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이윤형 기자 기자 2014.09.04 14:33:41
[프라임경제] "친구나 자식이 '무슨 회사야'라고 물을 때면 '홍보관'이라고 '특설판매업'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업계에 15년간 종사하며 가족에게 떳떳한 아버지와 남편으로 부끄럽지 않다 자부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나쁘다 보니…, 특설판매업 종사자들의 현실이죠."
속칭 '떳다방', '홍보관'이라고 일컫는 특설판매업계(이하 특판업)가 음성적 이미지로 홍역을 앓고 있다.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제품 판매 활성화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일부 잘못된 영업으로 편향된 여론몰이가 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엔 업계 특성을 교묘히 이용한 사기행각까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고충이 크다.
해마다 몇 천 군데가 생기고 도산을 반복하는, 또 언론에선 시시때때로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우여곡절의 특판업계 현황을 살펴봤다.
◆우수한 중소기업제품 저비용 마케팅으로 홍보·판매
특판업은 수많은 중소기업이 생산한 기능성 우수제품을 홍보관 등 특설판매장을 통해 제품을 유통하는 업태다. 설명이 필요한 기능성 혹은 체험이 필요한 종소기업 제품 홍보와 판매가 동시에 가능한 저비용 마케팅으로, 방문판매가 '찾아가는 마케팅'이라면 특설판매는 '찾아오도록 하는 마케팅'인 셈이다.
국내에서 '특설판매'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사)한국특설판매상공인협회(이하 특판협)가 중소기업청에서 비영리사단법인으로 허가를 받으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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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특설판매상공인협회는 회원사의 사업장을 방문, 특설판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비자피해 유형, 소비자피해 예방 및 구제방법, 청약철회 방법 등에 대해 소비자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 한국특설판매상공인협회 홈페이지 | ||
특판협회에 따르면 한 상품이 성공이나 히트할 수 있는 확률은 단 2%. 이들 제품은 품질이나 가격으론 경쟁력이 있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광고할 여력이 없어 홍보부족으로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홈쇼핑 등이 중소제조업체의 유통경로로 어느 정도 역할은 하나 기능성 제품의 경우는 직접 체험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 제품 사용방법을 설명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설판매가 적합하다. 또 40%가 넘는 홈쇼핑 수수료도 중소업체에는 큰 부담이 된다.
황선옥 협회장은 "특설판매업의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중기 상품은 99.9%. 관련한 사업만도 20만개이고 연간 7조를 상회하며 수십만명이 특설판매업에 종사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들은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팔거나 훌륭한 홍보의 장으로 충실히 제 역할을 하는 등 제품 유통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매스컴에서 일부 악덕상술업자들이 일으킨 피해사례만을 보도해 특판장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판업은 모두 악덕업자? 일부 불법업자가 물들인 '멍에'
서기석 변호사는 "특판업계가 물건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소비자를 모으고 유인하는 행위까지도 합법"이라고 지적했다. 단, 식품에 경우 허위·과대광고가 들어가고, 기물(살림살이에 쓰이는 그릇 등)의 경우 기능 등을 속여서 판매할 경우 불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밀실성, 기습성 등 특설판매의 업태적 특성으로 그동안 무자격자들이 득세했고 소비자 피해가 속출했다. 일부 불법업자들은 과대·허위광고, 강매, 폭리 등 부당한 판매행위를 일삼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특설판매업에 대한 사회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런 이유로 특판업은 '홍보관', '매장', 나쁜 의미로는 '떳다방'이라 불리기도 한다.
