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기자 기자 2014.09.05 11:14:39
[프라임경제] 국내 유아용품 브랜드의 '맏형'인 아가방앤컴퍼니(013990·이하 아가방)가 중국기업에 팔렸습니다. 1979년 보라유통산업으로 출범해 35년 동안 유아용품업계 1위를 고수해온 토종 기업이 중국자본에 넘어갔고 그 이유가 경영난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상당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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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방앤컴퍼니 CI. | ||
이튿날에는 라임패션코리아 등을 대상으로 476만주, 242억7600만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도 발표했지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올해 12월이면 아가방의 주인은 라임패션코리아로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라임패션코리아는 중국 여성복 업체인 랑시그룹의 한국법인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국내 업체인 대현과 '주크' '모조에스핀' 등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는 등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상당하다는군요.
일단 아가방 측이 밝힌 표면적인 매각 이유는 심각한 저출산과 해외브랜드의 공세에 밀리며 실적 악화가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2011년 91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이듬해 37억원으로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도 39억원 수준에 그쳤거든요.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71억원에서 20억원대로 급격히 감소해 실적부진에 허덕이는 상황이었지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전후로 육아복지테마에 이름을 올리며 주가가 급등세를 타긴 했지만 실적과는 전혀 무관해 회사 입장에서는 곤란할 뿐이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막내아들로의 경영승계를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경영권을 일부 보장받는 선에서 회사를 지키려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가방은 전문경영인 성격이 강한 김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인 손석효 명예회장, 두 사람이 세운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 명예회장은 투자 외에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는데요. 2002년 코스닥 상장 당시 두 사람의 지분율은 김 회장이 20.32%, 손 명예회장이 22.17%로 경영권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손 명예회장이 지분을 모두 정리하면서 김 회장 혼자서는 사실상 경영권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지난 6월말 기준 김 회장의 지분율은 17.75%로 당시보다 더 줄어들었지요.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이를 전량 양도한다해도 막대한 세금이 부과되고 김 회장으로서는 이를 감당할 묘안이 매각이었다는 겁니다. 김 회장의 아들은 최근 군복무를 마치고 다른 기업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역시 후계승계 작업이 좌초된데 따른 결과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국자본의 국산 유아브랜드 잠식이 앞으로 더욱 가속도를 낼 것이라는 점입니다. 중국 정부가 '1가구 1자녀 정책'을 완화, 또는 폐지할 조짐이 보이면서 현지 업체들이 높은 품질과 브랜드파워를 갖춘 한국 업체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유명 유아복 브랜드인 '블루독'을 보유한 서양네트웍스가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됐고 완구업체인 영실업 또한 중국자본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실업은 최고 히트 캐릭터로 꼽히는 '또봇'을 만들고 있고 '쥬쥬' '콩순이' 등 여아들을 위한 제품 라인업의 인기도 상당합니다. 이밖에 '뽀통령' 뽀로로를 보유한 아이코닉스와 '라바'로 인기몰이 중인 투바앤에도 중국계 기업들의 인수제안이 빗발치고 있다고 하네요.
국내 기업들의 높아진 몸값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유망 토종기업들이 속속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상황은 일견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