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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주진형 한화증권 사장 '이단아와 충무공 사이'

리서치센터 인력이탈 심각 수준, 그룹 경영진단에 재신임 여부 촉각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9.24 10: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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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이단아적 행보'가 또다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2일 한화투자증권(이하 한화증권)은 업계 최초로 자체 리서치 역량을 활용해 '고위험등급 주식'을 골라 개인고객들에게 공개했는데요. 마치 거래소의 관리종목 지정제도처럼 '나쁜종목'을 뽑아 사실상 투자제한 조치를 내린 겁니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단행된 것인 만큼 고객들의 반응은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과 2년 전 금융감독원의 미스터리쇼핑에서 한화증권이 최하등급을 받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 사장의 고객신뢰 회복에 대한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달로 꼭 취임 1년을 채운 주 사장은 그간 업계 관행을 깨는 파격행보로 주목받았습니다. 리서치센터의 '셀(sell) 보고서' 의무화와 레버리지펀드 신규판매 중단, 거래수수료 정액제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주 사장의 '신선한 실험'이 최대 기로에 섰습니다. 파격행보의 선봉에 섰던 리서치센터가 인력이탈로 반토막 난 데다가 김승연 회장의 복귀를 앞둔 한화그룹이 최근 한화증권에 대한 대대적 경영진단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올해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증권이 그룹의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큰 폭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점을 복기하면 한화증권 역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일각에서는 그룹의 이번 조치가 주 사장에 대한 재신임의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먼저 한화 리서치센터에 불어 닥친 인력난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증권사 리서치하우스 중 한화증권은 '기피대상'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돌았는데 그 말이 마냥 틀리진 않은 모양인데요.

주 사장 부임 이후 1년 동안 애널리스트 15명이 회사를 나갔는데 대부분이 섹터 애널리스트로 현재 기업분석파트는 보고서 작성이 가능한 연구원이 딱 한 명뿐이라고 하네요. 지난 7월 KB투자증권 출신 김철범 센터장이 하우스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진용을 갖추는 듯 했지만 인력난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업계의 말을 빌리면 한화증권은 애널리스트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지만 워낙 불경기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군요. 김 센터장이 스카우트를 위해 무리하게 나서는 바람에 업계의 쓴소리를 들었다는 후문도 있고요.

한 중소형사 리서체센터 관계자는 "아예 할당량을 내려 매도 리포트를 독촉하고, 내지 않으면 마치 범죄자처럼 매도하는 분위기에 연구원들이 많이 지친 모양"이라며 "새로운 시도도 좋지만 업계 문화를 무시하는 주 사장의 태도에 불편해하는 직원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 같은 회사 기피 현상이 리서치센터를 넘어 법인영업, 브로커리지 등 핵심부서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전언도 들여옵니다. 개인성과급제를 폐지하면서 영업파트 인재들이 대거 빠졌고 거래수수료 정액제 실시 이후 소액 고객들의 외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거죠.

수수료 체계가 기존 정률제에서 정액제로 바뀌면서 고액 투자자가 아닌 이상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수수료 부담이 더 늘었기 때문인데요. 지점 영업직원들에게는 이중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한화그룹은 내달까지 한화증권의 전략과 인사, 리테일, 기업투자(IB), 전산 등 거의 모든 영역을 들여다볼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표면상 정기적 진단작업으로 알려졌지만 20~30명의 대규모 인력이 그룹에서 파견된 만큼 전에 없는 '현미경 검사'가 진행될 공산이 큽니다.

주진형 사장이 '12척의 배로 왜란을 잠재운 충무공'이 될지, 아니면 업계 상식을 외면한 '이단아'로 낙인찍힐지는 연말쯤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뛰어난 리더의 덕목에 '내치(內治)'가 왜 빠지지 않는지 상기해볼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