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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협동조합이 만들어 낸 세계적 명차 '람보르기니'

추민선 기자 기자  2014.09.16 17: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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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자들의 도시, 뚱보들의 도시, 붉은색의 도시라고 불리는 유럽의 도시는 어디일까요?

바로 이탈리아의 볼로냐를 지칭하는 별명(?)들입니다. 볼로냐는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주도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볼로냐 대학교가 있죠. 이 대학에서 공부했던 유명한 인물들로는 신곡을 쓴 단테, 토머스 베켓, 교황,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등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좀 더 최근의 역사에서는 생물학적 전기를 발견한 루이지 갈바니, 무선 통신의 선구자 굴리엘모 마르코니 등을 배출함으로써 현자들의 도시로 불리고 있죠.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전체 기업의 1/3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협동조합이 발달한 지역이다. 특히 세계적 명차로 손꼽히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역시 협동조합을 통해 생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람보르기니 우라칸(좌)와 페라리 캘리포니아. ⓒ 람보르기니·페라리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전체 기업의 1/3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협동조합이 발달한 지역이다. 특히 세계적 명차로 손꼽히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역시 협동조합을 통해 생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람보르기니 우라칸 LP610-4(좌)와 페라리 캘리포니아 T. ⓒ 람보르기니·페라리

또한 볼로냐의 음식은 이곳의 독특한 조리 기술 전통으로 유명한데요, 어떤 이들은 볼로냐를 이탈리아 음식의 수도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비옥한 포(Po) 강 계곡에 위치해 있는 덕에 볼로냐 지방의 음식은 고기와 치즈를 아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뚱보들의 도시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한편 볼로냐는 '붉은 볼로냐'라고도 불리는데요, 이 도시의 좌파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1999년에 중도 우파 성향의 시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볼로냐 시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인기가 높은 도시였죠.

마지막으로 볼로냐를 대표하는 별명이 한 가지 더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협동조합'의 도시 입니다.

실제 볼로냐를 둘러보면 다른 도시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다국적 유통체인인 보다 'coop'이라고 쓰인 슈퍼마켓이나 중소기업 브랜드를 더 쉽게 접할 수 있죠.

또한 볼로냐 지역의 협동조합이 전체 기업의 1/3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협동조합이 발달한 도시로 꼽히며, 협동조합의 수도라 지칭되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명차인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역시 대기업이 아닌 볼로냐 지역 일대 협동조합에서 생산되고 있는데요.

특히 이 지역은 제조업 기반이 워낙 강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은데, 수천가지가 넘는 자동차 부품을 수많은 중소업체가 협력적 네트워크 안에서 지식·노하우를 공유하며 명차인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들 협동조합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경쟁'이 아닌 '협력'도 세계적인 명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죠.

일례로 국내 기업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타이어부터 시작해 수많은 부품을 처음부터 완료단계까지 기업 스스로 해나가야 하지만, 람보르기니와 페라리의 경우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한 가지 우수 제품만을 모아 조합해 만들어 내는 방식이죠.

그 결과 기업 스스로 기술개발과 제작까지 걸리는 시간 및 투자비용에 비해 볼로냐의 자동차들은 서로의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누구보다 앞선 자동차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협력의 결실은 우수한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으며 수억대를 호가, 누구나 선망하는 '드림카'로 부상했죠. 

그렇다면 다른 도시에 비해 볼로냐가 유독 협동조합 문화와 전통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주민은 이곳이 르네상스의 발원지 중 하나로 인본주의 전통이 오래전부터 강하게 이어져 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1940년 파시즘(이탈리아의 B.무솔리니가 주장한 국수주의적·권위주의적·반공적인 정치적 주의·운동)에 저항해 스스로 독립한 역사도 협동조합이 발달한 이유로 작용했는데요. 이탈리아 공산당과 이 계열의 협동조합이던 레가를 주축으로 레지탕스(저항) 운동을 벌인 경험이 외부 침략에 대항해 서로 단결하고 협동하는 문화와 관련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공산당은 자본가들의 '기업'에 대항해 자본가 뿐 아니라 노동자도 함께 이익을 나눌 수 있는 제도를 실천하려 했죠.

아울러 협동조합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코자 하는 지방정부의 노력·지원이 병행됐고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볼로냐 지역의 사람들의 문화가 맞물려 오늘날 세계적 협동조합의 수도로 불려 지게 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편 '함께 협동하며 이익을 나눠 갖는다'는 인식은 곧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실업률과도 연결되기 했죠. 현재 에밀리아로마냐의 실업률은 3%대의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해고 없는 협동조합 기업' 때문입니다.

협동조합의 조합원과 기업들은 개개인으로 보기 보단 한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이 저조할 땐 해고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기업의 수익과 조합원 혜택을 먼저 줄여 조금씩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 맵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며 견뎌내고 있죠.

우리나라 역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높은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으며 영세자영업자들은 대기업의 자본력에 밀려 대거 몰락하고 있는 실정이죠.

그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100%의 방법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이해와 협력의 정신을 조금만 적용해 본다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작지만 강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되네요. 아울러 작은 힘들이 모아져 국내 협동조합의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탄생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