제품들을 홍보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홍보관'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매장'이라고 불리지만 몇 개월 단위를 거쳐 이동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떳다방'의 경우 '물건을 팔고 떠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안 좋은 뜻으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황선옥 협회장은 "노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일명 '떳다방'이나 '단타방'들이 일으키는 소비자피해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피해 대부분은 몇몇 악덕업자들의 의한 것"이라며 "오히려 홍보관이나 체험방 등 정상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훨씬 많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홍보관은 일반적으로 고객 연령층이 높아 일방적으로 우기고 본인 말만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물건은 사지 않으면서 선물만 받고 퇴장하는 상습적인 분들도 많지만 뭐라고 말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악덕업자로 내몰리는 현실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사업자나 방문판매 신고를 하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다 상황이 불리해지면 종적을 감추는 '불법 홍보관'과 달리 특설판매업은 각종 신고의무를 이행한다. 협회 회원사일 경우 회원사임을 증명하는 명판과 소비자피해보상보증기구 가입증서를 부착하기 때문에 협회 사업자 신상이 모두 공개된 만큼 부당한 영업행위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부정적인 사회적 이미지에 따른 관련 기관의 무차별적 단속까지 겹쳐 운영상 극심한 피해를 입으며 도산위기에 처한 업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각 방송사에서 '홍보관', 떳다방'이라고 해서 특설인 모두를 매도, 고객 유치가 힘들어지고 이로 인한 매출 하락이 개인 부채를 늘렸다"며 "많은 업체들이 도산하며 막다른 곳으로 몰리다보니 최근 3명의 매장주가 자살을 선택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두 얼굴의 H 단체, 실체 알고 보면…
더군다나 사회에서 음성적 이미지 악용한 사기 행각도 발생했다. 특판협은 상당수의 특판인들은 수년간 사단법인 H단체로부터 전문적인 금품 강취와 향응접대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H단체 사무총장인 A씨가 특판업이 노년소비층을 위시해 이뤄진다는 특성을 이용, 제품 검증에 대한 검증비와 후원금, 검증 필증 명목으로 갈취했다는 것.
황 협회장은 "'○○○(H단체)'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300만원을 요구하거나 과대 혹은 허가받지 않은 제품이라는 방송을 찍고 이를 내려주는 대가로 룸살롱에서 액수 미상의 양주로 및 성접대를 했다"며 "외제 승용차 계약금 1400만원을 지급케 하고 할부금까지 요구한 사례도 있다"고 첨언했다.
이에 더해 황 협회장은 "○○○은 특설 홍보관을 대상으로 소독 사업도 실시하는데 소독업체의 1년 소독 비용이 약 70만원인데 반해 연 358만원씩 받고 있다"며 "특설판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의 품질 검증 스티커를 붙이게 하고 1장당 제품 소비자판매 가격의 2%를 받아 3000~5000장씩 판매한다"고 털어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홍보관을 열 때 시설비로 1억5000만원이, 외상매출만도 2억원이 든다"며 "특설판매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들이닥치면 현장 신뢰도가 떨어져 모든 투자비를 날리건만 A씨는 감시기능까지 받아 매장 개설 두 달이 되는 시점에 회원들을 차례로 돌며 몰래카메라를 찍어 제품 반품을 유도한 뒤 방송을 막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의 움직임이 협회 홈페이지에 있는 명단을 기준으로 이뤄지다보니 140명을 넘어서던 회원수는 13명까지 줄었다. 현재 60명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 역시 특판협이 전 회원의 명단을 비공개로 운영하며 협회회원 보호에 나선 덕분이었다.
현재 한국특설판매상공인 협회 회원사 123명은 H단체에서 문자 발송한 세무 관련에 의한 문자 발송 단체협박으로 현재 사법기관에 고소장 접수 절차를 밟고 있다.
