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터뷰] 이상학 부단장 "韓, ITU 전권회의로 기술강국 넘어 ICT 허브까지"

첫 한국인 표준화 총국장·결의안 채택 '주목' 경제적 기대효과 최소 7000억

최민지 기자 기자  2014.09.23 15:24:2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는 한때 '핀란드 신화'로 불리며 전 세계 휴대폰시장을 좌지우지했으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외교 부문에서 핀란드는 눈에 띄지 않았다. 현재 한국 또한 삼성전자 '갤럭시' 신화를 만방에 떨치고 있으나 ICT 외교부문에서 한국의 역할은 크지 않다. 이는 "한국은 스마트폰만 잘 만드는 나라"로 국한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이상학 ITU 전권회의 준비기획단 부단장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강조했다. ITU 전권회의야말로 한국이 기술강국을 넘어 글로벌 ICT 정책 및 외교 허브로 나아갈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것.

우리 세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ICT 분야 최대 이벤트인 '2014 ITU 전권회의'가 내달 20일부터 11월7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된다. ITU 전권회의는 193개국 회원국 장관급 대표가 참석하는 ITU 최상위 최종 의사 결정회의다.

ITU 전권회의는 4년 주기로 대륙별 순회 개최된다. 5개 대륙이 1회 순환하는데 20년이 걸리며, 올해 한국 개최 이후 중국·호주·인도 등의 국가가 후보지로 대기 중이라 다시 한국에서 ITU 전권회의를 만나려면 8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이상학 ITU 전권회의 준비기획단 부단장은 "ITU 전권회의 개최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 ICT 정책을 주도해 ICT 강국에서 ICT 주도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ITU 전권회의를 통한 경제적 기대효과는 최소 700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확언했다.

◆韓, ITU 전권회의로 4가지 성공 바라

일반인에게 생소한 ITU 전권회의가 국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유는 글로벌 ICT 현안을 최종 결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ITU 전권회의에서는 반드시 최종의정서를 채택해야 하는데 최종의정서에는 헌장·협약이 포함돼 있다. 이는 국제조약의 효력을 갖는다.

이처럼 전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ITU 전권회의의 의장국을 한국이 맡게 된 만큼 이 부단장은 이번 ITU 전권회의를 통해 달성해야 할 4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이상학 ITU 전권회의 준비기획단 부단장은 내달 20일 부산에서 열리는 ITU 전권회의를 통해 한국이 ICT 주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부  
이상학 ITU 전권회의 준비기획단 부단장은 내달 20일 부산에서 열리는 ITU 전권회의를 통해 한국이 ICT 주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미래부
우선, 우리나라가 정보통신표준화 총국장에 선출되는 것이다. 정보통신표준화총국은 ITU의 3개 부문국 중 하나로, 정보통신 표준화와 통신요금에 대한 회원국 간 협력 촉진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또, 삼성·애플 특허 전쟁과 같은 분쟁 조정과 5g 등 새로운 통신망 연구 등 정보통신 관련 연구도 진행한다. 터키와 튀니지가 우리나라와 정보통신표준화 총국장 자리를 두고 경합을 펼칠 예정이다.

이 부단장은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ITU 정책 결정을 통해 향후 ICT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한국이 ICT 강국에서 ICT 외교·정책의 강국이 되려면 제도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ITU 가입 후 60여년간 활동해왔으나, 선출직은 진출하지 못한 상태다. 총국장이 이동통신·인터넷TV(IPTV) 등 ICT 글로벌 표준에 대한 최종결정 권한이 있는 만큼 총국장 당선 때 국내 기술·산업이 세계를 주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가 제출한 신규 결의안 2개가 채택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ICT 융합과 사물인터넷(IoT) 활용 촉진을 위한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 부단장은 "이제까지 없었던 신규 결의안 2개를 ITU 전권회의에 선보이게 됐다"며 "한국에서 결의안을 제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 정책 부문은 결의안으로 논의되기 때문에 채택된다면 우리나라가 앞선 분야를 전세계에서 주도할 수 있는 프레임과 플랫폼이 만들어지게 되는 셈"이라며 "우리나라 기업은 ICT 융합과 IoT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부단장은 전시회를 통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실질적 수출 계약 상담 및 실적 달성과 함께 순조로운 ITU 전권회의 개최를 성공지표로 꼽았다.

◆2014 ITU 전권회의 화두 '인터넷 거버넌스'

올해 ITU 전권회의에서 주목할 의제는 '인터넷 거버넌스'다.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가 중요한 까닭은 인터넷주소(URL)를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배분하느냐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이 ICANN을 통해 URL를 관리했는데, 이에 대해 러시아를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반발하며 그 권한을 ITU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상학 부단장은 "이 문제는 단순히 정책 문제를 넘어 국가 간 정치외교 문제로 번지고 있어 예민한 주제"라며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이 문제를 다룰 때 회의 운영과 대안 제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이는 일종의 기회이자 도전이며, 우리나라가 균형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사고 후 인공위성을 이용한 여러 지역의 실시간 항공기 위치추적을 위한 주파수 분배 필요성 제기에 따라 '항공기 위치추적 주파수 분배' 논의도 이뤄진다.

이 외에도 △정보격차 해소 및 개도국 지원 △온라인 아동 보호 △ICT와 기후 변화 △쓰나미 등 자연재해 때 조기 경보 등에 대한 내용도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