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침저녁 가을 찬바람이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그런데 선풍기 명가(名家) 신일산업(002700) 주가는 여전히 '핫(hot)'하군요. 이젠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견 가전제품회사라기보다는 경영권 분쟁에 등 터진 '문제주'라는 게 함정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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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일산업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회사소개문. ⓒ 신일산업 | ||
지난 5월 중순 3000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1700원대로 40% 가까이 주저앉았고 1년 사이에만 다섯 차례 유상증자가 단행되면서 지분가치도 상당부분 희석됐지요.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개인주주 황귀남씨와 김영 회장을 비롯한 기존 경영진의 대립 때문인데요.
황씨는 본인과 우호세력의 지분을 끌어 모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몰두하고 있고 창업주 일가이자 오너인 김영 회장은 14%대에 불과한 지분율로 경영권 사수를 위해 발버둥치는 형국입니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가열될 때마다 지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는 널을 뛰었고 소액, 개인투자자들은 '이기는 편 우리 편'의 심정으로 숨죽이는 상황이지요.
어쨌든 막장급 분쟁 드라마의 가장 최신 에피소드는 15일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이었습니다. 황씨는 앞서 오는 19일 임시주주총회소집을 제안하고 기존 이사 해임 및 신규선임 등을 요구했는데요. 법원은 그의 신청을 기각하고 김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황씨가 실질적인 주주가 아닌 명의상의 주주에 불과하며 주주권 행사를 위임받은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한 마디로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허수아비 주주'로 자격이 없다는 얘기지요. 법원이 사실상 황씨의 '몰수패'를 선언한 탓에 실망매물이 쏟아졌고 주가도 가격제한폭까지 고꾸라진 겁니다.
황씨 측은 즉시 항고와 더불어 주식 공개매수, 소액주주 조합 결성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담당 변호사는 "법원이 앞서 6월에 황귀남씨의 신청에 따라 경영진 신임을 묻는 임시주총 소집허가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며 "이번 법원의 취소 결정도 임시주총 개최 필요성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고 단지 황씨의 주식취득 자금 성격과 주주 자격에 대한 판단을 달리한 것에 불과하다"며 자평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판결이 사실관계와 법리 면에서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아 상급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아볼 이유가 충분하다"며 항고 의지를 강하게 밝혔는데요. 실제로 2010년 대법원이 주주명부에 주주로 등재돼 있는 이에 대해 의결권 행사 자격을 인정한 판례가 있어 상급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 전해지면서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일산업은 장중 4%대 반등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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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증권포털 종목토론 게시판에 올라온 신일산업 관련 투자자들의 글. 대부분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갑론을박들이다. ⓒ 포털사이트 캡쳐 | ||
그런데 해당 부지를 매각한 모 회사 오너가 황씨의 지인이고, 이를 계기로 황씨 등이 회사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부지 매각자는 그가 과거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황씨 측 관계자는 "천안에서만 20년 동안 기업활동을 한 사업가로서 중견기업인 신일산업이 지역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듣고 순수한 마음으로 투자한 것뿐"이라며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니 현 경영진은 대다수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전혀 무관심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나선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일련의 상황이 진화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신일산업의 '고래싸움'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모쪼록 경영권 분쟁 이슈에 단타로 진입한 개미들의 '새우 등'이 무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