고의 섭외라고 주변마을 사람들이 엄지손을 치켜들 정도다.

제작진은 영화의 주인공을 섭외하기 위해 순천만 일대 마을을 수년간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윤 할머니는 물때에 맞춰 밤새 잡아온 해산물을 지금도 순천 역전시장에서 팔고 있어 운 좋은날에는 영화속 윤 할머니를 만나 볼 수도 있다. 고생에 찌들어도 전라도 특유의 해학과 사투리가 아주 맛깔나게 표현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홍기 감독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걸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소재를 찾느라 여러 곳에 다니다보니 순천과 맞딱드렸는데, 이곳에 매혹돼 이분들을 섭외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분들을 만난것도 큰 행운이었다. 윤우선 할머니는 캐릭터가 아주 재밌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여인의 강인한 삶, 한 남편의 부인으로 아이의 어머니로, 여성성마저도 희생하는 한 여인의 인생을 깊이있게 들여다본 기회였다"고 말을 보탰다.

휴먼다큐멘터리인 영화 '순천'은 상영시간 64분이며, 전체관람 가능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