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단독] 현대건설, 강서힐스테이트 '야생뱀' 집단출몰

116~118동서 유혈목이 8마리 발견·포획…주민불안 확산

박지영 기자 기자  2014.09.16 17:07:1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서울 한복판 아파트단지에서 야생 꽃뱀이 무더기로 출몰해 입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에 처음 뱀이 발견된 건 지난 9월3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단지주변을 산책하던 입주민 A씨는 일명 꽃뱀으로 불리는 '유혈목이'를 발견,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A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지만 뱀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해프닝으로 끝날 듯했던 뱀 출현소동은 추석연휴에도 계속됐다. 강서힐스테이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그 기간 잡은 뱀 수만 8마리가 넘었다. 작은 뱀에서부터 1m짜리 큰 뱀까지 크기도 다양했다.

   본지가 입수한 사진 속 뱀 또한 단지 내 분수대 안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 강서힐스테이트 입주자 인터넷 모임 카페  
본지가 입수한 사진 속 뱀 또한 단지 내 분수대 안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 강서힐스테이트 입주자 인터넷 모임 카페
일련의 뱀 출몰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그 기간 비가 많이 내려 우장산에서 쓸려 내려온 것 같다"고 답했다.

현대건설 측 입장처럼 실제 날씨가 궂긴 했다. 뱀 출몰 직전 일주일간인 8월25일부터 9월3일까지 4차례 비가 내렸다. 다만 3일을 제외하곤 비교적 적은 강우량을 나타냈다. 일자별 서울 평균 강우량을 살펴보면 △8월29일 6.5㎜ △9월1일 1.5㎜ △9월2일 6.0㎜ △9월3일 57.5㎜였다.

이뿐만 아니다. 강서힐스테이트와 우장산 간 거리도 만만치 않다. 강서힐스테이트와 우장산 간 직선거리는 853m로, 직선거리로 걸어도 약 13분이나 걸린다. 여기에 강서힐스테이트는 우장산과 맞닿은 곳도 아니다.

우장산 바로 밑에는 한국폴리텍1대학 서울강서캠퍼스가 위치해 있으며, 맞은편에 우장산아이파크e편한세상이 소재하고 있다. 우장산아이파크e편한세상은 2517가구 규모 대단지다. 여기서 다시 왕복 4차선 도로까지 건너야지만 강서힐스테이트다.

   강서힐스테이트와 우장산 위치도. ⓒ 네이버 지도  
강서힐스테이트와 우장산 위치도. ⓒ 네이버 지도
즉, 우천으로 인해 뱀이 쓸려왔다는 현대건설 측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 우장산 인근에 아파트를 분양한 B건설사 관계자는 "입주한 직후 수년 동안 뱀이 출몰했다고 민원이 들어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거리상으로 봤을 때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라고 의아해 했다.

또 다른 C건설사 관계자는 "관리사무소에 문의한 결과 우장산에서 뱀이 내려왔다는 민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뱀 출몰 원인이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입주민 불안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포획한 8마리 모두 116~118동 근처서 발견됐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입주자 D씨는 "어린이들이 뛰어 노는 다중시설 이용공간에 뱀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요즘에는 단지 내에서 만나면 모두 뱀 이야기를 한다. 단지를 돌아다닐 때마다 혹시나 물리진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자 E씨는 "개발 초부터 소송을 비롯해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7월 입주 때부터 미분양, 추가분담금, 초교 배정 불이익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더니 이번엔 뱀 집단 출몰 소식까지 듣고 나니 집값이 떨어질까 한숨만 나온다"고 푸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