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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회장 공판, 증인 오락가락 진술…'자금총책' 맞아?

고동윤 전 상무 검찰-변호사 증인신문 답변 내용 상이 '눈길'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9.16 09: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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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효성 일가의 '자금총책' 역할을 맡았던 임원이 조석래 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효성 일가의 차명주식 관리에 대해 입을 열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검찰에 이어 변호인 측의 신문 과정에서 증인의 진술이 상이했다는 사실이다. 

조 회장의 차명주식을 관리해 온 고동윤 전 상무는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조 회장에 대한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공판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고 전 상무는 검찰에 이어 변호인 순으로 신문을 받았다. 
 
◆고 전 상무 "회사와 변호사 사실과 다른 진술 요구"
 
먼저 고 전 상무는 이날 오전에 진행된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 회사와 회사 변호사에게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고 전 상무는 검찰 측의 "증인 진술서에 보면 회사와 회사 변호사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해 달라고 해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17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혼자 찾아갔다고 말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지난해 5월, 효성 세무조사에 돌입한 서울지방국세청이 고 전 상무가 보관하던 USB 4개를 영치했는데, 여기에는 조 회장 일가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면서 기록한 문건이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 고 전 상무는 "회사로부터 USB에 담긴 문건이 조 회장에게 보고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상무는 1983년 효성 본사에 입사해 회계과에 몸 담았다. 1992년도에는 효성그룹 경영관리팀에서 일했고, 종합조종실 폐지 후 1996년 효성 기획팀으로 이동 지난해 검찰 수사 당시까지 계속 근무했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조 회장과 가족들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공판에서 고 전 상무는 과거 카프로 주식과 관련, 조 회장이 효성 임직원 명의로 차명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을 공정위에서 지적 받았던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카프로는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의 제조공급업체로 효성의 관계사다. 
 
그는 "조 회장은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시작되자 효성그룹 전 현진 임원과 임원의 지인명의로 실명 전환해 소유하고 있었고, 공정위에서 조 회장의 차명주식을 처분할 것을 권고하자, 조 회장이 카프로 주식을 처분하고 차명을 이용해 다시 매입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런가 하면 고 전 상무는 조 회장 소유의 실명·차명주식 내역을 엑셀로 정리해서 관리해왔으며 주식 매매 등 변동이 있으면 조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조 회장이 자리에 없을 때는 비서실장을 통해 주식일람표와 매월 자금집행내역, 금융상품내역 등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또 고 상무는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수량을 유지해야 하고 유상증자가 있을 때는 지분을 최소한 유지하거나 덜 줄게 하는 쪽으로 관리했다"며 주식 관리 문건을 작성해 조 회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주식거래를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 측 "고 전 상무, 금고지기 아니라 단순 관리자" 
 
하지만 오후 공판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변호인 측의 신문에 임하는 고 전 상무의 증언이 오락가락 하는 등 검찰 측의 심문 때와 상이한 답변 태도를 보인 것. 이에 대해 조 회장 변호인 측은 "고 전 상무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 회장 변호인 측은 이날 공판에서 "고 전 상무는 유일한 재산관리인이 아니며 스스로 오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의 개인 재산 관리인이라면 고 전 상무만 아는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조 회장의 재산을 아는 사람이 효성그룹에 50여명 정도가 더 있다는 설명이다. 즉, 고 상무는 단순한 주식관리 담당 임원일 뿐이라는 것. 
 
실제 고 전 상무는 변호인 측의 "회사 주식관리 임원인데 마치 회장 개인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변호인 측은 고 전 상무가 비자금의 용처를 전혀 몰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했다면 주식을 매매하고 난 뒤 남는 자금의 흐름을 알아야 하는데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변호인 측은 "차명주식이 누구 소유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증인심문 결과 고 상무가 실질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고, 스스로 모르는 내용을 추측하거나 혼자만의 생각을 말한 부분이 있다"며 "스스로 판단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고 있어 증인의 진술만으로는 소유관계를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즉각적인 반박 대신 기록으로 대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변호인 측은 고 전 상무의 개인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명주식 중 일부를 고 상무의 가족명의로 해놓은 사실이 있는데, 이 같은 개인적인 상황 때문에 조 회장의 재판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조 회장 변호인 측은 "고 전 상무는 금고지기가 아니라 단순 관리자였으며, 사건의 이력이나 결정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었다"며 "검찰에서의 진술 주요 부분은 정황에 따른 추측과 그에 따른 의견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특경법상 배임·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불구속기소된 조 회장은 이날 오전 지팡이를 짚고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고,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도 공판 내내 자리를 지켰다.  
 
다음 공판은 오는 2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