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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공시 무산에 '한 방 먹은' 통신주 솟아날 구멍은?

"가입자 수 많은 이통사 단말기 가격협상 혜택 커"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9.25 10: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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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는 10월부터 실시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의 셈법이 복잡하다. 보조금 분리공시 불발 탓에 '반쪽짜리' 제도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통신업종 주가 랠리에 단통법 자체가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사와 통신사 보조금 분리공시를 둘러싸고 주무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3사, 일반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지만 투자자들의 셈법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분리공시 무산에 통신주 일제히 하락

24일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는 10월 단통법 시행령에서 분리공시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분리공시란 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각각 공시하는 제도로 시장에 풀리는 보조금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방안으로 꼽혔었다.

   ⓒ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와 팬텍, LG전자 등 일부 제조사는 분리공시에 찬성했지만 국내 최대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마케팅 비용을 비롯한 영업기밀 노출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결국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산자원부 등 경제부처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분리공시 도입은 무산됐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전체 보조금 규모 중에서 제조사 장려금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상황에서 요금할인 지원금에 해당하는 재원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단통법 시행령이 확정된 24일 주식시장에서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3사의 주가가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

SK텔레콤의 경우 분리공시 도입 가능성이 긍정적으로 논의되던 지난달 이후 가파르게 주가가 상승해 지난 23일 장중 30만3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튿날 29만7500원으로 2% 가까이 빠졌고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3.46%의 하락률을 보였다. KT도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 넘게 하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나머지 사안은 시장 기대 나름 충족"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분리공시 무산에도 불구하고 단통법 효과는 충분히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분리공시 무산으로 휴대폰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더딜 수 있고 단말기 유통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당장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보조금 상한선 제정과 요금제에 따른 보조금 차등, 판매점 사전 인증제 도입, 시장과열 주도 사업자 처벌 등 핵심사안 대부분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단통법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 통신사들의 실적 개선과 세계적으로 ICT 육성론이 힘을 받고 있는 만큼 통신주의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분리공시 불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이를 뺀 나머지 부분은 처음 설계됐던 취지대로 운영될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보조금 규모는 분리공시 여부와 관계없는데다 분리요금제를 선택하는 자급제폰 이용자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실제 지출하는 인당 마케팅비용에 대해 불확실성이 남는다는 점에서 다소 부정적"이라고 부연했다.

분리공시 무산이 회사별로 차별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입자가 많은 회사가 제조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다"며 "가입자가 많은 통신사가 단말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면 가격할인 협상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이유로 단말기 제조사를 계열사로 보유한 통신사도 가격협상에서 혜택을 누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편 전날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관련 고시 제개정안과 상한액을 의결했다. 구체적으로는 △보조금 상한액 범위 25만~35만원 중 최초 보조금 상한액은 30만원으로 결정했으며 △이통사는 출고가, 지원금, 부가세를 포함한 실제 판매가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은 따로 공시하지 않으며 △대리점과 판매점은 이통사가 공지한 지원금의 15% 이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 △법 위반행위가 현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중지명력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미 단통법 도입 당시 논의됐던 것이지만 최초 6개월간 보조금 상한액을 30만원으로 못 박은 것이 새로운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