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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긴 방통위" 여야 대립 속 '반쪽' 단통법 통과

규개위 분리공시 삭제 권고 받아들여…추후 후속조치 논의

최민지 기자 기자  2014.09.24 2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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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분리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해 온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여야 상임위원 간 이견 차이 속에서 결국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에서 분리공시를 삭제키로 했다.

24일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는 방통위에 단통법 내 분리공시 삭제권고를 했으며 이에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를 수용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날 여야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분리공시 조항 삭제를 놓고 이견 차이를 나타냈다. 야당 측 위원들은 분리공시 조항 삭제를 반대하며 재심을 요청했다. 반면, 여당 측 위원들은 규개위가 논의 끝 내린 결정인 만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시간가량 논의를 거친 후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내달 1일 단통법이 시행돼 시간이 촉박한 만큼 삭제 권고를 받아들이고 추후 시장상황을 살펴본 후 후속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야당, 규개위 삭제 권고 반발 "국민 여론 무시"

야당 측 상임위원들은 규개위 결정이 특정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만을 위한 조치로 방통위와 국민적 합의를 무시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김재홍 의원은 "이통사와 소비자단체 및 삼성전자를 제외한 제조사들이 분리공시를 찬성한 가운데, 삼성전자만 영업비밀 유출과 글로벌 마케팅 저해를 이유로 반대했는데 규개위가 이런 결론을 내놓은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규개위의 삭제 권고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단통법의 본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통위의 체면과 위신은 이미 구겨졌다"며 "그러나 이용자와 시민단체들이 나서기 전에 책임 있는 정책 당국의 자세로 분리공시를 위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통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규제개혁위원회가 권고한 분리공시 조항 삭제를 수용했다. ⓒ 프라임경제  
방통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규제개혁위원회가 권고한 분리공시 조항 삭제를 수용했다. ⓒ 프라임경제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삼성전자 의견을 같이 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고삼석 위원은 "분리공시를 기업 규제로 보고 도입을 반대한 삼성전자 의견을 기재부와 산업부가 받아들여 국민 여론을 무시한 결정이다"며 "이는 국익으로 포장된 기업 위주 정책이며, 산업정책 주무부처가 이용자 보호 업무를 핵심으로 하는 방통위 정책을 일방적으로 무력화한 것은 적절하지 못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로 인해 단통법 실효성은 반감되고, 제도 도입을 반대한 산업부와 기재부는 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위원은 분리공시에 대한 재심을 요청했으며, 재심이 어려운 경우 분리공시를 재추진할 수 있는 입법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위원의 경우 분리공시 조항이 단통법과 상충되는 지에 대해 공식적인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번 규개위 결정은 규개위원으로 참석한 법제처 차장이 법적의견을 피력한 것이 관철된 결과로 알려졌다.

◆여당, 분리공시 삭제 수용…위원장-부위원장 '마찰' 우려

여당 측 위원들은 방통위 위원들의 합의를 통해 도출된 분리공시 조항을 삭제하게 돼 안타깝지만 규개위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며 단통법 시행 시기가 촉박한 만큼 수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허원제 부위원장이 당초부터 분리공시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최 위원장과의 불편한 기류로 확대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통법 고시안이 적절하다 생각했으며 규개위에서 이를 잘 판단해주리라 여겼는데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8일 제조사 대표 삼성전자와 이통사 대표 SK텔레콤 및 관련 교수들과 함께 논의를 진행했고, 법률적 부분 검토를 거쳐 위반되는 부분이 없다고 판단해 고시안을 완성해 규개위에 보냈다"며 "그러나 법제처에서 12조1항 단서, 정확히 말해 입법취지에 위반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최 위원장과 이기주 위원은 규개위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으나 수용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러한 가운데 허 부위원장은 분리공시의 타당성 및 법적근거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규개위 결정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나섰다.

허 부위원장은 "위원회에서 소수 의견이었기 때문에 발언을 자제했었으나 여러 차례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분리공시를 반대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히고자 한다"며 "이번 규개위 결정으로 본인의 판단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 측면보다는 오히려 제조사와 이통사 간의 갈등, 거기에 서로 간의 경제적인 분배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며 "규개위에 재심을 요구하는 것은 여러 선례나 정황으로 봐서 결코 현명한 판단은 아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