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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꼴찌' 국민연금 운용수익률, 욕만 하기엔…

지배구조 탓 운용 자율성 낮고 안정성은 오히려 세계수준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9.12 16: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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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민연금이 낮은 운용수익률로 공분의 대상이 됐다. 11일 국내 언론들은 국민연금의 지난해 운용수익률이 4.2%에 그쳐 해외 주요 연기금 11개 중 꼴찌를 기록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연금이 4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슈퍼 갑(甲)'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여론은 국민연금 운용부서의 '보신주의'에 화살을 돌리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결론만 말하자면 국민연금은 '슈퍼 갑'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을 들 수 있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구성인데 6명 중 과반수는 외부전문가로 채워지며 이들의 입김이 비중 있게 작용한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는 실제 운용경험이 일천한 학계 관계자며 일단 운용사 선정 이후에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가 방식도 논란이다. 현재 운용자문사 선정 평가에는 정성평가보다 정량평가 비중이 8대 2로 매우 높다. 이는 지난 2011년 감사원의 권고를 따른 것으로 국민연금의 의지는 아니다. 물론 수치화, 계량화된 기준에 따라 상대를 평가하는 정량평가가 합리적인 평가방법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투자부문에서 특히 수익률은 정량평가가 아주 어렵다. 특히 변동성이 큰 주식형 상품의 경우 투자 시점과 대외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작년에 높은 수익을 거둔 운용사라해서 올해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정량평가 비중이 높은 운용사 선정 방식은 상대적으로 특정 투자처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중소형운용사보다 덩치 큰 대형운용사에 유리하고 그중에서도 낮은 운용보수를 제시하는 회사에 이득이 돌아가는 구조다. 자연히 위탁운용사들은 출혈경쟁 속에 운용인력 확충이나 사후관리가 부실해지는 악순환에 시달리게 된다.

이에 반해 해외 연기금은 정성평가 배점이 정량평가보다 훨씬 높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연기금들은 채권보다 주식, 대체투자 부문에서 정성평가 비중을 특히 높게 잡는다.

다시 국민연금의 '꼴찌' 굴욕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역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안정성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번 논란에서 국민연금의 비교대상이 된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의 경우 연도별로 수익률 편차가 상당하다. 경기 상승기에는 10%를 웃돌다가도 경기가 나빠지면 -20%까지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말 그대로 'High Risk High Return'의 현신인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방식에서 '보신주의'가 문제로 지적되지만 2012년까지 과거 12년 동안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은 단 한 번뿐이다. 같은 기간 해외 주요 연기금 중에서 캐나다 국민연금인 CPPIB는 2001·2003·2008·2009년 네 번이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CalPERS도 2001·2002·2008·2009년 네 차례 손실을 냈으며 최고수익률과 최저수익률의 격차는 45%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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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의 주장처럼 국민연금이 채권투자대비 주식 또는 대체투자 비중을 해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가입자들이 이 정도의 리스크는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정서와 정치적 성향을 감안했을 때 과연 용인할 수 있을까?

결국 국민연금 운용성과에 대해 무조건 힐난을 퍼붓기 전에 비합리적인 지배구조와 높은 수익은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