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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근로자 가입 못하는 퇴직연금제 "스스로 권리 찾아야"

'모집형' 고용형태 부당함 호소·차별논란…대책 마련 시급

하영인 기자 기자  2014.09.22 1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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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는 2022년부터 퇴직연금제가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될 예정이지만 파견근로자의 경우 퇴직적립금 지급 방식에 대한 문제로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놓고 사용업체와 파견업체 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파견근로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방안들을 살펴봤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평균 수명만큼 정년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퇴직연금제다.

그렇지만 이처럼 노후생활을 보장해줄 퇴직연금이 이직이나 중간정산제도를 통해 생활자금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아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에 따라 정부는 퇴직연금이 생활자금처럼 쓰여 노후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게 될 것을 염려, 지난달 27일 '사적연금 활성화대책'을 마련해 퇴직연금제 가입 의무화를 실현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대책이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파견근로자에게는 빗겨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만큼 파견업체들은 파견근로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주장하며 권리옹호에 나섰다.

◆사용업체 vs 아웃소싱기업, 퇴직금 날선 대립각

퇴직연금제는 근로자들의 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오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가입이 의무화될 방침이다.

그러나 사용업체로부터 파견비를 받는 파견업체들은 파견근로자에게 퇴직연금제를 들어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파견업체 관계자 A씨는 "파견근로자들에게 퇴직연금제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퇴직연금제에 가입하려면 사용업체로부터 퇴직충당금이 포함된 파견비를 받아와 직접 관리해야 하는데, 사용업체 대부분 '퇴직 발생 시 후 청구' 방식을 고집한다"고 토로했다.

1~2년 계약 기간을 맺는 파견근로자들에게 1년 이후 발생하는 퇴직적립금으로 퇴직연금제에 가입해주는 것은 관리문제뿐 아니라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부른다. 특히 파견근로자들의 잦은 퇴직 발생과 높은 이직률도 큰 걸림돌이다.

이와 관련 사용업체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퇴직충당금을 포함한 파견비를 지급했었다"며 "현재 방식은 아웃소싱기업의 잦은 도산과 폐업, 잘못된 퇴직적립금 운영 때문에 근로자들이 퇴직금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아 직접 관리키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파견업체는 퇴직적립금을 용도 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용업체의 낮은 계약단가 관행과 맞물려 자금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이윤을 보장받기 힘든 실정 탓에 급한 대로 퇴직적립금에 손대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사용업체가 운영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퇴직적립금에 관여하는 일은 위장도급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손필훈 고용노동부 과장은 "법적인 고용관계는 파견업체와 근로자 간에 있기 때문에 결국 피해는 파견업체가 안게 될 것"이라며 "부담을 떠안기 싫다면 계약을 맺을 때 이를 확실히 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사용업체가 2년 동안 파견근로자를 받기로 했으면 퇴직금이 포함된 인건비로 계약해야 한다"며 "사후 지급은 파견이 아니라 직접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위장도급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사용관계를 넘어 고용관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고 사용업체가 퇴직금 지급 의무를 지는 것은 직접 고용의무가 발생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설명이다.

◆파견근로자 고용계약 '모집형' 아닌 '상용형' 돼야

최대 계약기간이 2년인 파견근로자들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이는 파견근로자 대부분이 사용업체가 파견을 요청할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모집하는 불안정한 고용형태의 '모집·일반형'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

이런 이유로 퇴직연금제 가입은 물론 고용안정화를 위해 기간 제한 없이 파견업체에서 상시 고용하다가 사업주가 요청 때 파견하는 '상용형' 고용형태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기업 임원 수행기사나 비서들이 상당수 상용형 파견근로자로 근무 중이다. 이들은 한 파견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사용사업주만 달라지는 사실상 파견업체의 정규직인 셈이다.

그러나 상용형 파견근로자는 사용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파견업체와 고용관계가 계속 유지돼 파견업체의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이 같은 계약형태의 고용은 드물다.

상황이 이렇기에 모집·일반형 파견근로자들은 사용업체에서 퇴직충당금을 포함한 파견·도급비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자기 권리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관련 방안 중 하나는 파견근로자들이 주체가 돼 개인퇴직연금계좌(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이하 IRP)를 신설하는 것.

퇴직금을 IRP에 넣으면 인출 전까지 퇴직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연금형태로 받을 수 있다.

파견업계 관계자는 "2022년이면 퇴직연금제 의무 도입으로 사각지대 없이 모든 근로자가 확정급여형(DB형)·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제도 혹은 퇴직금제도 셋 중 하나를 택할 수 있게 된다"고 운을 뗐다.

아울러 "엄연한 노동자인 파견근로자들에게 같은 권리를 주지 않을 경우 단연 차별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들의 노후대비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기업 간 책임전가 문제가 아니라 법적 제도조치 등 정부차원에서 하루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할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목소리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2016년부터 근무 기간 3개월을 넘기는 기간제 등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키로 할 계획"이라며 "파견근로자들의 퇴직연금제 가입률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