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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내 립스틱, 알고 보니 1423원?

정수지 기자 기자  2014.09.15 14: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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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품은 독점 수입업체→특정 공급업체→백화점 등으로 이어지는 독점적인 유통구조 탓에 수입가격 보다 평균 2.7배나 높게 판매 되고 있다. = 정수지 기자  
수입품은 '독점 수입업체→특정 공급업체→백화점' 등으로 이어지는 유통구조 탓에 수입가격보다 평균 2.7배나 높게 판매되고 있다. = 정수지 기자

[프라임경제] 며칠 전, 여름휴가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인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하얀 냄비를 뒤집어 놓은 듯 한 벽걸이 전등이었는데요. 

힘들게 벽을 뚫어 달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등은 달았지만 정작 전구는 없었기 때문이죠. 할 수 없이 전구를 구하기 위해 똑같은 등을 한국에 팔고 있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습니다. 
 
등은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전구 사이즈와 모델명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어 구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좀 수상했습니다. 해외 사이트와 국내 사이트를 모두 찾아본 결과 같은 등이지만 가격이 약 4배나 차이났기 때문입니다. 수입품이라지만 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입품 원가와 국내 판매가격 차이를 알아보니 대부분 물품들이 2~4배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난 4월 국세청이 공개한 '공산품·가공품의 수입가격 현황'에 따르면 수입가격 대비 국내 평균 판매가격이 가장 높은 품목은 립스틱(9.2배)이었습니다. 무려 원가 1423원짜리 립스틱이 2만원가량에 팔려 가격차가 14.9배에 달한 것도 있다는데요.
 
차순위로는 △와인(4.8배) △등산화(4.6배) △생수(4.2배) △진공청소기(4.0배) △유모차(3.9배) △전기다리미(2.9배) △승용차타이어(2.9배) △가공치즈(2.8배)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독점 수입업체→특정 공급업체→백화점 등으로 이어지는 독점적인 유통구조 탓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입업체 30%, 공급업체 15~20%, 백화점은 30~35%의 유통마진을 챙기고 여기에 물류(5~7%), 애프터서비스(10%), 판촉지원(10%) 비용이 더해지는 것으로 추정되죠.
 
특히 립스틱, 등산화, 유모차는 올해 들어 고가 신제품 수입증가 영향으로 수입가격이 상승한 반면 생수, 진공청소기, 가공치즈 등은 고가 제품수입량 감소 때문에 비교적 수입가격이 하락했다고 합니다. 
 
위의 제품을 비롯해 수입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수입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관세청을 통해 가격이 정기적으로 공개된 후에도 평균 2.7배라고 하니 '폭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투명한 유통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