A씨는 이에 대해 "특판협 주장은 사실과 다른 음해로 특판협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바란다"며 "몰래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H단체) 고유 권한으로 노인 복지를 위한 공익적인 활동일 뿐, 공갈이나 협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보태 소독사업의 경우 역시 "실제 358만원을 지불한 특판업체가 없고 소독 비용은 29만7000원으로 월 2회 실내 및 화장실에 실시한다"며 "이는 사전에 해당 홍보관에 문의해 소독실시 의사를 확인, 요청이 있을 경우만 진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상품검증은 홍보관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노년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최소한의 사전 예방 조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라며 "스티커제작 비용이 한 장당 500원으로 책정됐을 뿐 검증스티커를 소비자판매가의 2%를 받는다는 특판협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H단체는 지난 6월11일 특판협의 명예훼손에 대해 서울북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언론에서 특설매장에 대한 부정적인 면만 방송하고 정부는 특설매장을 정조준한 상황에서 ○○○(H단체)는 불법홍보관 운운하며 특설인들의 피를 말리고 있다"며 "이런 부정적인 요소를 사전에 진화 못하고 방치한 결과 이제는 지역 불량배들까지 가세해 파렴치한들이 판을 치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해 서기석 변호사는 "사회적으론 좋지 않은 인식이 있고 내부적인 악영향 때문에 업자들의 어려움은 광범위하다"며 "A씨의 경우 언론 쪽에 굉장한 영향력을 가져 피해를 당해도 주저하는 실정이며 2차적인 피해의 두려움 때문에 쉽게 나서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별법? 제정은 됐지만 경계 모호
특설판매 관련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고자 지난 7월 김용태 국회의원(새누리당)은 특설판매 관련 법규 마련에 나섰다. 특판협에 따르면 특설판매업법은 작년 7월15일 김한표 의원(새누리당)을 통해 발의, 지난 1월28일 대통령령으로 정해졌으며 7월28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여전히 관련 법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전국에 특설판매 매장이 몇 개나 있는지, 종사자는 몇 명이며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지,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등 현황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건강기능식품 관련 법률에 경품, 판매 사례품, 덤 등을 증정했을 때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사실상 너무 무거운 처벌"이라며 "과도하고 지나친 규제다. 추가조항이 필요했을 때는 사행심조장 처벌을 없애거나 대폭 절하하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판협 "혼날 일이 있으면 혼나고, 억울한 것은 공개한다"
"'악덕상술의 결정체' '떳다방식 홍보관' 등 이미지로 업계 전체를 범죄자들인 것처럼 단정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특판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 정도 수준이구나' 반성합니다. 자체적인 재정 활동에 대한 노력이 협회의 큰 숙제죠."
특설판매장은 특판협을 중심 삼아 하나의 유통 업태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황 협회장은 소비자 피해를 예방·구제하고 투명한 '유통 생태계'를 조성하는 활동에 발 벗은지 오래다. 방문판매법에 대한 교육강화, 청약철회 보장, 부당한 거래행위 지정 고시 등 소비자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좋지 못한 인식과 평판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협회 운영에 맞춰 개선하는 중이다.
이 일환으로 협회는 지난 6월부터 협회지를 발행, 20만이 넘는 전 회원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청, 소비자보호원, 경찰서, 시·구청 민원실까지 발송해 협회의 정당성을 알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협회 개혁안을 내놓고 불법홍보관 업자 색출 작업도 진행했다. 불법적 행위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처벌을 받아 협회 신용을 떨어뜨린 회원사는 탈퇴시켰다.
황선옥 협회장은 "이제부터라도 정상적이고 우수한 제품을 합당한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유통업으로 거듭나려 한다"며 "필요하다면 눈총 받는 이들을 고소 고발하고, 언론·관·민간단체 등에서 약점을 찾아 공격하기 전, 먼저 사전 점검하고 교육함으로써 특설시장을 자체 정화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판업체 비에스아이의 박영민 대표는 "우리는 결코 범법자거나 불법업자가 아니다"라며 “나름 서민경제 활성화와 중소기업 제품의 건전한 유통 정착에 헌신하는데도 '불법홍보관, 떳다방, 사기꾼 집단, 최면상술'등으로 매도당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더불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특설 판매 자체를 처음부터 불법적이고 파렴치한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부분은 20만 특설인들에게 큰 상실감을 준다"고 날을 세웠다.