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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삼성-LG 세탁기 감정싸움, 윈윈은 저 멀리?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9.15 16: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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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의 투톱 전자기업 삼성과 LG가 다시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습니다.

이번 싸움은 유럽가전전시회(IFA) 기간 독일 베를린의 가전양판점에서 LG전자 관계자가 삼성 세탁기를 망가뜨렸다는 게 골자인데요. 처음에는 고의로 인한 파손이 아니라며 LG 쪽에서 파손 제품 등을 구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듯 싶었으나, 행사 후 국내에서 문제가 본격 점화되는 양상입니다.

우발적인 파손이 아니라, 여러 건의 파손을 통해 고객들에게 삼성 제품의 이미지 실추가 일어났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여파 탓에 업무방해·명예훼손·재물손괴 혐의 등이 거론 중이고, 수사대상으로 지목한 사람도 조성진 LG전자 사장(HA사업본부장) 등을 직접 겨냥하는 모습입니다.

삼성과 LG의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이미 냉장고 분야에서 용량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바 있었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OLED 특허를 갖고 다투는 등 전자 각 분야에서 다양한 싸움이 빚어진 바 있습니다.

이런 갈등을 두고 2013년에는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 관계자가 삼성과 LG가 다툴 때가 아니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죠. 폴 그레이 당시 디스플레이서치 유럽 TV리서치 총괄은 'IFA 2013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프리 IFA)' 중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처럼 삼성과 LG가 특허 문제로 싸우면 중국에 따라 잡힐 것"이라며 일본의 가전업체들이 전자렌지 특허 공유를 했던 일을 상기시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삼성과 LG 역시 이 같은 협력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92년 7월, 금성사와 삼성전관이 당시 브라운관과 모니터 lCD 분야 특허기술 8139건을 3년간 무상사용키로 하는 상호특허공유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이번에도 삼성과 LG가 이런 협동 전례를 거울 삼아 갈등을 접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다만, 1992년 사례를 보면 당시 금성 4125건, 삼성 4014건 등 서로 엇비슷한 교류 규모를 보였다는 점 외에도,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양사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기 때문에 협력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두 기업은 과거보다 어느 영역에서나 한층 더 정상에 가까운 입지에 올라 있습니다. 그만큼 더 첨예한 갈등을 빚는 방향으로 갈지, 아니면 일본 전자렌지 특허 공조의 경우처럼 여유를 가진 입장에서 보다 먼 안목을 내세워 윈윈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는 양사 자유소관입니다.

다만 실질적 공조까지는 아닐지언정 동반자 정신만 확인해도 소득이 아니냐는 풀이도 나옵니다. 즉 이번 일이 서로 소모전 양상까지 치달아 에너지 낭비를 하며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최악의 경우로 번지는 상황만큼은 없어야 한다는 주문이 높습니다. 두 기업의 선택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