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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20년만에 파업 위기…권오갑의 선택은?

울산 본사 정문서 담화문 배포…출근길 직원과 인사하며 협조 당부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9.24 18: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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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15일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임명된 권오갑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2일,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조합원 1만800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고 공고를 내고 23일 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19년 무분규 기록이 깨지게 된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14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40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임금인상에 대한 견해차가 커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같은 울산 지역에 사업장을 둔 현대자동차와 비교할 때 기본급과 성과급 인상 폭이 작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내며 회사가 위기에 처해 있어 노조 측의 요구는 다 받아들 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최근 이재성 회장이 상담역으로 물러나고 권오갑 사장을 복귀시키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권 사장이 현대중공업에 복귀하면서 그의 역할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을 살릴 수 있는 인물로 권 사장이 급부상 한 이유에서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 복귀와 동시에 울산으로 내려갔다. 현장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취임식과 축하 인사도 사절한 권 사장은 울산에 머물면서 현대중공업의 핵심인 울산 조선소를 꼼꼼히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으로 내려간 권 사장의 첫 시험대는 이번 '노사와의 갈등중재' 능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이 23일에 이어 24일 아침 6시20분부터 8시까지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 출입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 줄 것을 호소했다.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이 23일에 이어 24일 오전 6시20분부터 8시까지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 출입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 줄 것을 호소했다. ⓒ 현대중공업
 
이와 관련 권 사장은 파업 찬반 투표가 시작된 지난 23일 오전 출근길 울산 본사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권한 권 사장은 직접 준비한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나눠주며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권 사장은 글을 통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일터인 현대중공업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회사 안팎의 경영상황이 전에 없이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무엇보다 회사가 현대중공업 가족 여러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운을 뗐다. 
 
이어 "회사가 가족 여러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됐다면 그것은 회사의 잘못이며, 책임이다"며 직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권 사장은 "회사가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길 바란다. 일할 맛 나는 회사, 신바람 나는 회사, 내가 믿고 기대고 내 땀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회사로, 분명히 그렇게 바꾸겠다"며 "할 수 있는 것은 앞장서서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종업계 어느 회사보다 임직원 여러분이 일한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파업 찬반 투표 첫날 임직원에게 파업 자제를 호소하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권 사장은 23일 오전 6시20분부터 오전 8시까지 출근하는 임직원들과 만나 악수하고 인사하며 협조를 당부했고, 이는 파업 찬반 투표 이튿날인 24일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 노조는 24일 긴급회견을 갖고 사측을 규탄하는 한편 교섭중단 및 당초 26일까지 진행키로 했던 파업 찬반 투표를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정명모 노조위원장은 "찬반 투표를 하기로 결정한 이후 회사가 조합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탄압하고 있어 정상적인 투표 진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관리자를 동원해 투표장 주변에서 감시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의행위를 찬성하든 반대를 하든 조합원이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사측 관계자는 "투표를 무기한 연장하겠다는 것은 투표 날짜를 연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마감 시한을 정하기 않고 투표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합원들이 파업에 찬성할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겠다는 의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복귀한 권 사장이 '20년만에 파업 위기'라는 첫 번째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권 사장의 복귀와 함께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점치지도 했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가장 급히 해결해야할 현안인 '노사 협상'이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